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를 꿈꾸는 패션 대기업?
2019-07-15황연희 기자 yuni@fi.co.kr
차별화된 콘텐츠 위해 PB·M&A도 적극적
패션관, 뷰티관, 리빙관 등을 특화시킨 신세계인터내셔날의 ‘SI빌리지’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10조원 돌파, 이 중 의류 패션 관련 거래액은 17조원에 달했다. 국내 패션 마켓의 외형을 약 55조로 추정했을 때 전체의 30%가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아마 백화점이나 자사몰 거래액까지 포함한다면 50% 가까이 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패션 대기업들의 온라인 비즈니스 전략이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랜드월드 등의 패션 대기업은 기존의 자사몰에 타사 브랜드를 유치해 패션 종합몰로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e-커머스 비즈니스의 2라운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패션 대기업이 자사 브랜드에 국한된 e-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과감하게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며 종합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안정적으로 구축된 수백만 회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20~30대 미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보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백화점닷컴이나 온라인 종합몰 못지 않게 e-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투자 대비 높은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패션 종합몰로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초창기 자사 브랜드의 재고 처리 목적으로 활용했던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글로벌 패션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옴니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다. 이는 특히 무신사스토어나 LF몰의 가파른 성장이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론해본다.  


◇ 혼자서는 안돼, 뭉쳐서 함께 팔자!

패션 대기업 중에서는 LF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LF는 지난 2014년 LG패션샵에서 LF몰로 리뉴얼한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패션 브랜드, 뷰티, 리빙, 키즈 등의 카테고리를 확장해 현재 2,100여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 중 2,000여개는 타사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 외형은 약 3,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LF몰은 패션 의류, 잡화 이외에도 뷰티, 리빙, 식품까지 토털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다른 패션 대기업의 경우 종합몰의 성격이 강한 LF몰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무신사스토어나 W컨셉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정한 듯 보인다. SSF숍, SI빌리지, 코오롱몰 등은 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등의 콘텐츠를 특화시켜 자사몰에 입점시키고 있다. 즉 패션 대기업이 운영하는 자사몰의 취약점인 영고객층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영 제너레이션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인디 브랜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2015년 '패션피아'  '빈폴' '에잇세컨즈' 3개 온라인몰을 'SSF샵(www.ssfshop.com)'으로 통합했다. 온라인 사업부는 박솔잎 상무가 관장하고 있으며 총 7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됐다.


‘패션피아’, ‘빈폴’, ‘에잇세컨즈’ 3개 온라인몰을 통합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SF샵’


SSF샵은 리뉴얼 초기 자사 브랜드의 종합몰이었으나 ANOTHER#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900여개 타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타사 브랜드 수는 약 400개였고 올해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 브랜드 수 기준으로만 자사 브랜드 비중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매출 TOP은 '에잇세컨즈'이고 ANOTHER# 카테고리에서는 'Le' '위메농' 'Mikve' '앤더슨벨' '콜라보토리'가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Le' '위메농'은 SSF샵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


여성, 남성, 아동,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다양화한 ‘SSF샵’의 어나더샵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ANOTHER#의 입점 브랜드를 확대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추가해 SSF샵을 패션을 뛰어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토털 스타일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외부 브랜드들의 노출을 확대하기 위해 자사 브랜드와의 스타일링 제안,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즌 컨셉 및 동영상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입점 브랜드를 위한 SNS, 유튜브 홍보 마케팅, 내부 고객 CRM 진행 등으로 입점 브랜드의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코오롱몰을 3년 내 5,000억원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지난 2016년 조이코오롱에서 코오롱몰(www.kolonmall.com)로 변경하고 옴니채널로서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다.


코오롱몰은 지난 2017년 650억원 매출에서 지난해 1,100억원의 매출로 신장했다. 코오롱몰 역시 자사 25개(수입 브랜드 포함) 브랜드를 포함해 어번 빈티지 멀티숍 컨셉의 bysseries;, COMMON MARKET, Jane's 카테고리를 통해 외부 브랜드를 유치했다.




여성 편집숍 제인스를 카테고리로 분리시킨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코오롱몰’


