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스트림 올라선 스트리트, 패션 BTS 도전한다

2020-11-01 서재필 기자 sjp@fi.co.kr

노지윤 워즈코퍼레이션 대표, 안진수 루츠코퍼레이션 디렉터, 소민호 레이어 MD

(위에서부터) 노지윤 대표, 안진수 디렉터, 소민호 MD


주류 콘텐츠로 떠오른 스트리트 캐주얼. 스트리트 캐주얼은 이제 메이저 패션기업들도 뛰어들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 스케이트보드와 같은 길거리 문화를 대변하던 스트리트 캐주얼이 메인 스트림을 주름잡을 만큼 규모도 커졌다.


이는 스트리트 캐주얼에 20~30대 청춘을 바친 스잘알(스트리트 캐주얼을 잘 알고 있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리트 캐주얼 1세대 브랜드에서 함께 호흡한 노지윤 워즈코퍼레이션 대표와 안진수 루츠코퍼레이션 디렉터, 그리고 10년째 레이어에서 MD로 일하고 있는 소민호 팀장은 서른 중반을 훌쩍 넘은 이들은 여전히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캐주얼을 추구한다. 이 세 남자들이 생각하는 스트리트 캐주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노지윤)
현재 '예일 유니버시티'를 전개하고 있는 워즈코퍼레이션의 디렉터다. 안진수 실장님과 같이 1세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에서 함께 10년 정도 호흡을 맞춰왔다.


안진수) 루츠코퍼레이션에서 신규 브랜드 '페치'를 총괄하고 있다. 함께 일할 당시 노지윤 대표는 MD와 마케팅을 담당했고, 나는 디자인을 총괄했다.


소민호) '라이풀' 'LMC' '칸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브랜드 레이블 회사인 레이어에서 MD로 일하고 있다.


Q / 스트리트 캐주얼 매력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노지윤) 넉넉치 못한 어린 시절 때문에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도 스트리트 캐주얼은 나의 열등감을 가려주는 보호막(?)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더 멋진 브랜드로, 더 멋진 디자인으로 내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진수) 작은 키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그래도 멋진 옷만 입으면 당당해지더라. 특히 빈티지한 옷들이 내 취향을 저격했고, 내 체형에 맞게 리메이크해 입는 것을 즐겨했다. 리메이크가 점점 더 능숙해지자 '전문적으로 배워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으로 유학도 갔고, 이 곳에서 노지윤 대표와 함께 일했던 브랜드와도 연이 닿았다.


소민호)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께서 종로와 압구정에 양복 제작과 수선점을 하신다. 늦은 시간까지 재단을 하고 옷을 만지는 그 모습이 멋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리고 압구정에 살았던 것도 한 몫했다. 옷을 좋아하던 나에게 압구정 거리를 거닐던 패피들의 스트리트 패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예일' 론칭을 기념해 찍은 워즈코퍼레이션 단체사진, 왼쪽부터 김민수 브랜드매니저, 노지윤 대표, 유다운 브랜드디렉터


Q / 주류 콘텐츠가 된 스트리트 캐주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노지윤) 스트리트 캐주얼은 나만의 곤조(근성의 비표준어)를 지키면서 개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다. 스트리트 패션은 10년의 시간 동안 많은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하면서 지금의 MZ세대들에게 각광받는 콘텐츠로 진화했다.


안진수) 글로벌 브랜드들을 보면 20년, 30년은 거뜬히 넘긴 브랜드들이 많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한다.


소민호) 신기할 따름이다. 레이어에 입사했을 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너무 빠르게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더 유니크한 브랜드들이 얼마나 많이 등장할 지 기대가 된다.


Q / 스트리트 캐주얼이 주류 콘텐츠로 떠오르게 된 원동력은?
노지윤) 나를 비롯해 스트리트 씬의 형들이 좋아하던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슈프림'이다. '슈프림'하면 활동적이고, 쿨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기억된다. 우리나라 스트리트 캐주얼들 역시 '슈프림'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특히 '멋진 브랜드'로 남기 위해 '슈프림'이 시도했던 것들, 뿐만 아니라 옷이 아닌 벽돌을 조각해 챔버를 만든다든지, 과감하게 다른 업종과 협업해 굿즈를 만든다든지 등 '슈프림'이 시도하지 못한 것들에도 과감하게 도전했다. '멋짐'에 대한 추구와 거침없는 도전들이 대중들의 눈길을 이끌었다. 그리고 플랫폼 특히 무신사의 등장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플랫폼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브랜드를 더욱 소비자 취향에 맞도록 정교하게 진화시켰다.


