<한실장의 이커머스 썰戰 ⑱> 미국 리테일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2021-01-01  

한국, 중국 등의 국가에 비해 미국은 패션 리테일에 있어 디지털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그 변화가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 등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이커머스 성장이 코로나 사태와 함께 단 8주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미국 내, E-com이 전체 소매업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연 1%씩 커져왔다. 2020년 2월 기준 16%로, 2019년 기준 한국 28% (통계청 자료 기준), 중국 36.6% (Statista 자료 기준) 대비 크게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3월과 4월 8주 동안 11%가 상승하여 27%까지 올라왔다.(해당 기간 한국은 3월과 4월 각각 33.7%와 31.8%를 기록했다.)


이 기간 미국의 경우, 대규모 셧 다운이 있었고, 이로 인해 소비가 온라인으로 집중됐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규모 셧 다운은 당연히 부정적인 상황이었음에 틀림없지만, 이 8주 동안 벌어진 일들은 미국의 리테일 기업에게 디지털로의 전환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 놀라운 일은 대규모 셧 다운이 풀리고도 이 추이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바와 같이 2023년까지 E-commerce 비중을 전사 매출의 30%까지 올리겠다고 했던 '나이키'는 이 목표를 2020년 2분기에 이미 초과했고, 그 목표를 50%로 상향 수정한 바 있다. 연이어 DTC(direct to con sumer) 채널을 강화한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미국은 오랜 시간 동안 도매(Whole sale)를 기반으로 브랜드 비즈니스가 성장해 왔지만 최근 도매를 줄이고 DTC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디지털 관점으로 이 현상을 바라본다면 "도매 파트너가 온라인 상에서는 경쟁자가 된다"는 것이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환경에서는 제조자가 직접 판매보다 특정 지역의 고객들에게 우리 대신 판매해 줄 자본을 가진 파트너가 필요했으나 이제는 그들이 온라인 상의 경쟁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판매를 위해 온라인 검색어 광고 입찰(bidding)을 우리와 함께 경쟁하고 있고, 우리와 동일한 상품으로 '판매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시간과 지역적 한계 없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다 보니 과거에 비해 파트너를 통한 판매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익 관점에서도 당연히 직접 판매를 하는 것이 좋다.


그 동안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보수적이었던 한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미국 내 조직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켰다. E-commerce 팀으로 명명되었던 온라인 비즈니스 조직을 Omni Channel Division으로 바꾸고, 팀장 급이었던 인원을 부사장급으로 승진시켰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조직'에서 '옴니 채널 관점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조직'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세미나와 기사에서 강조했던 '매장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해당 브랜드의 직영 매장과 관련 조직은 이 옴니 채널 조직으로 흡수되며 온라인으로 관계를 맺은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영 매장 관리 영업 조직, 상품 바잉 조직, 디지털 마케팅 조직 등 이러한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들은 이 옴니 채널로 흡수됐다.


E-commerce가 팀(Team)에서 부(Division)으로 승격되기도 전에 한 단계 더 뛰어넘어 오프라인 직영점까지 포괄하는 조직이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8주가 엄청난 변화를 끌어낸 것이다.


작년 사적인 자리에서 한 글로벌 브랜드의 CDO(Chief Digital Officer)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저는 한국의 이커머스가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5년, 일본에 비해서는 10년 이상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변화하는 미국 리테일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 금방 뒤집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도 하루 빨리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고객들이 물건을 어디서 구경하고 사기를 원하고 또 관련하여 어떤 경험들을 원하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이러한 요구를 맞출 수 있는가? 고객의 관점에서 다시 재정비하고 정렬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규모 셧 다운이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랬기 때문에 디지털화에 대한 절실함은 그 만큼 크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미국 패션 리테일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바라보면서 기업에 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의 변화 이전에 역시 마인드셋(mindset)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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