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기업, 플랫폼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2017-11-01정인기 기자 ingi@fi.co.kr
Insight Column

올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패션 가을잔치’가 마무리 됐다.


9월 중순 인디브랜드페어를 시작으로 패션코드, 10월에는 상하이 CHIC와 MODE, 그리고 지난주에 막을 내린 서울패션위크에 이르기까지. 이 기간에 뉴욕과 파리, 밀라노 광저우 등 세계 곳곳에서 패션 이벤트가 개최됐고, 국내 브랜드들이 다양한 행태와 규모로 참가했다.


유럽과 미주에 이어 아시아 마켓이 본격적인 리테일 시대로 진입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과 수주회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또 상당수 브랜드들이 새로운 스타성을 인정받거나 구체적인 수주 성과를 내고 있어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미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가을 잔치에서는 쇼룸 비즈니스가 돋보였다. 패션 쇼룸은 최근 2~3년 전부터 지자체 지원이나 민간 차원에서 소규모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올 가을을 계기로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올 가을에는 ‘르돔’과 ‘하이서울쇼룸’을 비롯 한화의 ‘101글로벌’, SM엔터테인먼트의 ‘믹샵’, ‘POT’ 등 10여 개 세일즈랩들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네이버는 몇몇 디자이너들과 제휴해 패션쇼와 트레이드쇼 참가를 지원했으며, 글로벌 플랫폼인 육스(yoox.com)는 ‘카이’ ‘프리마돈나’ 등과 제휴해 실시간으로 컬렉션을 중계하면서 실시간 주문 판매하는 등 변화를 시도해 주목받았다.


메이저 기업들도 디자이너와의 제휴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카파코리아는 ‘참스’를 내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현대홈쇼핑과 성주디앤디(MCM)는 어워드를 통해 적지 않은 포상금을 수여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강점 제휴로 시너지 창출할 때
과거 패션 이벤트가 끝나면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는 단어가 “디자이너, 그들만의 잔치가 끝났다”였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디자이너들도 컬렉션 기획 단계부터 시장경쟁력을 같이 고민했으며, 국내외 세일즈랩 사전 미팅을 통해 제휴 모델을 찾았다. 필요하다면 현지 소싱기업과 연계해 ‘한국 디자인, 현지 기업의 마케팅&소싱’을 시스템화하는 등 시장에 부합하는 코드를 찾았다.


메이저 기업들의 파격적인 행보도 주목받았다. ‘베이직하우스’로 잘 알려진 TBH글로벌은 이번 CHIC-영블러드(CYB)에 ‘TBH Showroom’을 선보였다. 이 쇼룸에는 자사 브랜드인 ‘스펠로’를 비롯 애견용품 ‘비욘드클로젯 펫’, 모자 ‘화이트샌즈’, 여성슈즈 ‘Byeuuns’, 소녀시대 전 멤버인 제시카가 참여한 ‘Balnc & Eclaire’ 등 6개 브랜드를 복합으로 구성했다. 이들 브랜드는 디자이너와 제휴해 소싱을 현지화해 수주가격을 낮췄으며, 전시회가 끝난 이후에는 상하이법인에 상설 쇼룸을 만들어 영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베이직하우스’를 통한 중국 내 영업력과 글로벌 소싱력에 디자이너와 연예인의 기획력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올 가을 한국패션의 가을잔치는 변화된 시장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지속성장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기업과 디자이너, 세일즈랩,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제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품기획에서 재고관리까지 모든 것을 중소기업 혼자서 떠안아야만 했던 제조업시대 모델이 아닌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제휴 모델을 통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