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듀오, 핫플레이스를 만들다
2019-08-01이은수 기자 les@fi.co.kr
‘젠틀몬스터’부터 ‘어니언’까지

김동규, 김성조 패브리커 대표


패브리커 대표 김동규(좌), 김성조(우)


건축 디자인 듀오 '패브리커(fabrikr)'의 손을 거치면 핫플레이스가 된다.

최근 한옥 카페 '어니언'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며 북촌 일대가 떠들썩하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난 3월에 오픈한 '어니언' 안국점, 한풀 꺾인 북촌 일대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목욕탕을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쇼룸으로 바꾸고, 폐공장을 개조한 카페 '어니언' 성수, 우체국과 카페가 공존하는 '어니언' 미아까지 이 모든 프로젝트의 주인공, 패브리커 김성조, 김동규 대표를 만나봤다.

패브리커는 김동규, 김성조가 결성한 팀으로 현재 '카페 어니언'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쇼룸을 맡아 패션업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김성조 대표는 "'젠틀몬스터'와의 프로젝트는 2011년 아이웨어 오브젝트를 시작으로 인연이 됐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의 권유로 쇼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당시 서로가 다른 시각에서 배울 수 있는 파트너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다"며 "철저한 기획과 치열한 논쟁,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공유한 잊지 못할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젠틀몬스터’ 쇼룸 프로젝트


◇ '젠틀몬스터'와 함께 성장하다

'패브리커'는 수많은 러브콜을 받지만 연 2~3회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깐깐한 기획으로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힘들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김동규 대표는 "가끔 일부 기업에서는 '젠틀몬스터'처럼, '어니언'처럼 해달라는 식의 요청을 한다. 프로젝트의 경우 브랜드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 기획에 있어 공을 들이는 편이다. 공간 디자인은 그 다음단계다. 어떤 기획력을 가지고 스토리를 담아낼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우리와 結(결)이 맞는 파트너인지를 보는 편이다"고 전했다.


'젠틀몬스터'와의 두 번째 콜래보레이션은 차병원 사거리에 쇼룸 오픈이다. 이야기가 공간에 닻을 내리다는 콘셉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이야기와 공간의 조우를 통해 공간을 그저 단순한 장소로서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잊을 수 없는 여정으로 기억되게 하고자 했다고. 그 매개체를 배를 상징적인 오브제로 활용했다.

김성조 대표는 "첫 번째 쇼룸 프로젝트 당시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출까. 어떻게 하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 오로지 고객 유입 방법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과감하게 상품 진열을 줄이고 설치 미술이라는 디자인 장치로 승부, 기대 이상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신사동에 위치한 ‘젠틀몬스터’의 두 번째 쇼룸


두 번째 쇼룸은 2014년 신사동에 오픈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쇼룸은 '퀀텀'이라는 타이틀 아래 1층은 15일마다 한 번씩 변화하는 프로젝트 공간으로 구성, 2~3층은 '젠틀몬스터'의 제품이 디스플레이 된다. 1층 공간은 가변적인 공간으로 설계, 언제든지 색이 바뀔 수도 있고 바닥의 소재가 바뀔 수 있으며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조형물이 들어올 수 있다. 


세 번째 쇼룸은 북촌의 가장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한 '배쓰 하우스(Bath House)'를 선보였다. 건물 내부를 이루고 있는 타일을 그대로 유지해 오랜 역사를 지닌 과거와 현재를 있는 시간의 흔적을 살렸다.

오래된 공간의 재생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패브리커의 작업은 오랜 대화와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이기에 돋보인다. 목욕탕을 개조할 때는 서울 시내 오래된 목욕탕을 샅샅이 뒤졌고, 폐선박을 가져올 때는 충남 대천에 오래된 배가 흉물로 방치된다는 기사를 보고 움직였을 정도다. 이밖에 '나이키' '이니스프리' '캠퍼' 등과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최근 해외 브랜드와의 프로젝트를 진행, 싱가포르 공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북촌의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한 ‘배쓰 하우스’



◇ 카페+빵+서울=어니언
    한국의 대표 카페 문화 브랜드로 우뚝


공간에 접근하는 방식도 새롭다. 보통 상업 공간이 상권이나 접근성을 따진 뒤 디자인을 맞추는 반면 '패브리커'는 디자인에 맞는 공간을 먼저 찾는다. 카페 어니언 2호점이 미아, 3호점이 안국에 열리게 된 이유다. 안국점은 가운데 중정을 두고 'ㅁ자'로 배치된 한옥이다. 661㎡(200평) 규모로 북촌에서 보기 드물게 크다. 


 김성조 대표는 "100년 넘은 고택이었다. 조선 시대 포도청 관련 건물이었다가 한의원, 요정, 한정식집을 거쳐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며 "안국점의 일 방문객은 1000명 이상, 외국인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이제는 북촌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둘이 함께한지 올해로 10년차다. 그들이 추구하는 의미있는 작업을 덕분에 기업의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기업과의 의미있는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