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2017 히트상품으로 보는 日 소비 트렌드
2017-12-29 sookekim@gmail.com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닛케이 트렌디(NIKKEI TRENDY)가 올해도 어김없이 ‘2017년 히트상품 베스트30’을 발표했다.

닛케이 트렌디는 일본의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간하는 월간지다. 1987년 창간 이후 매년 그 해(집계기간은 전년도 10월부터 당해 년도 9월까지)에 가장 잘 팔린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 히트상품 랭킹은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일반인은 물론 일본 재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선정기준은 ▲판매도 ▲참신성(신기술 및 판매방식의 사용여부) ▲영향력(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미친 영향 여부) 등 3개 항목이다. 지난해 이미 히트했던 상품은 원칙적으로 선정대상에서 제외된다.

닛케이 트렌디가 꼽은 2017년 일본 최고 히트 상품은 올 3월 출시 이후 품귀현상을 빚으며 쟁탈전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모은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올해는 특히 ‘닌텐도 스위치’를 위시해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상품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소비욕구를 자극한 상품이 돋보였다는 것이 닛케이 트렌디의 평가다.






‘체험’ ‘참여’ 소비가 만든 히트상품
게임 왕의 화려한 귀환, ‘닌텐도 스위치’


1위를 차지한 ‘닌텐도 스위치’는 휴대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하이브리드 콘솔 게임기다. 출시 17주 만에 일본에서만 100만대가 팔려나갔고 해외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어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1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는 곧 소비자의 체험욕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체험 소비시대’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체험’이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닌텐도 스위치’뿐만 아니라 30위권에 있는 다른 히트상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객석이 360°로 회전하는 극장 ‘IHI스테이지어라운드 도쿄’가 14위에, 올4월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에 오픈한 ‘미니언즈 파크’가 23위에 랭크됐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한 영화 “이세상의 한구석에”의 성공이 불을 지핀 ‘참여 소비’도 눈 여겨 봐야 할 트렌드다. 이 영화의 성공을 기폭제로 프로젝트 당 1000만엔 이상을 조성하는 펀딩 안건이 쏟아졌고,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1090억엔으로 성장했다.


히트상품 3위에 오른  ‘크라우드 펀딩’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통상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재원(財源)을 제공하거나 협력하는 행위를 말한다. 군중(crowd)과 펀딩(funding)의 조어로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닛케이 트렌디가 뽑은 ‘2017년 히트상품 베스트 30’의 1위에 랭크된 닌텐도스위치


‘SNS’는 히트상품 제조기
포장만 바꿨을 뿐인데 소셜네트워크 타고 인기몰이


올 한해 일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통한 정보공유가 활발했다. ‘인스타바에(인스타그램 등 SNS 사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SNS 게재용 사진을 찍기 위한 소비가 늘어 히트상품 랭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위에 선정된 ‘더초콜릿’이 대표 사례. ‘더초콜릿’은 일본 내 초콜릿 매출 1위 기업인 메이지가 작년 9월에 기존 제품의 2배 가격인 230엔에 포장만 바꿔 출시했다. ‘더초콜릿’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세련된 포장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출시 이후 판매량이 3000만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구매자들이 빈 포장지에 그림을 그려서 SNS에 게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10위에 든 핸드스피너도 유튜브를 통해 조작 동영상이 퍼지며 판매 붐으로 연결됐다. 핸드스피너는 다른 기능은 없이 손가락으로 중앙 부분을 잡고 돌리는 장난감으로 피짓토이(Fidget Toy)의 일종이다.




2위에 선정된 메이지 ‘더초콜릿’은 포장지를 교체하며 누적 판매량이 3000만개를 넘었다.



‘가사 노동을 간편하고, 신속하게!’
간편조리 식자재 세트·수세미 필요 없는 주방세제


‘간편함’과 ‘신속함’은 올 한해 일본 사회를 관통한 또 하나의 소비 트렌드다. 이에 힘입어 메뉴 별로 레시피와 함께 손질된 식재료와 조미료까지 포함된 밀키트(meal kit)가 히트상품 4위에 올랐다. 독신가구 증가와 맞물려 간편식 시장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급팽창 중이고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하다. 


카오가 내놓은 ‘큐쿠토 거품스프레이’도 ‘집안 일’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덜어줘 크게 인기를 모은 상품이다. 주방세제이지만 영원한 짝꿍일 것 같았던 수세미가 필요 없다는 것이 특징. 스프레이  노즐에서 나오는 거품으로 조리도구나 식기 틈새까지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출시 1년 만에 1300만개를 판매했다. 히트상품 13위.


올해 닛케이 트렌디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그 동안 선정된 총 890종의 제품과 서비스 중 최고를 뽑는 그랜드 챔피언 조사도 실시했다. 이 조사는 일본 주요 기업에서 상품 기획과 상품 개발 또는 마케팅 직종에 있는 담당자 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영광의 1위는? 바로 2011년 1위를 차지했던 ‘스마트폰’이다.


이어 2012년에 2위에 올랐던 네이버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2위를 차지, 3위인 ‘인터넷(1996년 1위에 올랐었다)’보다 일본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 히트상품으로 각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위에 선정된 핸드스피너는 SNS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 아이템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