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놈’ 전성시대 시작됐다
2019-08-08황연희 기자 yuni@fi.co.kr
개성과 실험정신 빛나는 디자이너 트리오

이규호 '모호(MOHO)' 디자이너
이재형 '막시제이(MAXXIJ)' 디자이너
신홍용 '엑스페리먼트(XPERIMNT)' 디자이너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쎈’ 디자이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강한 개성과 창의성을 과감없이 발휘하며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모호'의 2019 FW 서울패션위크 컬렉션


글로벌 패션위크 중에서 런던패션위크는 신인 디자이너들의 발굴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패션협회는 젊고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을 후원 육성하기 위해 한정된 런웨이의 기회를 유니크한 신예 디자이너들에게 적극 할애한다.

성(性)과 사회적인 고정관념, 인종과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젊고 과감한 런던 베이스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영감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레드, 옐로 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슈트를 착장한 플라스틱 맨을 소개해 주목받은 크레이그 그린, 아기 인형을 안고 나온 츄바카로 미래 판타지를 구현한 샌더 주 디자이너, 또 중국 디자이너 펀쳉왕은 2인 1조로 패딩을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특히 지난 연초 센트럴세인트마틴스의 BA 과정 졸업생 프레드릭 티제랑센은 고무풍선을 뒤집어 쓰고 나와 드레스로 변화시키는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막시제이’의 2019 FW 서울패션위크 컬렉션


이에 반해 서울패션위크 기간에는 패션코드, 하이서울쇼룸 디자이너까지 100여팀의 디자이너들이 무대에 소개되지만 점점 스트리트 트렌드 일색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캐릭터와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할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소비자 니즈와 대중성이라는 명분에 합의하면서 일반 스트리트 캐주얼과도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시조에 반대해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며 My Way를 외치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평범함을 거부한 이들은 과감한 실험 정신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대중성과는 거리감을 인정하면서 외로운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디자이너를 갈망하는 마니아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오히려 해외 바이어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이규호 디자이너가 말하는 '모호'의 숭고함
Unboundaries Trans-wear



 '모호(MOHO)' 컬렉션의 압도적인 씬은 피날레다. 런웨이에 올랐던 모델들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동시에 걸어 나와 압도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마치 뮤지컬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2018년 3월 GN쇼로 첫 신고식을 치룬 '모호'는 다음 시즌 바로 서울컬렉션으로 무대를 바꿨고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의 적극적인 지지로 텐소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모호'의 2019 추동 컬렉션은 그로테스크한 무드가 최고조에 달했다. 매시즌 자신만의 소재를 개발해 사용하는 이규호 디자이너는 아무도 몰랐을 포장 에어캡 소재를 활용해 구조적인 실루엣을 완성하는가 하면 소재 겹겹을 쌓아 새로운 실루엣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여전히 얼굴을 뒤덮은 모델들의 공격적인 런웨이는 아방가르드함과 난해함을 오갔지만 남겨진 여운은 강렬함 그 자체였다.



 파리 에스모드파리 수석 졸업에 'ROWEN TA' 여성복 파이널리스트4, 파리 신진디자이너 콩쿠르 'DINARD'의 남성복과 소재개발 부문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규호 디자이너는 2017년 남성복 '모호'를 론칭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어필하고 있다. 그는 '모호'의 컬렉션을 구성하면서 마치 작품을 완성하는 마인드로 임한다.

이규호 디자이너는 "순수 미술이나 조각, 조소 등도 패션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증명하면서 패션 역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예술과 상업의 모호한 경계, 사물의 규정지을 수 없는 모호한 경계를 지향하고 있고 이를 아트워크와 커머셜한 의류를 믹스한 상품으로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모호'는 최근 중소벤처기업청의 'K-스타트업' 지원사업에서 트랜스웨어를 제안해 1등의 영광을 안았다. 열을 가하면 컬러가 변형되는 소재 개발, 해체 및 재조합으로 2~3 WAY 착장이 가능한 트랜스포머 디자인을 개발해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모호'는 브랜드 아이데티티를 어필하는 컬렉션과 별도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접목한 트랜스웨어, 커머셜한 디퓨저 웨어, 시즌리스로 전개하는 퍼머넌트 총 4개 라인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규호 디자이너는 "'모호'는 경계의 구분을 거부하는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이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했을 때 비주얼이 강한, 오리엔탈 무드를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해석한, 동양적인 테일러링이 강한 브랜드로 이미지를 어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보기 드문 존재감,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Extra Terrestrial



 패션계 이단아, 라이징 스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퓨처 하이패션..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컬렉션을 본 후 패션 미디어에서 그를 표현한 말들이다.

