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는 브랜드의 미래

2020-12-15 정인기 기자 ingi@fi.co.kr


해충은 인간이 키우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를 말한다. 해충은 말 그대로 인간에게 해로운 벌레인데, 이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정의된 개념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지구상에 해충이라는 존재는 없다.


인간은 지구 상에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곤충 중에서 인간의 재산을 침범하는 몇몇 곤충을 해충으로 정하고 이를 박멸할 약품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다.


DDT는 1874년 독일 화학자가 처음으로 합성한 물질이다. 이것은 지구가 만들지 않는, 인간이 창조한 물질이다. 이 물질에서 살충제의 효능이 발견된 것은 1939년이고, 그 개발자인 스위스의 폴 멀러(Paul Muller)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받았다. 그 후 어떤 일이 있었을까?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말했듯이 DDT는 해충이라고 불리는 곤충은 물론, 다른 생명체와 인간의 생명도 위협하는 물질임이 이미 밝혀졌다. 이런 물질을 만드는 인간을 지구의 생명체로서 분류한다면 해충과 같은 존재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1972년도에는 DDT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노벨상을 받은 물질이 결국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독성임이 밝혀졌다. 나일론, 플라스틱, 비닐을 비롯해 우리가 즐겨 쓰는 대부분의 것들이 DDT를 따르는 물질들이다. 이렇듯 숙주 파괴의 개념으로 본다면 인간은 지구의 숙주를 죽이는 기생충에 가깝다. 지구의 존재들은 오직 생육과 번식이라는 목표 아래 협력과 조화라는 사이클을 따른다. 하지만 인간은 오직 인간만을 위해서 생육하고 번식하고 파괴와 오염의 사이클을 가진다.



놀랍게도 지구 파멸의 사이클을 확장시키고 무한 증폭시키는 보이지 않는 해악의 힘의 그 원인은 브랜드다. 하나면 충분한 물건을 브랜드와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수도 없이 만들어내면서 자연에 해를 입히고 있다. 일단 성장한 브랜드의 확장은 막을 수 없다. 브랜드는 '규모의 경제'라는 끔찍한 전략의 이름으로 수 십 개의 계열 확장을 하면서 제품을 만들어낸다. 시장은 확대되고 모방 브랜드는 수없이 나타난다. 지구입장에서 시장의 확대는 자연의 고갈이다.


이런 지구 파멸의 루프(loop)를 가진 비즈니스의 가치란 무엇인가?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치일까? 만약에 싼 옷을 많이 만드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면 면화를 대량으로 재배해야 한다. 면화는 가장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식물이다.


고객은 싸고 질 좋은 옷을 사고 싶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그런 고객 만족은 자연 파괴 행위다. 만약에 의류에 트렌드를 넣어서 올해는 입지만 내년에는 유행이 지나서 입지 못하는 일용품으로 만든다면, 의류회사 입장에서는 성장의 신화를 쓸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공포의 대학살을 경험해야 한다.


참고 : Samil industry view 2020.8 COVID19 기업경영목표의 변화 (현대경제연구소, 2004)


◇ 우리의 상품을 고객(인간) 만족이 아닌 지구 만족의 기준으로 스스로 질문을 해보자.
당신의 패션 기업의 목표 매출이 1조가 되었다면 누가 만족할까? 누가 기뻐할까? 인간을 제외하고 지구에 살고 있는 어떤 생물이 응원할까?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인간도 행복할까?  목표 매출 1조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재고를 소각해야하나? 얼마나 많은 자연들이 농약 오염으로 더럽혀졌을까?


1조 매출 달성에 대해서 북극의 조각 얼음 위에 죽어가는 북극곰도 행복할까? 만약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지구 오염을 만들면서 당신의 목표 매출 달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존재일까? 이 질문의 대답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한다.


