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가을 MD개편 “백화점은 넓고, 콘텐츠는 없다”
2017-08-01이채연 기자
신규 기근에 묘수 없는 땜빵 MD
브랜드 채우기 급급한데 신규 출점은 러시
‘평 효율’ 절대평가.. 고무줄 PC 조정 여전해
마켓테스트 해야 할 팝업스토어는 행사장으로
백화점 PB 확대 ‘패션기업을 하청업체 만드나’ 지적


(왼쪽부터)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가을 MD개편이 마무리 단계다. 7월 25일 현재 신규 입점 브랜드 선정은 마쳤고, ‘퇴점보다 더 어렵다’고들 말하는 일부 대형점과 롯데의 도심형 아울렛에서 재계약 및 매장 이동에 대한 의견 조율을 남기고 있다.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 등 오픈 이슈를 제외하면 기존점들의 개편 폭은 크지 않다.

올 봄 예년에 비해 보름 가까이 확정이 미뤄졌을 정도로 MD개편에 애를 먹었던 터라 이번에는 각 사 상품본부가 속도를 냈다는 후문이다. 각 백화점은 이달 넷째 주까지는 개편에 따른 점 별 리뉴얼을 마치고 가을 영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채울 브랜드가 없다

“무엇을 새로 만들고 고치려 해도 리소스가 없으니 난감하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바이어는 MD개편을 앞두고 “MD라 해야 브랜드 발굴 육성이 아니라 철수하겠다는 브랜드를 달래고 시즌 중 무슨 행사를 기획해 매출을 맞출까 하는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신세계 보다 점포 수가 3배 이상 많은 롯데나 현대백화점도 예외가 아니다. 올 봄 MD개편안 확정이 지연됐던 원인 역시도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너무 많은 점포와 빈약한 콘텐츠다.

우선 백화점과 아웃렛, 복합쇼핑몰까지 점포 수는 늘어나는데 신규 브랜드 기근은 수년 째 이어지니 MD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중대형사들이 간간이 터트려주는 신규 사업 이슈마저 타깃 유통은 백화점이 아니다. 실제로 잠잠하던 대형유통 신규 출점은 지난 2년 간 봇물을 이뤘다. 올해도 유통 빅3가 새로 오픈했거나 출점 예정인 점포만 백화점, 아웃렛, 복합쇼핑몰까지 7곳에 이른다. 롯데는 아웃렛 4개점 출점 외에 다음달 말 종전보다 2만4,800㎡(7500평)나 면적을 늘려 부산본점을 리뉴얼 오픈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점포와 면적을 기존 브랜드로 다 채울 수 없게 되자 백화점들이 낸 고육지책이 자주MD와 팝업스토어 확대다. 롯데는 많은 점포 수를 앞세워 박리다매 할 수 있는 저가 PB를 쏟아내고 있다. 이제까지는 글로벌 SPA 브랜드와 영 스트리트 브랜드를 본 따 여성 영캐주얼과 유니섹스 캐주얼 품목의 저가 사입 편집 브랜드를 내놨지만 이제는 핸드백, 슈트, 화장품까지 품목을 확장하고 있다. 곧 남성 셔츠 PB를 론칭할 것으로 알려진다.


저가 PB로 대체한 빈자리

신세계의 경우 상품본부 내에 디자이너와 MD팀까지 구성하고 직접 생산한 PB들을 론칭하고 있다. 캐시미어 전문브랜드 ‘델라라나’를 비롯해 올 가을 강남점을 통해 후속 브랜드를 내놓고 수입 상품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도 준비 중이다.  

빅3 백화점 PB 군의 연평균 매출 신장률은 지난 3개년 간 10%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신장을 면하기만 해도 다행인 기존 입접 브랜드들에 비하면 고성장 이다 보니 특히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가대 이하 PB 기획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패션기업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MD와 수수료로 목줄을 죄더니 이제는 패션기업을 하청업체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콘텐츠를 보유한 패션기업을 유치하거나 제품을 바잉하는 것이 유통사의 본업인데 패션기업의 밥그릇까지 뺏으려 든다는 이야기다. 빅3 중 한 곳과 PB를 만들었던 한 전문기업은 “백화점과 좋은 관계를 가져가고 싶어 달려들었지만 원가 산정부터 눈치를 봐야 하고 장사가 잘 안되어도 노심초사, 기운만 빼고 수익은 거두지 못했다”면서 “더 이상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사장된 팝업스토어

콘텐츠 부족은 보통 각 백화점들이 상생 행보 차원에서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나 향토기업 제품을 단기 판매하던 팝업스토어까지 그저 비워 둘 수 없어 운영하는 행사장으로 만들었다. 올 봄에도 중단, 철수 브랜드를 대체할 MD가 없어 정규 매장을 팝업으로 전환한 경우가 빅3 수도권 점포 중 3곳 이상이었고 이번에도 뾰족한 수를 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백화점 측은 신규 브랜드가 없기도 하고 모험을 하느니 단기 판촉 효과가 높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는 입장이다. 팝업스토어 중 A급 자리로 꼽히는 롯데 잠실점 1, 2층이나 신세계 경기점 2층 등 1~2주 만에 억대 매출이 나오기도 하는 팝업스토어를 여러 개 개설하는 것이 ‘유망 패션 브랜드 발굴’ 보다 수익을 내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매출 따라 철마다 이동만

결국 백화점 MD 개편의 기준은 ‘평 효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이번 개편도 기준 면적에서 얼마의 매출을 올리느냐로 절대평가를 진행해 복종별로 면적을 늘이고 줄이는 수준이다. 이런 고무줄 PC 운영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가 잡화와 아웃도어, 여성 영 스트리트다. 이 세 PC 모두 신규 진입과 상승세가 꺾이자 면적과 브랜드 수 축소라는 뻔한 MD 결과가 나왔다.

유커 덕에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핸드백PC는 올 봄 된서리를 맞았고 올 가을 역시 빅3 주요점에서 자리보전 하기가 힘들다. 국내 백화점 점포 중 유커 비중과 핸드백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 본점은 올 봄 12개 핸드백 브랜드를 퇴점, 층간 이동 조치했다. 빈 자리는 화장품 등이 일부 채웠고 팝업스토어로 남는 면적도 있다.  

아웃도어PC 면적 축소도 이어진다. ‘정통 아웃도어’ 인기가 떨어지자 젊은층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나 키즈 라인이 있는 스포츠 브랜드에 자리가 돌아갔고 올 가을에는 골프 신규가 다수 이를 대체했다.  

동대문과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이 상종가를 쳤던 여성 영 스트리트 PC도 2012년 이후 매년 20~30%씩 매출 규모를 키웠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면적 축소에 수수료 인상 압박이 시작됐다. 

싼 가격과 빠른 상품 공급,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이 강점이던 동대문 기반 브랜드는 자의적 철수건 퇴점이건 물갈이가 시작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동대문 기반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KO패 당했던 기존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사입 편집숍 브랜드를 론칭해 다시 백화점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도 ‘임블리’ ‘츄’ 등 새 얼굴로 빠르게 선수교체가 이뤄지는 중이다. 이에 더해 롯데와 현대는 20%대 초반인 PC 평균 수수료율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려 최대 27%, 아웃렛 수수료 수준과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MD개편과 맞물려 이달 말 재계약 대상인 브랜드와 매장 수가 많아 조율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브랜드 당 2~3개 매장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