'막시제이(MAXXIJ)'를 전개하는 이재형 디자이너는 지난 봄 우리를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초대했다. Extra Terrestrial(보기드문 존재)를 테마로 한계를 벗어난 대상을 표현했던 그의 컬렉션은 오히려 그가 '보기드문 존재'임을 증명하는 듯 했다.


지난 2018 S/S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한 이재형 디자이너는 지난해 가을 2019 S/S 서울패션위크에서 텐소울 디자이너, 현대홈쇼핑 JBY 패션발전기금의 올해 신인 디자이너상 그리고 서울패션위크 최고의 신인디자이너상 '헤라서울리스타'까지 3관왕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막시제이'는 이제 4번의 컬렉션을 치룬 신예 디자이너지만 그의 론칭 준비는 훨씬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형 디자이너는 "런던에서 유학했던 10년 전부터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종합해 새로운 비주얼로 표현하는 브랜드 론칭을 목표로 했으며 2014년 회사를 설립해 구체화했다. 2018년 S/S 컬렉션을 통해 대중들에게 처음 공개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막시제이'의 콘셉은 '옷을 입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다'라는 의미에서 '마스커레이드'를 중심 개념으로 잡고 있다. 겹겹의 실루엣으로 표현한 외투, 이너웨어의 노출이 자연스럽게 아우터와 어우러지는 스타일링, 무심한 듯 찢어 붙인듯한 패딩 점퍼 등이 대표적.

"캐릭터가 확실한 브랜드, 감각적인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이재형 디자이너의 바람은 '막시제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하고 과감한 컬러 매칭은 '막시제이'의 트레이드마크이며 샤프하고 섬세한 커팅 구조는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그의 장기다. 그는 '막시제이'의 옷들이 순간적인 영감의 표현보다 0부터 100까지 세심하고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최적의 데이터를 적용시킨 과학이라고 설명했다. 풍부한 결과를 위해 실험은 반드시 요구되는 과정이라는 것.

'막시제이' 역시 하이엔드 패션을 추구한다. 전혀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하는 이재형 디자이너는 표현의 제한을 두지 않는 선에서 고급스러운 비주류를 표현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신홍용 디자이너의 실험실 '엑스페리먼트'
Never be the Same



 신홍용 디자이너는 2016년 대학 졸업 후 바로 자신의 브랜드 '엑스페리먼트(XPERIMNT)'를 론칭했다. 나름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대기업 문을 두드려보았으나 생각보다 문턱은 높았고 취업 실패자라는 오명보다 자신의 색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브랜드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엑스페리먼트'는 정해진 답이 아닌 비정형적이고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예상치 않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더 중요시 여긴다. 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을 패션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에 표출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의 실험정신은 생각보다 빨리 빛났다. 2017년 S/S 시즌 가죽 라이더 재킷 5모델로 시작한 '엑스페리먼트'는 2018년 대구패션페어 넥스트젠디자이너어워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서울로 무대를 옮겨 2019 S/S, F/W 두 번의 컬렉션을 공개했다.

'엑스페리먼트'는 'Never be the Same'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남들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비대칭, 파괴, 반항, 맹렬한, 666, 환각 등 지난 컬렉션의 테마들이 하나같이 다크하다. 스타일 역시 블랙 컬러 일색이며 지퍼 디테일과 펀칭, 과감한 절개선 등으로 비정형성을 나타내고 모델과 음악은 그러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시그니처 아이템인 라이더 재킷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가 사용하는 피스톨레시 SRL 가죽을 사용했고 지퍼 역시 세계 3대 고급 지퍼 브랜드에 속하는 람포 지퍼를 사용했다. 전체 컬렉션은 비주류의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제품 각각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테일로 하이엔드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신홍용 디자이너는 "신인 디자이너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은 센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할 때부터 가죽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 실력을 발전시켜 컬렉션으로 완성했다. 오롯이 나만의 색을 강조한 것이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엑스페리먼트'는 쎈놈에서 쎈언니의 이미지도 형상화한다. 오는 9월 '엑스페리먼트' 여성 컬렉션을 개발해 파리패션위크에 맞춰 쇼룸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