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더러운 비밀(Fashion‘s Dirty Secrets)

2020-11-15 정인기 편집국장 ingi@fi.co.kr

BBC 다큐멘터리 - 패션의 더러운 비밀


2018년 10월 9일 BBC는 '패션의 더러운 비밀'이라는 주제로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환경 오염 비밀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영국 국회가 진상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


패션은 지구 환경 오염 분야에서 플라스틱&비닐과 1위를 다투고 있지만, 패션 오염의 압도적 우승은 시간문제다. 왜냐하면 플라스틱은 재활용이라는 차원에서 기술이 도입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이 플라스틱과 비닐에 대한 환경 오염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패션은 1%만 재활용이 되고 99%는 모두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로 폐기되고 있다. 특히 패스트 패션이라는 산업의 대유행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옷이란 입고 버려야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라는 믿게 되었다. SNS에서 자신이 자랑하고 있는 면 옷이 지구의 2% 경작지에서 키우지만, 전체 농약 사용량의 25%를 소비하는 것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구 환경 오염을 주도하는 패션은 더이상 컬러와 스타일로 유행을 만들지 말고 사상과 가치로 전파해야 한다. 옷이 지구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한 옷을 사고 입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놀랍게도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브랜드가 있다.


패스트 패션은 1%만 재활용되고 99%는 쓰레기로 폐기되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좋은 브랜드는 좋은 생태계다
ecosystem(생태계)과 economy(경제)라는 단어의 어원인 '오이코스 Oikos'는 그리스어로 가정과 가족 그리고 집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생태계 관점에서 에코(eco)는 지구에 사는 모든 유기체와 무생물을 가족으로 보는 세계관이다. 환경 브랜드의 시작은 이 관점에서 출발한다. 


환경론자 폴 호켄은 '생태계'의 관점으로 비즈니스 생태학(편집자 주: the real economy)의 목적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인간의 운명은 다른 모든 생명체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 이 원칙에 대한 존중이 비즈니스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생태계의 부양 능력에 비추어 정의한 개념이다. 에너지 및 자원 소비의 투입 산출 모델로 이해하면 된다. 미래세대의 요구를 유지하면서 현세대의 요구를 만족하는 개념이다. 환경을 이용한다면 처음과 같거나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애니 레오나르드(Annie Leonard)는 자신의 저서인 《물건 이야기》에서 환경 분야를 연구하고 집필하면서 느낀 점을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물건 이야기'를 알아가는 여정을 통해 나는 '시스템적 사고자'가 됐다. 즉, 모든 것이 시스템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어떤 것이든 다른 부분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것이 생태계 비즈니스 관점으로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 관점이 되어야 한다. 분명 지금 쓰고 있는 자원은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의 것인데도 우리는 내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 화석 연료의 매장량이 100년도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분기마다 신차 모델이 쏟아지고 있다. 농약으로 키운 한 면화와 200년 동안 썩지 않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입고 버리라는 충동구매를 유발하고 있다.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지구에서 같이 사는 생물을 학살, 멸종, 위협, 착취, 감금과 협박을 한다.


샴쌍둥이는 한 명이 죽으면 그 충격으로 다른 한 명도 죽는다고 한다. Eco를 중심으로 파생한 Ecosystem과 Economy의 두 개의 세상, 그리고 지구라는 한 몸에서 같이 성장한 인간과 다른 생명체는 샴쌍둥이다. 그러나 이제 한쪽이 죽어가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어떻게 하면 될까? 패션 쓰레기를 만들어 지구를 파괴하지 않기 위한 대안 중의 하나가 지속가능한 에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를 사명으로 삼는다


폴 호켄이 말한 '에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지속가능 비즈니스의 6가지 기준'을 살펴보자.


1) 전 세계적인 제품을 소규모 지역 제품으로 바꿔 나간다.


2)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책임을 진다.


3) 성장하기 위해 아무 외부 자본이나 끌어오지 않는다.


4) 인간적이며, 가치와 품위와 만족감을 주는 생산 과정 및 서비스를 추구한다.


5) 오랫동안 쓸모 있고, 버려진 뒤에도 미래 세대에 피해를 남기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


6) 소비자(Consumer)를 고객(Customer)으로 변화시킨다.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막화가 가속화됐고 그 중심에 패션산업이 있다


특히 폴 호켄이 말한 6)번의 의미는 자신의 옷을 사는 사람이 그저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응원하는 동료와 이웃을 말한다.


이 여섯 가지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진 브랜드는 지금과 같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종의 멸종을 조장하는 오염과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의 최종 모습은 자연으로 돌아가서 다시 돌아오는 생태계의 사이클이 된다. 따라서 Eco brand의 기준에서 '에코 브랜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쓰레기를 만들면 에코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생산과 소비의 대상을 주는 자연은 포함하지 않았다. 자연이 포함된 사이클로 시장을 다시 본다면 다음과 같은 끔찍한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생산 -  (공장에서) 파괴적 생산 - (시장에서) 파괴적 소비 - (자연을) 파괴'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을 위한 브랜드는 결코 인간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구에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쓰레기로 남는다. 이것이 '생산과 소비'라는 선형적 관점에서만 바라본 결과다.


