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패션 트렌드의 변화

2020-10-01 박진아 IT 칼럼니스트 

트랙팬츠,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인기 급상승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트랙 팬츠를 입은 사진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패션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간 8% 성장률을 거듭하던 글로벌 패션산업은 코로나19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평균 매출이 15% 이상 감소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전 세계적인 셧다운이 이어지자 의류 및 명품 구매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해 몇몇 글로벌 패션 리테일 브랜드들의 주가도 2~3%P 하락했다.


패션산업 전문 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은 '코로나19 분석 보고서'를 통해 향후 패션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생산라인을 한시적으로 멈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패션 소비시장의 하락세는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도 막지못한 트랙팬츠 열풍
모든 패션기업들이 울상인 상황 속에서도 트랙팬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매출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는 재택 근무의 확산이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 시점에서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패션의 가치는 집, 그리고 집 근처 외출을 위한 편안함과 안전성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닝팬츠, 조거팬츠, 스웨트팬츠 등 다양하게 불리는 트랙팬츠는 본래 운동을 위한 의류였다. 넉넉한 품과 신축성으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것은 물론 최근 스트리트 캐주얼의 열풍이 불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트랙팬츠는 지금의 사랑을 받기까지 반 세기의 시간이 걸렸다. 목적과 장소에 따라 옷입기 규칙이 엄격했던 1960 ~1970년대 이전까지는 트랙슈트는 운동장과 체육관 안에서만 입는 옷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다. 1980년대들어서 청소년들의 하위문화로 등장했고 1990년대 스트리트 댄서들과 힙합가수들에 의해 대중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후디, 스웨트셔츠, 스니커즈도 함께 주류 패션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 트랙팬츠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기능성 테크 섬유가 부상하면서 이를 접목시킨 워크웨어 및 테크웨어로 이미지를 변신한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애슬레저 카테고리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하위문화였던 힙합과 함께 태어나,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꾸안꾸' 룩, 그리고 기능주의와 웰빙으로 대표되는 애슬레저로 이어지는 계보인 셈이다.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는 트랙 수트


◇ '이젠 라이프스타일' 트랙팬츠의 이유 있는 변신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실존 인물이자 패션 매거진 시장의 대모 안나 윈투어 '보그(Vogue)' 편집장이 최근 트랙팬츠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트랙슈트를 입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녀가 트랙팬츠를 패션 아이템으로 대대적으로 인정한 순간으로, 이는 전세계 패션인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여전히 트랙팬츠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트렌드로 정착되어 가면서 한동안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방증하듯 미국은 이미 경제 인구의 40%가 반드시 직장 사무실에 가지 않고도 업무를 완수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에서 탈피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영국의 재택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정기적으로 화상 회의를 진행한다. 상의만 노출되지만, 회의 참여자들에게 더 격식을 차린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하의는 트랙팬츠로 편안하게, 상의는 정장을 혼합해 입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몸은 집에서 쉬고 있지만 정신과 마음은 늘 일과 대인상대에 신경써야 하는 이중적 상황이 최근 재택근무하는 사무직 노동자들 사이서 떠오른 새로운 스트레스로 떠오르고 있다.


디자인 전략가 마리오 갈리아르디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과거같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찾아온 새로운 시대를 맞아 건축, 인테리어, 패션을 포함한 디자인 업계도 새롭게 적응할 때"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셀럽과 인플루언서가 주도하던 외적 이미지 위주의 자기과시를 버리고 내적 이미지 지향의 소비자 심리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마찬가지로 소비는 라이프스타일과 떨어질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행위다. 코로나19로 완전히 변한 이 상황도 이후에는 뉴노멀이 될 것이며, 앞으로 대중은 저마다의 역량와 필요에 맞는 소비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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