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치픽스, 감성과 데이터가 만난 新쇼핑 문화
2019-05-01박진아 IT 칼럼니스트 
소비자 맞춤 큐레이션으로 올 1분기 매출 3억 6600억 달러 기록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티치픽스'가 3340억 달러(한화 약 380조원)의 미국 패션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온라인 대여 서비스 기업인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와 더불어 패션 리테일 시장의 가장 혁신적 기업으로 주목 받으며 전통적 쇼핑의 개념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는 사이 온라인 패션 시장은 이미 전체 시장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전문 스타일리스트 3000명과 데이터 분석전문가 100여명을 고용한 테크 주도형 스타트업 '스티치픽스'


파이퍼제프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및 Z세대는 이미 화장품을 제외한 모든 일상용품 구매를 온라인 모바일 환경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는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기술과 적절한 마케팅이 뒷받침 된다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티치픽스의 창업주 카트리나 레이크는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소매 및 레스토랑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을 살려 2011년 데이터 기반의 색다른 의류 쇼핑 비즈니스 모델인 스티치픽스를 만들었다. 이 고객별 맞춤식 패션 코디 서비스 스타트업에는 전 제이크루(J.Crew) 바이어 출신 에린 모리슨 플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창업 4년차에 접어든 2014년부터 흑자전환을 맞이했으며 2016년 매출액 7억 3000만 달러(한화 약 8313억원)를 달성하는 등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투자자들로부터 4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어 2018년 고객층 300만 명, 매출액 12억 달러의 거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부상했으며, 올 1분기에만 매출액 3억 6600억 달러를 보고했다. 이 기세를 몰아 올해는 영국 시장에서도 스티치픽스 서비스 런칭을 앞두고 있다.


스티치픽스는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의거해 다섯 개 아이템을 큐레이팅한 선물상자를 사용자의 집으로 배송해준다


◇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트렌드를 읽다


패션 기업들은 어떻게 기술을 매출로 연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여성 소비자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쇼핑'과 '선물 받기'는 스티치픽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스티치픽스를 첫 방문한 사용자는 가장 먼저 문답형 개인신상 및 취향 조사를 위한 스타일 프로파일링 과정을 거친다. 데이터 분석가들이 이용자의 반복 구매 행태, 선택 및 반송 내역, 의류 수정 및 보정 요구 사항 등과 같은 특별 추가 서비스 내역, 구매 이력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추가적으로 입력하면 사용자 개인에 맞는 최적의 코디가 도출된다. 사용자의 방문 횟수가 많을 수록 구매가격 할인율과 데이터 분석 및 코디 적중도는 한층 높아진다.


스티치픽스는 축적된 방대한 분량의 고객 데이터를 제품구성, 스타일링 코디뿐만 아니라 재고관리에도 사용한다.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에 반영하거나 입점 의류공급업체에 신상품 개발을 위한 트렌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스티치픽스는 입점 브랜드들이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매출의 60%를 자체 브랜드의 디자인과 상품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스티치픽스는 사용자의 신체조건, 취향, 선호 브랜드, 지출예산 등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의거해 다섯 개의 의류 및 액서서리 아이템을 큐레이팅한 선물상자를 사용자의 집으로 배송해준다. 소비자는 갖고 싶은 아이템은 챙기고 원치 않는 아이템은 3일 내로 반송처리하면 그만이다.


구매한 제품과 반송된 제품은 자동으로 정산되며 상자 속 물품을 모두 구매할 경우에는 총구매가에서 25%를 할인해준다. 스티치픽스는 멤버십이나 정기구독제 서비스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가입 초기 자동 배송을 주문하지 않는 한 고객은 원치 않는 자동 구매수수료 결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스티치픽스 데이터, 스티치픽스는 최근 특히 큰 몸집의 고객을 위한 빅사이즈 의류가 큰 인기를 끄는 추세를 포착해 고객들의 신체 사이즈 데이터 축적 및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 감성으로 데이터의 맹점을 보완하다


스티치픽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느 의류 리테일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매팀이 도매 가격으로 구입한 의류를 소매가에 판매하여 그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허나 스티치픽스가 현재 이렇게 주목 받을 수 있는 점은 따로 있다. 익히 IT 기업으로 전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큐레이팅 및 코디, 재고관리 등 모든 작업과정을 알고리즘, 데이터 분석 등 인공지능에만 모조리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자 속에 선별해 포장해 넣는 최종 '박싱' 작업은 이 회사의 전문 스타일리스트 3900여명이 직접 담당한다. '고교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야외용 드레스를 추천해 주세요'와 같이 고객의 특별 요청사항 및 개인적 사정을 헤아려 맞춤화한 감성 코디 작업은 여전히 차가운 컴퓨터 보다 인간의 감성에 의존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티치픽스의 주 고객층이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 여성복을 비롯해 남성복, 아동복까지 운영 중이지만 여성 이용자의 비중이 가장 크고 입점 브랜드들의 대다수도 탄탄한 여성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 론칭 초기에는 럭셔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위주로 제품을 공급했으나 최근 남녀 컬렉션 모두 판매가 25~500달러(한화 3~60만원) 대로 폭넓은 쇼핑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여성들은 매장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보며 옷을 고르고, 새 옷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이 쇼핑 문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나날이 바빠지는 일상 속에서 쇼핑을 할 겨를이 없거나 쇼핑을 즐기지 않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티치픽스의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는 색다르고 매력적인 신개념 쇼핑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