◇ 좀비 브랜드
좀비(zombie)란 움직이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에서 부두교 사제인 보커(bokor)가 마약을 투여해서 살려 내었다는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다. 보커에 의해 영혼이 빼앗긴 사람은 오직 보커에 의해 움직이는 좀비가 된다고 한다. 가끔 좀비 같은 기업들이 시장에 출연한다. 리딩 브랜드의 상품을 모방하고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들은 리딩 브랜드의 규모의 경제라는 1차 스나미 뒤에 박리다매(薄利多賣)라는 이름으로 오는 오염의 대량살상  스나미다. 자연을 파괴하는 박리다매라는 흡혈마케팅으로 자연의 자원은 물론 주변 리딩 브랜드까지 모조리 파괴한다.


돈이 되는 것만 추구하는  좀비 브랜드는 자연을 파괴하며 시장의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까지도 파괴한다. 좀비 브랜드는 카피와 벤치마킹이라는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 내부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모두 퇴화시킨다. 오직 돈 때문에 자연과 조화 및 환경 보호라는 생태계 관점은 없다. 한마디로 이런 좀비 브랜드의 머리에는 기생충 연가시 같은 경영충(經營蟲, 경영층이 아니다)들이 살고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해악한 벌레를 해충이라고 한다면, 자연의 입장에서 해악한 인간들은 경영충經營蟲(돈 벌레)이다.


영혼이 없는 좀비 브랜드와 움직이는 경영충을 파악하는 건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바로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위 단락에서 언급한 불편한 질문을 살펴보자.



"당신의 기업이 성공했다면 사람과 자연은 어떤 가치를 누리는 것일까요?" 이런 좀비 브랜드는 이 '가치'를 '고객 만족'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고객 만족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싼 가격에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대답에 대해서 이렇게 물어보자. "리딩 브랜드를 카피한 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입니까?" 아마 이때부터 말을 못 할 것이다. 왜냐하면, 좀비 브랜드는 싼 가격에 흥분한 고객들을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인 행복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 질문의 수위를 더 높여보자.
"당신의 기업 목표가 달성되면 자연은 더 푸르러집니까?"이 대답을 하지 못하여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영혼이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웃긴 소리로 들린다면 영혼처럼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좀비 브랜드의 경영충(經營蟲)이다. 기업이 브랜드를 가축처럼 기를 것인가? 자식처럼 키울 것인가? 창조적 파괴인가? 아니면 창조적 협력인가? 우리가 그동안 서로 경쟁하고 죽이기 위해서 성장해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의 대답 덕분에 지금 우리의 비즈니스에서 부족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COVID19가 만드는 생태계와 브랜드
코비드19로 인해서 하늘에서 비행운이 사라졌다. 비행운은 비행기가 지나갈 때 만드는 구름 흔적이다. 제트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로 형성된 비행운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수 초 혹은 수 시간까지 상공에 머무를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비행운은 태양의 복사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동안 비행운과 지구 온난화를 이론적으로 연구했지만 COVID19로 인해서 비행운이 주는 환경오염의 비교를 알게 되었다.


아마 가끔 하늘에서 보는 비행운이 그렇게 지구 온난화에 치명적일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2018년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80만 5,000 대(하루 평균 2,204대)의 비행기가 우리나라 하늘길을 이용했다. 지구 통계를 본다면, 평균적으로 전 세계 하늘에는 9,700대의 비행기가 떠 있다. 여행 시즌 때는 1만 6,000대가 떠 있다고 한다. 매일 10만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참고로 비 상업용(전투용, 개인용 포함) 포함하면 대략 5,000만 대가 하루에 움직인다고 한다. 그렇게 비행운은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지구 환경에 준 영향 중 가장 알려진 것은 대기오염이다. 전 세계는 이동제한 조치와 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여기서 배출되던 이산화질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또한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서 전세계 대기 오염은 현격히 줄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코비드19가 지나가면(반드시 지나갈 것을 믿고 싶다) 인간, 자연 그리고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코비드19가 만든 지구 환경의 전후를 인류 역사상 최초로 경험했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소비 기준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Sharehoderism)에서 태어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대량파괴를 추구했던 지구 바이러스같은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지구 생태계의 가치제고를 추구하는 생태계자본주의(Echo holderism)에서 나온 에코 브랜드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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