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장의 이커머스 썰戰 ⑫> 부서간 교통 정리 잘 되고 있습니까?

2020-10-01  

오늘은 지난 열한 번째 에피소드 말미에 살짝 언급했던 '밥 그릇 싸움'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현 상황에 맞춰 각자 나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경우 중 하나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나의 유통 채널이 늘어난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기존 영업부서 내 온라인 비즈니스팀을 신설하는 것이다.


백화점 중심의 영업을 해오던 회사가 대리점 또는 아울렛 유통을 확장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반복해 언급하지만 온라인 특히 자사몰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면, 같은 상품을 파는 것뿐이지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장소나 방법도 다르고, 판매하는 방식도 다르며, 소비자와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방법도 다르다. 수십년간 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했던 것들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니며, 베테랑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이 온라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 영업 부서 수장에게 온라인 사업을 맡기는 것은(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롯데백화점 본점을 가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백화점 영업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낀 경우를 제외하고, CEO 직속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조직을 신설한 경우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온라인 비즈니스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고 나면, CEO는 온라인 비즈니스 책임자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내부 체질을 개선하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성장시켜 기업의 손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청한다. 여기서부터 소위 '밥 그릇 싸움'은 시작된다.


온라인 비즈니스 활성화 전략은 전사적 관점에서는 다양한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실제 매일 벌어지는 업무를 기준으로 보면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기존 영업부서에서 당연히 해오던 업무들이 온라인 비즈니스 활성화 전략 관점에서는 '장애 요인'인 경우도 다수다.


더불어 온라인 비즈니스 조직이 신설될 때, 이 부서의 R&R (Role & Responsibility)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면 이 부서는 기존 부서들의 관성과 텃새 속에서 좌충우돌하다 포기 또는 실패를 겪을 수 있다. 많은 패션 중소, 중견 기업들은 소위 '믿을 만한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그 동안 일반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들이 업무 성과도 많이 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이 온라인 비즈니스에는 뚜렷한 전략이나 성과를 내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그랬다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았을 테니) 막상 조직이 신설되면 신설 조직과 그 수장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는 경우가 벌어진다.


혹여나 온라인 비즈니스의 책임자가 CEO에게 직접 보고를 하더라도 CEO는 다시 기존의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다시 의견을 물어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된다. CEO가 온라인 비즈니스 책임자의 분석과 전략에 100% 동의를 하더라도,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기존에 '믿을 만한 사람'이 해오던 업무 중 많은 부분의 권한을 온라인 비즈니스 부서로 넘겨줘야 하거나, 최소한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CEO로서는 '그래도 아직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기존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의 사기를 굳이 꺾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몰과 wholesale e-tailer는 어느 부서에 관리하는 것이 온라인 비즈니스 성장에 도움이 될까?' '오프라인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매장으로 충분한 재고를 출고시켜 두고 매장이 상시 행사 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고에 충분한 재고를 두는 것이 좋을까?' '유통 수수료 내에서 유통이 부담하는 쿠폰이면 붙여서 많이 파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자사몰의 성장과 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위해 백화점몰의 쿠폰을 지양하는 것이 좋을까?'


몇 가지 사례를 언급하긴 했지만, 아마도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경영진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꼭 디지털 트랜스포이션'을 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꼭 온라인 비즈니스를 활성화해야만 하는가?' 꼭 해야만 한다면 경영진의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분명히 기존의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에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시스템과 업무적 관성을 신설 부서 또는 부서장이 스스로 깨고 바꿔 주기를 바란다면 '밥 그릇 싸움'만 하다가 실패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경영진의 정확한 현황 파악과 객관적인 결정을 통해 조직원들 사이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기업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붙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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