주택자금 장기대출을 우리는 모기지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단어의 실체를 알면 내일 찾아갈 은행이 지옥처럼 보일 것이다. 모기지(mortgage)라는 말은 1190년경 영국에서 생겨난 말인데 라틴어로 죽음을 뜻하는 '모르트(mort: 사냥감의 죽음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와 언약을 뜻하는 '게이지(gage)'의 합성어다. 당시에 모기지라는 의미는 사람들이 자기 분수에 넘치는 생활, 즉 '자기의 경제 능력을 넘어서는 생활에 필요한 금융범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결국 장기대출에서 '장기'라는 단어는 '죽을 때까지' 갚아야 할 기한을 뜻한다.


우리가 미래의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빌려 쓰는 관계는 결코 갑을 관계(갑이 시장, 을이 자연)나 모기지 계약이 되어선 안 된다. 세계 환경 오염에 관한 보고 자료를 보면 수년 내에 지구는 곧 멸망할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마실 물이 풍부한 도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 5위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한강은 흐르고, 사무실과 가정에 있는 정수기에서는 얼음까지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편의점에 가면 수십 가지의 물 브랜드들이 전시되어있다. 이처럼 서울에서는 물이 귀한 것을 알 수 없다. 이런 현실이 물 부족 국가 5위의 심각성을 상쇄시키고, 급기야 호들갑 떠는 일처럼 보여서 다른 환경지수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에 해외를 여행해보면 물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공항에서부터 알게 된다. 어떤 곳은 물이 콜라와 석유보다 비싼 곳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음식점처럼 물이 셀프인 음식점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물에 관한 해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물 부족 5위 국가라는 것에 대해서 쉽게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환경 파괴에 관한 자료는 계속 발표되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마치 지구는 치료받는 것처럼 보인다. 더 많은 브랜드와 대체품이 생기면서 우리는 예전부터 그래 왔지만 자연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지구의 물은 해수 97.5%와 빙하와 지하수 2.5%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람이 사용하는 물은 전체 수원의 1%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는 이 1%의 물을 나눠 마시고 있는 것이지만, 부족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서는, 커피나무에서 시작해 테이블에 오르기까지 총 140ℓ의 물이 소비되어야 한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는 물 148,000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에 면 티셔츠를 한 장을 입고 있다면, 그렇게 입기까지 약 970ℓ의 물을 소비해야 한다. 청바지는 한 벌에 오염되는 물은 7,000ℓ이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4인 가족이 6일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사용한다. 실감 나지 않겠지만 물 부족 때문에 1년에 7만 헥타르, 즉 1분에 축구장 33개의 면적이 사막이 된다고 한다. 그 사막화에 패션업이 중심에 있다.


환경을 파괴하는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으면 자연과 경제는 함께 돌아가는 상태계가 된다


생명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러스킨은 110년 전에 저서《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서 옷을 구매하는 사람이 지구를 구할 생명 소비법을 다음과 같이 알려 주었다.


_ 첫째로 물건을 살 때마다 먼저 이 구매가 물건 생산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야 한다.


_ 둘째로 지불하는 돈이 생산자가 생명을 소비한 가치에 합당한지, 그리고 그 가치만큼 합당한 비율의 이윤이 그에게 분배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_ 셋째로 구입하는 물건이 음식과 지식과 만족감 같은 생명에 유용한 것들을 위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소용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_ 넷째로 구입한 물건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분배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모든 상거래는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그 계약은 일 획도 틀림없이 이행되도록 하며, 그리고 계약의 이행은 착오 없이 순탄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_ 마지막으로 일상용품을 거래하는 시장에서는 특별히 순정품(짝퉁이 아닌 진짜)만 팔도록 요구해야 한다.



◇ 환경과 인간 중심의 에코시스템 브랜드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환경 문제의 해결은 의외로 너무나 쉽다.(그래서 문제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만) 소비자가 환경을 파괴하는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업은 환경과 인간 중심의 상품을 만들게 될 것이며, 자연과 경제가 함께 돌아가는 생태계가 된다. 이처럼 쉬운 문제이지만 도저히 풀 수 없는 이유는 지구 안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이 없고, 자신의 행동을 지구의 어떤 부분과 연결할 수 있는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자신이 버린 비닐 한 장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 아마존강에 사는 어린아이의 생명, 박쥐 한 마리와 물고기 네 마리를 오염시키고 돌고 돌아서 자신의 자녀 몸 속에 누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쉽게 버리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이런 에코시스템ecosystem(생태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기능을 이해하는 에고시스템egosystem(편집자 주: 시스템에서 자기 이해)을 갖추고 있지 않다. 환경을 파괴하는 우리는 악한 것이 아니라 무지하여 생태계의 일부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어떤 브랜드 청바지를 샀다고 치자. 그 청바지를 20년 입다가 다시 되팔았을 때 지금 구매한 금액보다 무려 100배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동차도 지금 사서 40년 뒤에 팔았을 때 처음 구매한 가격의 무려 10배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브랜드를 생산하는 사람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은 어떤 기준을 가질까?


이제 더 이상 대량생산, 대량소비 그리고 대량 쓰레기를 만드는 브랜드는 브랜드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가 될 브랜드를 줄여서 그냥 '쓰레기'라고 말해야 한다. 생태적 경제 세계관 때문에 구매 기준이 '쓰레기를 살 것인가'에서 '브랜드를 살 것인가'로 바뀌게 된다면, 분명 지금과 다른 시장, 다른 환경 그리고 다른 브랜드가 지구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매년 지구에는 인간 때문에 4만 종이 멸종한다고 한다. 이렇게 끝까지 가면 지구에는 인간과 바퀴벌레만 남는다고 한다.


정인기 편집국장, 권민 객원에디터 / ingi@fi.co.kr,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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