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벤처자본 더해 글로벌 스타 브랜드 키워야죠"
2019-03-01서재필 기자 sjp@fi.co.kr
패션산업 발전 위한 IT, VC 전문가 간담회

알토스벤쳐스(자본), 지그재그(IT), 앤더슨벨 / 디아이플로(패션) 참석

최근 국내외 패션시장은 전세계 40억 소비자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은 고질적이었던 마켓 사이즈의 한계를 벗어나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갖게 됐다. 이를 반증하듯 로레알 그룹이 '스타일난다'를 6000억원대 인수했으며, 스타일쉐어와 더블유컨셉, 지그재그 등 크고 작은 패션 브랜드와 플랫폼에 대한 자본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패션기업들 또한 디지털 생태계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첨단 IT와 체계적인 SCM, 글로벌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마케팅 콘텐츠까지 갖춰야 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자본시장과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패션기업은 감성과 브랜딩을, 밴처캐피털(VC)은 가시적인 숫자를 우선시하는 까닭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는 못한 것도 현실이다.


이에 <패션인사이트>는 패션기업과 IT 플랫폼, VC를 대표하는 경영자 및 전문가와 한자리에 모여 심도깊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스타 브랜드 육성을 위한 패션과 IT, 그리고 VC의 만남'을 주제로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박준식 디아이플로 대표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 △최현호 MPI컨설팅 대표가 참석했으며, 정인기 패션인사이트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했다.



◇ 사회(정인기 국장)>> 최근 벤처캐피털(VC)은 패션유통 플랫폼에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박희은 파트너>>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모바일 베이스 서비스와 이를 기반한 플랫폼들이 높은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성장하고 있는 누적 수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기업들이 플랫폼이기 때문에 우선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패션보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주 원인이다. '지그재그'를 보더라도 일간, 주간, 월간 단위로 유저들의 방문과 구매전환율을 정확히 알 수 있어서 미래 가치를 예측할 수 있다. 패션에 대해서도 관심은 높지만, 사실 제조기반을 잘 몰라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패션기업 가운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잘 할 수 있으면 관심 높다.


박준식 대표>>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시장은 위탁제가 일반적인 관계로 여전히 거품이 많고 브랜드를 안착시키는데 자본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온라인 시장으로 진입은 쉬워졌지만 여전히 전환기이다. 더욱이 모바일은 아이템 중심이고, 가격 변동이 심해서 브랜드 셋업에 고민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들은 온라인 시장 진입을 위해 외부 전문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여러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 매니지먼트 사업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기존 제조 기반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은 아웃소싱하는 방식이다.

◇ 사회>> 온라인 패션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치 평가도 달라지는듯 한데.


최정희 대표>> 요즘 온라인에서는 '브랜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체감하고 있다. 온라인은 아이템별 파워가 중요한데, 사실 브랜드에 대한 경험치가 없는 소비자들에게 그 아이템에 대한 가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브랜드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더욱 가치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온라인 마켓에서 50만원대 코트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가 선행돼야 한다. 브랜딩은 그것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쌓여야 한다. 지난해 말 울마크컴퍼니와 가진 파티에 2억원을 아낌없이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행사 이후 '버버리 행사'와 비교하며 높이 평가해주고, 이후 브랜딩으로 연결되는 것 같더라. 숫자로는 표현이 안되지만 브랜드로서 가치가 증명되고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희은 파트너>> 패션 시장에서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온라인 시장 파이가 더욱 커졌다. 무엇이든 변화의 찰나에서 이를 캐치하고 선점해 나갈 수 있는 기업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최고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박준식 대표>> 온라인 기업은 상대적으로 SCM이 취약하다. 또 성장과 함께 캐시플로우가 고민이다. 군소 기업에서 크리에이티브와 경영을 겸하다보니 성장통이 늘 뒤따른다. 매니지먼트와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사회>> 패션과 자본시장 간 가치 평가 기준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박희은 파트너>> 산업이나 기업의 성장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숫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수치들은 브랜드의 오너라면 반드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돈을 투입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단순히 계산기만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몇 패션기업들이 IT 기술을 결합해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패션기업이 IT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정리한다면 자본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최현호 대표>> 패션기업과 자본시장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가 말하는 숫자와 브랜드 경영자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미래 잠재력이 갖는 가치에 대해 서로 이해해야 한다. 잠재력을 수치로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둘 사이에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있다.


최정희 대표>> 패션산업은 데이터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롱패딩이 엄청난 수급 대란을 일으켰지만, 올해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로만 본다면 올해 역시 큰 인기를 끌어야 했지만 아니지 않은가? 매년 히트 아이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패션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를 예측하고 히트 아이템을 남들보다 한 발 빨리 내놓는 것은 데이터로만 접근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와 브랜드의 잠재력을 수치로 나타내기가 쉽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 사회>> 패션기업과 VC간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서는.


최현호 대표>> 기본적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자본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루키들이 나와야 한다. 또한 양측의 언어를 상대방에게 전달 수 있는 전문성과 신뢰를 갖춘 전달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자본시장에 어필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최정희 대표>> 사업을 시작할 때 '스타일난다'를 바라보고 달렸다. 스타일난다가 훌륭한 것은 그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가 디자이너 브랜드 가운데 상위 1%라고 한다면, 내가 선두 브랜드로서 잘해야 이 시장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는 시장이 불안정하고, 숫자로 접근하면 접점을 찾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우리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재구매가 일어날지를 고민하며 매출을 신경 쓰고 있다. '앤더슨벨'은 그동안 제조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쌓였다는 판단에서 처음으로 두 배 성장을 내부적으로 공유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브랜딩 과정을 믿고 조급하지 않는 자본이 필요하다.


