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중국사업 쉽지 않네”
2018-12-12박상희 기자 psh@fi.co.kr
‘스케쳐스’ ‘칼라거펠트’ 中서 예상보다 더딘 행보


최근 몇 년간 중국 패션 시장은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전통적인 중국 패션 기업 중에는 실적위기에 빠진 곳도 늘고 있다. 경제 성장기에 시장의 성장과 함께 성과를 거둬온 기업은 거시 경제의 둔화로 인해 실적악화를 겪으며 혁신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글로벌 경쟁자가 진입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일한 브랜드에 만족하지 않고, 차별화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 혁신은 어렵기만 하다. 이렇듯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중국 패션 기업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시도하는 전략이 인수 합병을 통한 브랜드 다원화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해외 엔트리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해 혁신과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러한 전략을 통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해외 브랜드 인수 후 새롭게 브랜드를 포지셔닝하고 브랜드에 담긴 새로운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이 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 '스케쳐스', 매장 확장 더뎌


2015년 이래 중국의 전통적인 신발 기업은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아오캉 역시 예외가 되지 못했다.


아오캉이 지난 10월말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아오캉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 하락한 21억81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순익은 1억722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0% 하락했다. 아오캉 자체 브랜드가 모두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라이선스인 '스케쳐스'가 이익을 내며 그나마 하락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케쳐스'의 운영 또한 당초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2015년 '스케쳐스'와 계약을 맺을 당시 아오캉은 5년 안에 중국에 1000개 이상의 '스케쳐스' 매장을 오픈할 것을 공언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중국 내의 '스케쳐스' 매장은 150개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아오캉은 빠른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통해 실적을 올리고 성과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커머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아오캉이 우위를 가진 오프라인에서 과거만큼 성과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게다가 자료에 따르면 이커머스에서는 경쟁업체에 비해 실적이 뒤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오캉의 '티몰' 플래그십스토어의 멤버는 184만명에 달하는데, 그 중 상품을 구매하는 유효회원은 채 1%에도 못미치는 4456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지셔닝이 비슷한 타 브랜드의 유효회원은 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오캉 관계자는 "스포츠 분야의 인기 상승에 따라 '스케쳐스'의 성과가 나쁘지 않은 만큼 스포츠 분야를 확장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스마트리테일을 통해 온오프라인 옴니채널을 구축해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한편 멤버십 운영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푸젠성 샤먼에 오픈한 스케처스 매장

◇ 치피랑, 적자 행진으로 고전


치피랑의 글로벌 브랜드 운영에 대한 의지는 2011년부터 이어졌다. 이 회사는 브랜드 다각화를 위해 당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와 덴마트 주얼리 '조지젠슨' 등을 중화권에서 전개하던 항저우컨나패션을 인수한다. 하지만 인수 후에 매년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2016년 이를 매각한다.


치피랑은 2017년 3억2000만 위안을 투자해 프랑스 엔트리 럭셔리 브랜드인 '칼라거펠트' 중화권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 개척에 실패하며 실적에 악영향만 남겼다. 치피랑의 2018년 상반기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인수 이후 2018년 10월까지 228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치피랑 관계자는 "중국 전통 기업과 해외 브랜드는 이념과 스타일이 다르다"며 "해외 브랜드를 인수한 후 다시 중국 시장에서 거듭나도록 하는 능력이 하룻밤에 생겨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산업 환경에서 발전하고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수를 통한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은 빠른 성장을 실현하고, 종합 운영 능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브랜드 인수는 일반적으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쳰쟌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이 브랜드 확보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상품의 품질과 가격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경영범위와 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해 시장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기업의 지위와 영향력이 향상되면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게 되고 이는 시장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치피랑이 ‘칼라거펠트’ 중화권 경영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