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지속가능 패션 위해 머리 맞댔다
2019-06-15박진아 IT칼럼리스트 
제10회 코펜하겐 패션서밋 성료… 산업 전반에 경각심 촉구


지난달 15~16일 양일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코펜하겐 패션서밋 2019(Copenhagen Fashion Summit)이 성황리에 끝이 났다.

10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80여명의 고위급 패션기업 경영자 및 핵심인사, 전세계 정책입안자, 비정부기구 관계자 등 산업 전문가 1300여명이 한 데 모여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핵심사안으로 강조하며, 산업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실행의지를 촉구했다.




행사 첫 날 열린 퓨처랩 전시장 광경


국제 패션산업 리더십 포럼인 글로벌 패션 아젠다(Global Fashion Agend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매년 공동 발표하는 '펄스 오브 더 패션 인더스트리 2019' 연구보고서는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현대인들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반해 패션산업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후 위기, 자원 고갈, 경제 및 사회적 파멸로 귀결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이야기했다.



◇ 글로벌 패션기업, 지속가능 패션을 말하다

오늘날 중저가의 대중의류가 전체 패션시장의 93%를 점유하고 있다. 그 중 70%는 제 주인을 만나지도 못하고 쓰레기 매립장에 폐기되고 있다. 오는 2030년이 되면 글로벌 의류 및 신발 생산량은 2019년 6100만톤에서 81% 증가한 1억 200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속가능 패션산업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들은 친환경 테크를 혁신 동력으로 바라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나이키'는 지속가능의 방법으로 '순환 디자인 매뉴얼'을 발표했다. 순환 디자인 매뉴얼은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이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필수공통언어 구축 기초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나이키'는 글로벌 순환패션 시스템 추진단 회원으로 2020년까지 활동한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환경친화적인 원단 개발과 투명한 생산 공급망 체계 구축을 주장하는 서스테너블 패션디자인 운동가다. 그녀는 최근 구글 클라우드와 협약을 맺고 친환경 경영을 위한 실험에 나섰다. 실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패션산업 데이터 분석을 통한 천연 원단 생산이다.


폴 폴먼 국제상업회의소 회장,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지속가능 패션 위해 발벗고 나선 스타트업

최근 스타트업들도 환경친화적 패션산업 공급망 구축에 관심을 갖고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공급망 혁신 시도는 친환경 자연추출 원단, 무독성 섬유 및 염료 개발과 재활용 섬유 및 패키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실험되고 있다.

코펜하겐 패션서밋 2019의 부대행사로 열린 혁신 포럼 세션에서는 해초에 섬유 추출 기술을 선보인 '알가라이프', 손쉽게 의류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고온에서 쉽게 녹는 실을 개발해 주목 받은 '리조텍스', 석유 대신 폐목재에서 검정색 염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네이쳐코팅스'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받았다. 패션·유통 분야에서는 '소유의 종말'이 주요 키워드로 논의됐다.


코펜하겐 패션서밋에서 열린 '소유의 종말' 토론회


중국 의류 대여 서비스 '와이클로젯'의 마이클 왕 창업자는 "유행과 소비자 취향이 숨가쁘게 변화하는 요즘 패션·유통산업은 '소유'에서 '접근성'을 중시하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타고니아'는 의류를 지속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수선과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P2P 쇼핑앱 '디팝'은 위탁 판매와 중고매매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허나 이들 모두 패션기업들의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에서 발생하고 있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지적이나 대안책 논의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 지속가능 패션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올해 코펜하겐 패션서밋의 조직 운영진과 행사 참가자들은 기업들에게 과도한 재고에서 나오는 환경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간 서로 협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폴 폴먼 국제상업회의소 회장은 "매일 식량 총 생산량의 30~40%가 폐기되고 매일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는 놀라운 기술 발전을 성취했다. 하지만 기아와 홈리스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패션산업에 던져진 위기 역시 인류의 실천의지를 시험하는 환경과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피복 제품의 소재 및 제조과정의 추적, 동물복지, 탄소배출기여도 등과 같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응답자 75%가 친환경적 패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할 만큼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의식도 한층 높아졌다. 이제 지속가능 패션은 패션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책임이자 비즈니스 혁신의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펜하겐 패션서밋 후원업체가 선보인 의류제품 공급망을 추적하는 스마트 라벨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