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장의 이커머스 썰戰 ⑭> 디지털 시대를 맞는 마케팅 부서의 자세

2020-11-01  

 대다수 패션 소매 기업들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은 그 어느 부서보다도 변화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포지셔닝이 쉽지 않은 부서다. 그 동안 마케팅 부서는 사내에서 가장 유행에 민감한 부서 중 하나로 인정받아 왔을 뿐 아니라 화려한 부서로 패션 기업에서 꽃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 소매 기업에 있어 마케팅은 분석이나 전략적 부분 보다는 광고와 홍보 영역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 까지만 해도 여전히 많은 브랜드들이 1년에 두번씩 뉴욕, 파리 등지에서 세계적인 모델, 포토그래퍼 등과 촬영하고, 패션쇼와 파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증대시키는 일을 해왔다.


마케팅 부서의 KPI를 수치로 명확히 규정하기 쉽지 않았고, 업계나 주변에서의 평판이나 미디어 노출량을 성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패션 마케팅 분야에서는 옥외 광고는 한정된 예산으로 일부 지역밖에 집행할 수 없으므로 사업주나 주요 임원들 그리고 그들의 지인들의 주요 동선에 배치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웃지 못할 노하우도 있다.


2000년 대 초반에는 브랜드 웹사이트 제작 열풍이 있었고, 잘 나가는 브랜드들은 6개월마다 웹사이트를 리뉴얼하기도 했었다. 브랜드별 시간차는 있겠지만, 이커머스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브랜드 웹사이트가 자사몰로 변화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웹사이트 제작 및 관리도 마케팅 부서의 업무 중 하나였다. 패션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중 가장 먼저 시작된 부분은 어쩌면 브랜드 웹사이트가 자사몰로 바뀌고 이 업무가 마케팅 부서에서 온라인 비즈니스 부서로 넘어간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함께 잘 변화한 마케터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비즈니스로 주 종목을 바꾸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패션업계 온라인 비즈니스 책임자들 중에는 마케터 출신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지속적으로 광고, 홍보에 집중했던 마케터들은 이후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홈페이지는 자사몰로 변화하며 온라인 비즈니스 부서로 넘어갔지만,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대안으로 제시되며 이를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잡지나 옥외 광고를 제작할 때 보다는 예산은 줄였고, 빈도는 늘렸지만 여전히 멋진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벤트를 기획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하고 호응을 만들어 가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잡지 광고를 줄이는 대신 그 예산을 SNS로 측정해 광고도 진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KPI는 노출수로 설정했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 부서의 보고에서는 "이 게시물이 몇 명에게 도달(노출) 했습니다." 그리고 "좋아요가 몇 개 달렸습니다. 그간의 노출 콘텐츠 중 가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과거 잡지 광고, 옥외 광고를 진행할 때와 비교하여서는 결과에서 명확한 수치가 언급돼 발전된 모습이다. 그러나 그 사이 시장은 더 빠르게 변화했고,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우리가 예상하였던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매출과 직접적으로 발생시키지 않는 마케팅 비용은 당분간 중단하라' 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결국 마케팅 비용 사용은 매출을 직접적으로 발생시켰다는 근거를 댈 수 있는 디지털 광고, 그 중에서도 직접 세션(session)과 거래(transaction)를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 keting)에 한정했던 것이다.


패션 소매업은 일반 소매업과 비교할 때 더 감성을 자극해야 함은 인정된다. 그래서 매력적인 콘텐츠 생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의 호감도를 증대시키는 일은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패션 마케팅도 디지털화(digitalized)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는 모호함이 최대한 배제되고, 숫자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KPI 설정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패션 기업의 마케팅부서에서는 'SNS 채널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므로 마케팅 부서의 것이고, SNS 채널을 통한 광고는 마케팅 부서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주 어려운 시기라 예산을 명확하지 않은 곳에 쓸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SNS 채널은 마케팅 부서의 것이 아니라 회사와 브랜드의 것이다. SNS 뿐 아니라 어떤 광고 채널이라도 거래(transaction)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에 쓰는 것이 좋다.


반대로 노출(impression)이 많이 된 광고라 할 지라도 실제 세션을 만들어 내지 못했거나, 만들어 냈다 하더라도 반송율(bounce rate)이 관리 수준 이상으로 높고, 구매를 전혀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 그 광고가 적절했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광고를 접한 사람이 언젠가는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매를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희망으로 광고를 집행하기에는 우리의 디지털 환경은 많은 것들이 수치화 되고 명확해졌다. (오프라인 광고에서는 현재도 존재하지만) 최소한 디지털 광고에 있어서는 과거와 같은 막연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우리의 패션 마케터들도 스스로의 R&R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어떤 역량을 키워야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마케터의 자질을 갖출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홍보를 하는 것이며, 어떤 KPI를 설정하고 어떻게 그 결과를 분석할 것인지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브랜드 웹사이트가 자사몰로 바뀌며 마케팅 부서의 손을 떠났던 그때처럼 현재의 브랜드 마케팅팀이 하고 있는 일들의 대다수가 디지털 마케터들에게 대부분 넘어갈 수도 있고, 머지않아 마케터라면 당연히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패션 마케터들의 변화가 개인들을 위해서도 기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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