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으로 15억 매출? 누구도 예상 못했죠”
2017-08-01박상희 기자 psh@fi.co.kr
진창수 '샤플' 대표
진창수 '샤플' 대표

“‘왜 갖고 싶은 제품은 다 비쌀까?’라는 소비자의 한마디가 ‘샤플(SHAPL)’의 시작이었습니다. 꼭 필요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샤플-닥터나’ 캐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그걸 증명한 것 같습니다.”

최근 캐리어와 가방을 사전 주문으로 15억 넘게 판매하며 화제가 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샤플’이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인 ‘와디즈(Wadiz)’에서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달간 진행된 판매에는 2만2493명의 소비자가 참여, 15억1676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이는 ‘와디즈’를 통해 진행된 기존 펀딩 최고액인 8억1000만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수익이 배분되는 투자가 아닌, 소비재가 이 정도의 규모로 달성된 적은 처음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사전 주문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샤플’의 진창수 대표를 만났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몰을 통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통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 ‘와디즈’ 플랫폼을 활용했는데,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예상했던 매출은 1억 정도였습니다. 주문은 6월에서 7월에 하지만 소비자는 캐리어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8월 말에서 9월에 제품을 받거든요. 디자인, 품질, 가격에 모두 자신이 있었기에 성공은 예상했지만 15억은 기대하지 못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 것 같아서 기쁩니다.”

휴가 시즌에 맞춰 배송을 했다면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왜 휴가 시즌 이후에 배송이 되는 방식을 택했을까 궁금했다. 답은 간단했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매출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시즌에 맞춰 제품을 공급했겠죠.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서비스의 롱런을 위해서는 ‘샤플’의 브랜드로 완벽한 제품을 제공해 신뢰를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조 회사의 비수기에 맞춰 생산함으로써 단가는 낮추고 품질은 높여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진 대표는 수익분기점을 넘는 투자가 이어지자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품질을 높이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안내한 제품보다 더 나은 서비스로 투자에 대한 보상을 마련한 것이다.

“사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샤플’의 이름만 믿고 두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서 제품을 받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전 제작 시스템인 만큼 매출이 높아지는 부분을 활용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공급하면 선택에 대한 보답과 함께 신뢰가 높아질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와디즈’ 플랫폼을 활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높아진 인지도를 활용해 다음에는 ‘샤플’의 플랫폼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유통뿐만 아니라 제품 기획과 디자인에도 소셜 크라우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공급, 제품화에 성공할 경우 그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생산 및 유통을 ‘샤플’에서 맡는 방식이다.

“이번에 진행한 ‘닥터나’의 경우도 ‘샤플-닥터나’ 프로젝트를 통해 ‘닥터나’ 브랜드가 생겼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샤플’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들은 로열티와 브랜드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와디즈’를 통해 국내에 도전했지만, 다음에는 미국의 ‘킥스타터(Kick Star ter)’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볼 생각입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불특정다수(crowd)로부터 자금(funding)을 모으는 것.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소셜 펀딩이라고도 한다. 대출형, 투자형, 후원형 등이 있는데, 소비재의 경우 투자형으로 자금을 모아 최종 생산물을 투자자에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