박희은 파트너>> VC가 말하는 숫자는, 경영자는 항상 '내가 어떤 숫자를 갖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플랫폼도 마찬가지이다.

◇ 사회>>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플랫폼의 평가 기준은.


서정훈 대표>> 브랜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가치와 명확성,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우린 IT 기업이라고 말하지만, 같은 인더스트리 안에서 소비자 요구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일치한다면 브랜드와 플랫폼은 하나가 돼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온라인 스테이지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모든 회사가 브랜드이고, 이것에 집중한다면 다같이 성장할 수 있다.

◇ 사회>> 지그재그는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특정 브랜드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서정훈 대표>> '지그재그'에는 매일 1만개 이상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일을 중시한 탓에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가 절대 다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별 아이덴티티를 중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색깔이 명확한 브랜드도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싶다. '앤더슨벨'과 같은 브랜드도 입점하고 싶은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사회>> 최근 브랜드들을 성장시키는 브랜드 매니지먼트 사업에 관심이 높은데.


최정희 대표>> 최근 모 대기업에서 우리 직원을 스카웃해서 콘셉트를 모방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안되나' 싶어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들이 키워주겠다고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제안이 호의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박준식 대표>> 패션은 대중들의 심리(팬심)가 강하게 작용하는 산업이다. SM이 AI를 매니지먼트에 적용하듯, 패션도 결국 빅데이터 기반이 필요할 것이다. 해외 시장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브랜드 사업에 매진하는 디자이너를 위한 성장 기반이 필요하다. 국내외 마켓에서 실질적인 바잉과 팬심이 어우러진 홀세일 마켓이 형성되고 있어 이를 산업으로 성장시킬 플랫폼이 필요하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경쟁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미래지향적인 상생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박희은 파트너>> 각 영역에서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브랜드 자체를 성장시킨다면, 시장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본시장에서 더 많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성장성과 배경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그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노력해야겠다.

◇ 사회>> 온라인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감성을 제대로 전달한다면, 글로벌 마켓도 충분히 공략할 것 같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감성으로 승부하려면.


최정희 대표>> 우리 직원이 '아크네스튜디오'로 이직한 사례가 있어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보를 듣고 있다.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남다르더라. 돈이 필요한 부문에는 확실히 투자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해외 비즈니스가 초기지만,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쁘랭땅 등 23개 유력 리테일러와 상담했고, 실질적인 바잉도 진행 중이다. 해외 비즈니스에서 가능성을 찾았고, 앞으로 2년간 여기에 쏟아 부을 각오다.


박준식 대표>> 해외 사업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어떤 홀세일러나 에이전시, 리테일러를 알고 있는지, 어떤 기업들과 컨텍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각 부문별 전문 영역을 인정하고 협업해야 한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성장이 필요하다. 글로벌 홀세일은 결국 공급 비즈니스인데, 생산 조차도 어려워하는 브랜드들의 생존력을 키우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스타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박희은 파트너>> 간혹 투자 상담은 오는 경영자들이 내 회사를 어필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를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투자자를 만날 때는 '왜 그 회사에 투자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사전에 공부를 했으면 한다. 그 기업이 받은 밸류보다는 내재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박준식 대표>> 공감한다. 브랜드의 현재 수치도 중요하지만, 경영자의 철학이 중요하다. 시장성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자기 사업에 대한 고집이 결국 중장기 성장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최현호 대표>> 벤처캐피탈과 브랜드가 패션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확실히 상이하다. 브랜드들 역시 투자를 받을 준비가 부족한 것도 분명하다. '한국 패션 시장은 트렌드가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은 국내 브랜드들에게 해외 시장에서의 강점이 될 수 있다. 한국만의 아이코닉(Iconic)한 것을 찾아야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것이다. 플랫폼과의 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서정훈 대표>> 브랜드 디렉터는 내적 센스와 세상을 읽는 감각이 남다르다. 하지만 디렉터 한 명의 역량에 브랜드 자체가 핸들링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토스벤처스는 투자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수치 너머 숨어 있는 옥석을 가려낼 능력을 갖고 있다.


최정희 대표>> 한국이 자랑하는 IT와 패션의 협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만들 것으로 확신하다. 또 플랫폼들과의 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전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북유럽 브랜드들은 이미 론칭부터 글로벌 브랜드들과 맞붙는다. 하지만 우리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승리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 사회>> 오늘 간담회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역시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는 디지털 생태계를 통한 글로벌마켓에서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패션기업과 IT와 VC 등 관련 산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된다. 참석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참석자 소개>




서정훈 / 지그재그 대표


온라인 플랫폼 ‘지그재그’는 최근 가장 핫한 패션 플랫폼이며 ‘스타일난다’ ‘임블리’ ‘난닝구 등 34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전체 320만명 유저 가운데 200만명이 20대 여성으로 차별화.












 박희은 / 알토스벤쳐스 수석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이상)으로 쿠팡, 직방,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등. 또 크몽, 미미박스, 29CM(스타일쉐어에 인수) 등에도 투자한 VC.











박준식 / 디아이플로 대표


동일방직 관계사로서 ‘아놀드파마’ ‘까르뜨블랑쉬’ ‘콜마’를 전개 중인 중견 패션기업.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를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신규사업으로 검토 중이다.













 최현호 / MPI컨설팅 대표


2000년 설립이후 100여개 국내 패션기업 경영 컨설팅을 진행함. ‘모든 것은 숫자로 말한다’를 모토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재평가하며, 패션인사이트와 공동으로 <지속성장 50대 패션기업>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정인기 / 패션인사이트 국장


<패션인사이트>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특집 기사를 게재중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호 ‘세대를 뛰어넘은 감성썰전’에 이은 두 번째 전문가 간담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