안진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서브컬쳐 문화를 옷에 녹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세대 선배들, 그리고 우리와 같은 1.5~2세대 모두 어떻게 하면 옷에 문화를 담을 수 있는지 밤새 고민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스트리트 캐주얼에 뛰어든 디렉터 대부분이 나처럼 옷을 내 취향에 맞춰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내 스스로가 멋지다고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았다. 그 결과물들이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해외 시장에도 알려지고, 우리가 동경한 글로벌 브랜드들도 우리를 주목하면서 함께 협업한 것들이 이슈가 되면서 더 많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소민호) 이지 캐주얼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독특하고 멋진 걸 추구하는 무리는 존재했다. 특히 스트리트 문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힙합 문화와도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힙합이 가요계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입는 스트리트 패션도 같이 주목을 받았다. 'LMC'도 꾸준히 힙합 레이블 AOMG가 전개하는 브랜드 '어보브'와 두 시즌 연속 협업 컬렉션을 기획했다. 이를 기념해 래퍼들이 참가하는 오프라인 행사는 1020 소비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런 점에서 미뤄보아 당연히 스트리트 캐주얼이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나이키'와 협업을 기념해 꾸민 'LMC'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Q / 한국發 글로벌 브랜드 등장이 필요하다
노지윤) '슈프림' '오베이' '오프화이트'는 오리지널 컬처를 가치로 승화시킨 사례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자연스럽게 개성과 서브컬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했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스트리트 시장도 글로벌 브랜드들을 바라보면서 나름의 독보적인 마켓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글로벌 브랜드도 한국 스트리트 캐주얼을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이들과 어떻게 협업하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안진수)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그걸 누리는 소비층은 흐름에 민감한 젊은 층이다. 때문에 대중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다. (개인적으로)제품 품질이나 디자인을 떠나 '디스이즈네버댓'이 보여주는 룩북과 영상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글로벌 브랜드보다 한층 완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소민호)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 자체가 커졌다. 아직 (노지윤 대표님 말처럼) 스타 브랜드라고 할 만한 브랜드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선례들이 있다. 'LMC'가 '나이키', '아더에러'와 '푸마', '디스이즈네버댓'과 '뉴발란스'처럼 글로벌 브랜드들과 꾸준히 협업하는 스트리트 캐주얼들을 주목할 만하다. 단순 협업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스트리트 브랜드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브랜드 각각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보다는 통한 SCM 아래 각각 아이덴티티를 갖춘 브랜드들이 모여 하나의 레이블을 만들어, 자본 시장과의 결합을 유도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Q / 많은 브랜드들이 대중성과 독창성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노지윤) 스트리트 캐주얼이 불륨화를 시도하는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브랜드와 디렉터 고유의 감성이 묻어 나오기 마련인데, 이는 누구도 카피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다. 이것만 잘 지켜진다면 소비자들이 바라봤을 때 내 브랜드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은 더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대중성을 갖추게 된다고 본다. 제품 퀄리티와 디테일, 룩북과 영상 등 어떤 방법에 제한되지 않고 얼마나 브랜드 가치를 잘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겠다.


안진수) 한 눈에 봐도 'ㅇㅇ브랜드 옷이네'라는걸 보여주면서도, 데일리룩으로 입을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면 이미 최고의 브랜드가 됐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대중들이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알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먼저 아이덴티티를 알리고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소통해야 한다. 디렉터 입장에서 보면 이제 옷을 디자인하는 것 외에도 디지털 콘텐츠 기획에도 집중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소민호) 질문에 바로 생각난 것이 로고플레이다. 로고플레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신박하다는 반응과 상업적이지 않냐는 반응이 동시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로고플레이가 대세 디자인이고, 브랜드마다 매출을 책임지는 라인이 됐다. 아무리 핫한 디자인이라도 가격과 시장 상황이 맞물리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한다.


Q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노지윤) 지금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플랫폼에 제공하고 있고, '예일'이 그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IP와 같은 무형자산을 시각적 콘텐츠로 풀어내고자 한다.


안진수) 루츠코퍼레이션으로 둥지를 옮기고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아직 1년도 채 안됐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다른 계획으로는 '스컬프터'를 비롯해 회사 내 다른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소민호) 두 분들처럼 나만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제 청춘을 바친 레이어가 내 자신처럼 느껴진다. 현재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되, 만약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안진수 디렉터가 기획한 신규 브랜드 '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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