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逆鱗)이 되어버린 일본 패션기업
2019-08-15최현호 MPI컨설팅 대표 
유니클로, 연간 947억원의 로열티상당 가져가

정교한 머천다이징과 검증된 Biz 전략 등 극일에 투자할 때

일본과 정치적 이슈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의 당돌한 발언은 공분의 정점을 찍고 있다.


오래 전부터 혐한 인사의 대표격이 되어 온 그의 발언은 어찌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 하지만 그가 최근 기고한 '일본제품 불매에 대한 쓴 웃음'(日本製品不買への苦笑)에 등장하는 일본산 부품이 가득한 삼성 등 한국 스마트폰 불매가 더욱 타당할 것이라는 일성은 한낱 터무니 없는 일갈로 치부하기엔 분명 찜찜한 구석도 많은 불편한 진실의 영역이기도 하다. 전국민의 공분과 함께 더욱 거세지고 있는 'NO Japan'의 물결은 지금의 현상만으로 그 끝단이 어떠할 지 예단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적 갈등이 ‘No Japan’ 불매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에서도 일본과 연계된 기업이나 브랜드의 존재와 역할은 따져보면 피상적인 짐작보단 훨씬 크고도 깊다. 지금 당장 'No Japan' 이슈의 구심력에 갇혀 드러난 브랜드명에서 인지되고 배척되는 '유니클로'나 '데상트' 'ABC마트'의 경우는 어찌 보면 일각의 노출에 불과하다.


'유니클로' 만으로 익히 알려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사 글로벌 사업부문의 중요 축으로 포함되어 있는 '띠어리'. 한국에서만도 이미 수 십 년의 브랜드 역사를 축적한 '닥스'의 소유사 역시 일본기업(일본기업 산교세이코가 인수한 지가 거의 30년에 육박하고 있다)이라는 현실.


세계가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수렴되고 있는 국경 없는 패션 시장의 환경에서 어느 한 면 무엇을 어느 기준까지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는 'No Japan'의 경계나 배척 또는 구별의 척도로 삼아야 할 지 난감하기조차 하다.


사실 단지 일본 기업/브랜드의 경우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 연계 비즈니스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지나친 수혜 결과의 일방적 독점과 선취다. 한국 패션소비 산업 생태계에서 당연시 되고 있는 이 같은 왜곡된 관행에 대한 숙고의 관점에서 우리 패션 소비시장에 준거하는 대표적인 일본 기업의 브랜드/지적 재산권의 행사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 '로열티'가 전부는 아니지요


해외 브랜드 연계 비즈니스의 과정에서 우리는 흔히 액면으로 드러난 브랜드 관련 제반 로열티에만 집중하고 있으나 사실 브랜드 자원 권리에 대한 경제적 요구는 이를 훨씬 능가한다.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 과정에서 요구되는 선진 도구와 노하우 지원 제공의 대가라는 명목이라고는 하나 실제 그것이 본질적인 내용과 얼마나 합당한 교환 가치인지는 의문이 따른다.


이들 지불 비용의 속성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제반 로열티 비용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패션 기업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럭셔리 브랜드 부문의 외자기업들 다수가 유독 유한회사라는 법인 신분을 고집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의 노출 방어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한국 소비생태계에서 준거하며 획득된 해외 브랜드 비즈니스 수혜 출혈의 정점은 즉각적인 (이익)배당의 결과이다.


수많은 합자회사(JV, Joint Venture)의 경우 역시 즉시적인 배당의 선취 또한 전혀 다를 바 없는 동일한 행태의 결과다. 해외자본 기반 수많은 기업 M&A의 결과 다수가 성장의 선 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당한 이유가 이 같은 단기적인 투자 회수 방식의 역작용으로 기인되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해외 브랜드 연계 비즈니스, 특히 해외 패션 기업의 한국 패션소비 산업 생태계에 대한 순수한 의미의 기대 역할은 현저히 왜곡되어 있다. 아무리 현대 패션 소비시장의 속성이 국경 없는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정의된다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환원되어야 할 소비이익의 자원 흐름이 이렇듯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은 그냥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 일본 브랜드의 강점


가위바위보 마저도 일본이라면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논리가 엄존하는 한국 지역시장 정서 아래에서도 유독 강세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일본 패션기업 선전의 동력은 무엇일까? 유럽 기반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내재하고 있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 또는 미국발 브랜드들의 마케팅 파워의 후광도 아니라면. 흔히 우리는 지리적으로 언어적으로 가깝고 익숙한 일본 패션 브랜드들을 단 몇 줄의 정의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자주 갇히곤 한다.


'유니클로'는 소재전문 회사야. 일본 패션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파워는 상사 회사와의 뛰어난 협업 체계 때문이지 등등. 초우량 한국 패션 기업 다수가 그토록 많은 출혈을 감수하고도 중국 시장에서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결과를 에둘러 표현하는 과정에서 돌출된 표현이라고는 하나 이는 지나치게 유약한 분석이라는 판단이다.


사실 본국이 아닌 남의 나라 소비시장에서 토종 기업/브랜드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더구나 불편한 국가 이미지와 정서를 극복해 낼 만큼 패션 소비 가치를 체화시키기란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결과가 반증하듯 다수 일본 패션 기업/브랜드의 선전은 상당한 결과에 이르렀다. 일본 패션 기업의 강점은 한 마디로 현미경 머천다이징의 힘과 충분히 검증된 비즈니스 전략 플랫폼의 정교함이다. 이는 유니클로, 데상트, ABC마트의 성장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공의 요인이기도 하다.


가치를 이기는 소비는 없다고 한다. No Japan의 열풍 속에서도 진정한 패션 소비 가치의 극일(克日)이 구현될 수 있는 냉철한 진전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