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케아’, 가격인하로 실적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까?
2017-12-01김숙이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
올 8월 24일, 이케아재팬은 일본 진출 8년만에 큰 폭의 가격인하를 선언했다. 전 제품 중 10%에 해당하는 800품목 이상의 가격을 평균 22%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2018년도(2017년 9월~2018년 8월) 사업전략 및 신제품설명회 자리에서 발표됐다. 내년 사업전략의 주요 내용이 가격인하라는 사실과 함께 세계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레보레이션, 애완동물용 가구판매 등의 계획도 내놨다.

이케아는 현재 28개국, 340개 매장에서 가구 및 생활소품, 인테리어 제품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판매해 연간 4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케아’의 심플하고 세련된 북유럽 스타일은 물론 일본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인지도와 화제성에 비해 빈약한 실적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성장 둔화에 고민하는 日 이케아

이케아재팬이 진행한 사업전략설명회의 이면에는 실적저하에 대한 깊은 고민이 깔려 있다.


헬렌 폰라이스 이케아재팬 사장은 "타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특히 니토리(NITORI)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타격을 입혔다"면서 “낮은 가격은 소비자가 구입 결정을 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가격 인하 결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케아재팬의 결산공고에 따르면 2014년을 기점으로 매출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4년 8월(8월 결산 법인)까지는 매출액 약 772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상반기 다치가와점과 센다이점을 오픈하고도 다음해 매출이 1.2% 늘어난 약 781억엔에 그쳤고, 2016년 8월에는 약 768억엔으로 마감하며 역신장으로 돌아섰다.


작년 매출이 768억엔이니, 2020년까지 목표치인 1500억엔 달성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매장 수 역시 2006년 치바 후나바시에 1호점을 오픈한 후 10년 동안 단 8개를 늘리는데 그쳐 2020년까지 14개 유통망을 구축한다는 목표에도 노란불이 들어왔다.


2013년에12%(87억엔)였던 영업이익도 2016년에는 16억엔까지 급감했다. 2016년 영업이익률은 2.2%로 이케아그룹 전체 영업이익률인 12.8%에 크게 못 미친다.


이케아재팬의 추락, 뒤늦은 e-커머스 탓?
수많은 일본 내 ‘이케아 애호가’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e-커머스에 뒤쳐진 것이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경쟁사인 니토리의 경우에도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전년대비 33% 가량 늘어난 226억엔을 기록했지만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e-커머스 통계에 따르면 일본 생활잡화/가구/인테리어분야 e-커머스 매출 비중은 18.66%로 니토리 역시 많이 뒤쳐져있는 상황이다.


이케아재팬은 올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매장 재고를 출하하는 등 초보적인 대응에 그쳐 제대로 된 e-커머스 시스템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거기에 방문포장판매에 안주해 수많은 구매대행사이트가 난립하는 상황을 방치했기 때문에 자사몰 개설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구매대행사이트와의 혼란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 본사도 2015년 6월 멀티채널 전략을 발표했으나 이미 때늦은 대응이었다.



가격인하를 고지하고 있는 ‘이케아’ 매장


고객을 외면하게 만든 ‘셀프 신화’
온라인 채널을 간과한 외에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케아는 셀프 신화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고객의 노동분담’이라는 설립 정신, 즉 고객이 매장에 와서 직접 구매, 배송하고 제품을 조립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므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옴니채널 소비가 가속화되면서 불편한 노동과 시간 투자에 대한 부담이 고객을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게다가 이케아는 교외형 대형매장을 고집하며 자가용으로 방문하는 고객을 메인 타깃으로 잡고 있다. 필요한 것을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니토리의 경우 도쿄 도심, 특히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도심순환선 JR야마노테선 인근에 집중적으로 신규 출점을 모색하고 있고 무인양품의 출점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케아는 이제 다양한 소비형태에 맞춰 교외 대형매장에서 소비자를 기다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해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일한 판매 채널로 가져가는 이케아에게서 제품 카테고리와 정보의 한계, 노동과 시간의 부담까지 느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옴니채널화를 터득하고 변신에 전력투구하지 않는 한 역사의 뒤안길에 서게 될 지 모른다. 체인스토어가 가진 쇼핑 편의성에 압도되어  카탈로그 통신판매가 급격하게 쇠퇴된 것을 이케아재팬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