bysseries;는 'DAILY INN' 'FILSON' 'VEILANCE'등 60여개 브랜드로 구성됐고, Jane's 는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의 여성 편집숍이다. '어헤이트' '어몽' '렉토' '로우클래식' '분더캄머' 등 50여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50여개 라이프 브랜드를 유치했다. 코오롱몰은 장기적으로 여성 온라인 편집숍인 Jane's를 단독으로 분리 운영하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또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올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UI 개편, 개인화 서비스 강화, 배송시스템 개선 등의 시스템을 개선했고 빅데이터, 고객 행동 데이터 등으로 구축된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동탄면에 8만 1,000㎡ 규모의 온-오프라인 통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6년 자사 종합몰 SI빌리지(www.sivillage.com)를 오픈하면서 e-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고 단기간에 외부 브랜드를 유치하며 패션 종합몰로 발전시켰다. 타사에 비해 뒤늦은 출발이었지만 성장 속도는 더블 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는 매출 외형이 전년 대비 7배 신장했고 2018년에는 2배, 올해 역시 2배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I빌리지의 브랜드 구성은 자사 브랜드와 타사 브랜드가 50 : 50 비중이며 타사 브랜드는 셀렉트 449 카테고리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 중에서는 '자주' '스튜디오톰보이' '보브'가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며 타사 브랜드 중에서는 '챔피온' '레페토' '그라미치' 등이 리드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셀렉트 449를 통해 국내외 감도있는 브랜드, 자사 브랜드와 시너지가 기대되는 브랜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패션 종합몰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패션 카테고리 외에 뷰티 브랜드를 추가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섬은 자사몰 더한섬닷컴이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로지 자사 브랜드 종합몰로 운영하면서 타사 온라인몰과 거래하지 않고 온라인 독점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때문에 한섬은 더한섬닷컴의 경우 자사 종합몰로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대신 신규 온라인 쇼핑몰 론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온라인 쇼핑몰은 10~2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며 모바일 버전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며 자사 브랜드보다 타사 브랜드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온라인 ONLY 브랜드는 선택 or 필수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몰을 패션 종합몰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병행하고 있는 전략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육성이다. e-커머스 플랫폼이 거래액 대비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사 PB 론칭을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무신사가 무신사스토어의 PB로 '무신사스탠다드'를, W컨셉도 '프론트로우'를 PB로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2017년 가을 '빈폴키즈'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한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빈폴키즈'는 온라인 채널에 맞춘 상품 기획과 가격 전략으로 전향한 후 젊은 부모 고객의 취향을 저격했다. 6월말 기준 전년 대비 23%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키즈'를 통해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가능성을 검증했고 추가로 온라인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를 론칭하고 있다. 지난 봄시즌 론칭한 컨템포러리 여성복 '오이아우어'는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론칭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29~34세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타겟으로 가격대는 4만~17만원대다. 또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중단했던 '엠비오'를 25~35세대를 겨냥한 남성 컨템포러리 웨어로 리뉴얼해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리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관계사 신세계톰보이가 론칭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SI빌리지의 eON관에서 판매하고 있다. eON관은 e-라이프 소비자와 호흡하는 창의적 브랜드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신세계톰보이의 PB인 '스토리 어스', 'NND'로 구성됐다. 'NND'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스트리트 캐주얼 웨어이고 '스토리어스'는 셔츠, 팬츠, 니트웨어 등 에센셜 아이템으로 이뤄진 캐주얼 웨어다.  

또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도 최근 자사 온라인몰의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브랜드 론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몰 내에 커먼마켓 카테고리를 특화시켜 외부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기글'은 인플루언서 임기용과 론칭한 캐주얼이며 '두낫디스터브'는 모델 안재형, 김준수, 유채림이 함께 론칭한 유니섹스 캐주얼 웨어다. 또 패션크리에이터 챌미와 손잡고 스트리트 캐주얼 'MIX TO KILL'을 판매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8월에 정식 론칭할 '아카이브앱크'는 '슈콤마보니'사업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의해 탄생한 패션잡화 브랜드다.

한섬도 더한섬닷컴에서만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100여종 출시할 계획이며 핸드백 브랜드 '덱케'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한 바 있다.

패션 대기업의 온라인 콘텐츠 차별화 전략은 PB 론칭에 그치지 않고 외부 브랜드 투자 및 인수까지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마켓에서 '될 성 싶은'브랜드를 물색해 이를 자사 온라인몰로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육성하는 프로그램 sfdf를 운영하며 우수 브랜드의 경우 ssf숍 입점 혜택을 주고 있고 SI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 등도 소규모 인디 브랜드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 소비자 관점에서 e-플랫폼 운영

이처럼 패션 대기업들이 e-커머스 종합몰의 2라운드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해석함에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대형 유통사들이 그러했듯이 패션 대기업들도 패션 종합몰로 확장을 꾀하면서 외부 브랜드를 유치했으나 오히려 들러리 역할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패션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온라인 채널로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 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 온라인 몰에 비해 수수료가 낮아(평균 30%) 수익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

A 디자이너 브랜드는 "패션 대기업이 운영하는 종합몰을 들어가보면 메인 페이지나 상단 이벤트는 자사 브랜드 위주로 노출시켰다. 내 브랜드가 노출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신반의하며 입점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B 디자이너 브랜드는 "지난해 SSF샵, SI빌리지에 이어 올해 코오롱몰의 JANE'S에도 입점했다. W컨셉에 비하면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채널별로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폭넓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장점과 자사몰의 경우 임직원 할인(본사 부담) 혜택으로 고정 고객이 꾸준해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패션 대기업들의 종합몰 변신이 이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무신사스토어가 단 기간에 4,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무진장' 많은 브랜드 유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변함없는 제조사, 공급자 마인드가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e-플랫폼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오히려 소비자 마인드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Only Contents 개발을 위해 타사 브랜드 유치, M&A, 투자 등을 단행했다면 이들을 유인책으로만 활용하거나 소유하려 하지 말고 이들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션 대기업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오프라인 유통사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대기업의 역할론에 대해 심사숙고한 후 변화,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