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e비즈, 플랫폼으로 판 키운다!

2020-05-15 황연희 기자 yuni@fi.co.kr

이랜드 ‘키디키디’, 한섬 ‘EQL’, LF ‘AU’, 신원 ‘쇼윈도우’
결국 자본 싸움…자칫 밑 빠진 독 물붓기 우려도
 

패션 기업들의 e비즈니스가 3.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종합몰, 오픈마켓 등 타사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했던 초창기 모델이 1.0이라면 지금은 수익률 제고 및 고객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자사 온라인몰 운영에 인프라를 투자하는 2.0시대에 들어서있다. 패션 대기업의 자사종합몰을 시작으로 중견 패션기업 및 개별 기업들도 홈페이지를 대신해 이커머스가 가능한 자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최근에는 타사 브랜드까지 콘텐츠를 확장해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패션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으로 판을 키우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배팅을 걸고 있다.



◇ 자사몰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
이랜드는 지난 4월 말 아동 라이프스타일 셀렉숍 ‘키디키디(kidikidi)’를 론칭했다. 아동복 브랜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라이프스타일 관련한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 ‘더한섬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한섬은 오는 5월 말 ‘EQL’을 론칭한다. ‘EQL(이퀄)’은 2030 타겟의 온라인 셀렉트숍을 표방한다. 또 신원 역시 상반기 내 자사종합몰 ‘신원몰’을 종합브랜드 셀렉숍 ‘쇼윈도우(showindow)’로 리뉴얼해 오픈할 계획이다. 그 동안 자사몰을 운영하며 이커머스 노하우를 획득한 패션기업들이 스스로 유통사를 자처하며 플랫폼 비즈니스를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패션 대기업들은 자사몰을 운영하면서 콘텐츠 확대를 이유로 타사 브랜드를 유치해 운영하고 있다.


LF몰은 지난 2014년 LG패션몰에서 LF몰로 개편하면서 자사 브랜드뿐만 아니라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시작해 지금은 21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 종합 패션몰로 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SF샵,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코오롱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SI빌리지 등도 처음에는 자사 종합몰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리트 캐주얼 등 타사 콘텐츠를 추가해 종합 패션몰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SSF샵은 ANOTHER#을 통해 1000여개 타사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고 최근 화장품, 펫용품, 가전제품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SI빌리지의 셀렉트449에는 12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코오롱몰의 Jane’s, 커먼마켓, 바이시리즈에도 타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패션 대기업의 자사몰이 종합몰로서 버전업에 성공하자 이랜드, 한섬, 신원 등 후발주자들은 기존 자사몰이 아닌 신규 플랫폼을 론칭, 패션 이커머스 사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 ‘키디키디’, 리틀 무신사를 꿈꾸며
이랜드는 지난 4월 24일 아동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셀렉숍 ‘키디키디(kidikidi)’를 선보였다. 국내 아동복 브랜드를 소개하고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하는 큐레이션 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국내 아동복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랜드의 강점을 살려 성인복이 아닌 아동복 플랫폼으로 타겟을 달리했다. ‘키디키디’는 SNS에서 인기있는 ‘수아비’ ‘베베테일러’ ‘바나바니’ 등 디자이너 아동복과 ‘뉴에라 키즈’ ‘뉴발란스 키즈’ ‘크록스키즈’ 등 유명 제도권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지금은 자사 브랜드를 포함해 3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나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오픈 당일인 24일에는 일매출 2억 5000만원을 기록했고 ‘수아비’가 5000만원의 매출로 베스트에 올랐다.


현재 LF가 계열사 트라이씨클을 통해 유아동 전문 플랫폼 ‘보리보리’로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키디키디’는 색다른 전략이 요구된다. 이랜드를 이를 위해 ‘콘텐츠 커머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키디키디’는 아동 매거진 밀크와 협업해 아동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고 화보, 코디를 제안하는 온라인 패션 매거진을 운영한다. 또 매월 두 개의 디자이너 아동 브랜드를 집중 조명해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상품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프리젠테이션 위크를 진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아동복 시장 역시 잘되는 온라인 쇼핑몰이 여럿이다. ‘키디키디’가 추구하는 것은 고객, 입점 브랜드와의 상생이다. 경력단절맘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키디키디’에서는 최근 경력단절맘을 대상으로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선정된 개인 셀러들의 인큐베이팅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세상에 없던 상생하는 아동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디키디’는 경력단절맘들이 개인 셀러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으로 오는 7월 남대문에 마련할 오프라인 쇼룸의 공유 오피스 입주 기회는 물론 이랜드의 풀필먼트 서비스 및 컨설팅, 펀딩 등의 혜택을 제공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입점 브랜드 수를 100개로 늘리고 아동복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랜드 아동 온라인 셀렉숍 ‘키디키디’는 SNS에서 인기있는 아동복을 차별화 콘텐츠로 내세운다


◇ ‘LF몰’ ‘더한섬닷컴’ 론칭 신화 ‘AU’ ‘EQL’로 잇는다
LF는 지난해 ‘LF몰’로 약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패션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LF의 수익률을 높이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LF는 ‘LF몰’이 자리를 잡으면서 올해 별도의 남성 패션 온라인몰 ‘아우(AU, www.au-korea.com)’를 론칭했다. ‘아우(AU)’는 Adviser to U의 약자로 시간이 부족한 30~40대 남성들을 위해 쉽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상품 판매는 물론 남성 패션 트렌드 및 노하우를 제안하고 회원들간 소통을 이끌어내는 커뮤니티형 온라인 쇼핑몰이다. LF몰과 별도로 신사부문에서 단독으로 운영한다.


LF의 자사 남성복 브랜드들과 타사 남성복 브랜드를 유치하며 남성 의류, 슈즈, 액세서리 등을 총망라한다. 현재는 ‘에이카화이트’ ‘디그레’ 등 소수 브랜드만 입점해 있고 자사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어 브랜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LF는 ‘AU’몰의 #(해시태그)를 활용한 스타일 서치 서비스 스타일파인더, 전문 컨설턴트의 맞춤형 의류 제작 서비스 AU CUSTOM 등을 차별화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한섬은 지난 2015년 ‘더한섬닷컴’을 시작으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뒤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의 가격 동일화,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 등을 통해 지금은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강자로 부상했고 ‘더한섬닷컴’으로 지난해 매출 1100억원을 돌파했다.


한섬은 ‘더한섬닷컴’의 성공에 힘입어 오는 5월 말 ‘EQL(이퀄)’을 론칭한다. 한섬 이비즈니스 내 TF팀을 꾸리고 1년 가까이 준비해왔다. 김민덕 한섬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각 온라인몰의 전문화를 통해 매출 확대 및 수익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 온라인 사업을 한섬 ‘새로운 10년’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하며 이비즈니스에 대한 강력한 투자 의지를 피력했다.


‘EQL’은 2030 세대를 타겟으로 론칭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 콘텐츠로 구성한다. W컨셉, 하고 등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 쇼핑몰과 차별화를 위해 ‘이퀄’은 브랜드의 히스토리, 브랜드가 주는 메시지 등의 콘텐츠에 집중할 예정이다. 젊은 2030대 소비자들은 개성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브랜드의 가치 및 진정성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퀄’은 크게 콘텐츠와 상품이 결합된 ‘이퀄 스토어’, 협업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이퀄 익스클루시브’, 스타일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퀄 인사이더’, 한섬의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한 ‘이퀄 랩’ 등을 메인으로 한다.


많은 브랜드를 소개하기 보다 소비자들이 관심있어 할만한 특정 브랜드를 집중 탐구하겠다는 것. 브랜드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집중 조명해 가치를 상세히 전달하는 것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많은 브랜드를 구성하기 보다 가치있는, 특별한 브랜드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 신원 역시 자사몰인 ‘신원몰’을 패션 종합몰인 ‘쇼윈도우(showindow)’로 리뉴얼해 오픈할 계획이다. 신원의 전체 브랜드가 입점하며 타사 브랜드도 유치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계획이다.


신원은 지난해 이비즈 사업부를 통해 약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여성복 ‘이사베이’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캐주얼 ‘비키’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시켰다. 또 온라인 전용 여성복 ‘지나식스’를 전개하는 등 온라인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또 크리스에프앤씨도 자사몰로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몰’을 스포츠 종합 패션몰로 확장한다는 계획 아래 세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핑’ ‘파리게이츠’ ‘팬텀’ ‘마스터바니 에디션’ ‘세인트앤드류스’ ‘고커’ ‘하이드로겐’ 외에 ‘링스’ ‘로라애슐리’ 등을 연동하는 등 장기적으로 종합몰로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패알못 30~40 남성을 위한 온라인 편집숍 ‘AU’(왼쪽)과 셀렉트449를 통해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는 SI빌리지


◇ 플랫폼 비즈니스는 양날의 검!
패션 기업들이 주종목이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선희 크리에이티브팩토리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성장세를 그리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곡선의 기울기를 더 급격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택트 비즈니스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패션 기업들도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사몰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콘텐츠 경쟁력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독자적인 플랫폼 론칭까지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패션기업들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패션 기업의 새로운 수종사업이 될 수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대형 플랫폼들과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자본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쿠팡, 네이버, 카카오, 롯데 등 대형 업체들이 패션 부문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 기업들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경쟁사 입장에 있는 타사 브랜드 유치는 물론 신생 플랫폼으로서 고객 유입을 위한 홍보 및 마케팅, 물류 배송 인프라 투자, 고객 CS 등에 투자할 여력과 이에 따른 수익률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형 플랫폼 대비 고객 유입률이 적은 상황에서 25~30%의 수수료가 단지 낮다는 이유만으로 매력적이라고 어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존, 쿠팡, 네이버와 경쟁할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