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상권 ‘골프 캐주얼 백가쟁명(百家爭鳴)’
2017-07-15이채연 기자
골프웨어·어덜트캐주얼 경계 없는 총력전
백화점 브랜드도 노면상권서 진검 승부
노면상권 터줏대감, 대형점·토털 캐주얼 승부수
‘골프웨어’로는 성장 한계.. ‘일상복’으로 볼륨화
아웃도어·어덜트 빅 브랜드 모두 뛰어들어
올해 신규 브랜드 10개 이상



JDX 영등포 매장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2년 여 기세를 올렸던 노면상권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아웃도어 침체의 기저효과일 뿐’이라는 냉소와 ‘더 이상의 나눠먹기는 공멸’이라는 비명이 골프웨어 업계 내부에서 나올 정도지만 노면상권을 향한 영업 전략은 한결같이 ‘돌격 앞으로’다. 고비용 구조의 국내 패션유통시장에서 대리점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채널이 없는 까닭이다.




노면상권 헤게모니 쥔 골프웨어

최근 3년 사이 골프웨어 업계에서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대형 브랜드가 아웃도어 활황기 만큼 이나 많이 나왔다. 지난해 ‘와이드앵글’이 론칭 2년 4개월 만에 1000억 외형을 돌파했고 ‘팬텀’과 ‘파리게이츠’도 고지에 올랐다. 이어 ‘까스텔바쟉’이 1000억을 목전에 뒀고 ‘핑’ ‘캘러웨이’ ‘데상트골프’ ‘마코’ 등이 30개 안팎 매장을 늘리면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컨디션이라고 밝히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만이 아니라 중가대 이하 볼륨 브랜드 대부분이 택가와 실판가 사이 간극이 커 허수 논란도 있지만 아무튼 타 복종과 비교할 수 없는 성장세를 구가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처럼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노면상권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원인은 실제로 아웃도어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운영하던 중대형 매장을 상당 부분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근본적인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과 유통의 확장성을 꼽는다. 사실상 지금 노면상권에서는 골프웨어와 캐주얼웨어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연간 외형 1000억은 예전에 넘긴 위비스의 ‘지센’이나 한성에프아이의 ‘올포유’ 등 어덜트 캐주얼 리딩 브랜드들은 이미 라인 확장을 통해 골프웨어를 비롯한 스포츠 캐주얼 DNA를 이식해 둔 상태다. 패션그룹형지가 ‘까스텔바쟉’ 론칭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도 노면상권에서의 영업 노하우와 성인 캐주얼 품목 소싱 파워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다.  

골프웨어 오리진을 가지고 출발한 노면상권 최강자 브이엘엔코의 ‘루이까스텔’과 신한코리아의 ‘JDX’는 물론 ‘핑’ ‘팬텀’ ‘파리게이츠’를 전개하며 골프웨어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크리스에프앤씨는 모두 골프웨어에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토털 캐주얼’을 천명하고 있다. 가장 구매력이 높은 50대를 메인 타깃으로 40대는 잠재 고객,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60~70대까지 겨냥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 구성을 가져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론 두-골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능성 상품군(퍼포먼스 라인)을 미뤄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품질 수준은 평준화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소재 특화와 생산 캐파, 가격 싸움이 관건이다. 선기획, 대물량, 비수기 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대신 적중률을 좀처럼 높이기 힘들다는 핸디캡도 존재한다. 하지만 쌓이는 재고가 부담스러워 스타일 수와 물량을 줄이겠다는 브랜드는 찾기 힘들다. 티셔츠, 간절기 팬츠 등 시즌성이 옅은 베이직 아이템 몇 개만 기획에 성공해도 당기 수익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다.


볼빅 가두점 전경

규모의 경제심화… ‘대물량·대형점’ 공세

대형점 확대도 이들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콘텐츠가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매장 사이즈도 당연히 커져야 하는 법. 보통 수도권 직영점으로 테스트를 시작하는데, 일부 부동산 투자 측면에도 눈을 뜨고 있다.

브이엘엔코(대표 이재엽)의 ‘루이까스텔’은 300개가 넘는 매장 수나 3000억대의 외형으로나 자타공인 1등 브랜드지만 지난해는 실적이 부진했다. 휴지기가 아니냐는 업계의 시각도 있었지만 브이엘엔코는 올해 모드는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 모두 공격적이다.    
상품기획에 있어서는 데일리 캐주얼 강화 전략에 따라 시즌 당 600스타일이라는 전무한 물량 운용 기록을 세웠다(골프웨어의 경우 시즌 당 200스타일 안팎 운용이 일반적이다). 특히 티셔츠 단일 품목에 20여 컬러 바리에이션을 적용한 전략 아이템 기획은 ‘라코스테’와 같은 글로벌 캐주얼을 넘어선 것이어서 업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 유통망은 연내 30개 안팎 추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콘셉을 드러내는 대형점 개설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

크리스에프앤씨(대표 우진석)는 ‘팬텀’과 ‘핑’ 연타석 홈런을 친 후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캐릭터 골프웨어로 백화점에서 대박을 터트린 ‘파리게이츠’를 투입, 노면상권에서도 파워를 이어가고 있다. ‘팬텀’은 2000억대까지, 라이선스 브랜드인 ‘파리게이츠’와 ‘핑’도 각각 1500, 1000억 외형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기본 전략은 골프웨어를 포함해 40~60대를 위한 스포츠, 캐주얼을 기획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본물 소싱이 볼륨화의 최대 무기다. 올해 경쟁 브랜드 대부분이 팬츠 기획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팬텀’은 단일 스타일 팬츠를 2개 컬러로 12,000장 생산해 완판했다.

각 브랜드가 고유한 색을 지키면서 타깃 소비자에 맞는 활동성을 보장하는 기능성 상품, 활용도 높은 디자인, 가격 대비 높은 소재와 봉제 품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사 브랜드 간 충돌 문제도 없다는 판단이다. 한편 우진석 크리스에프앤씨 회장이 개인 투자해 인수한 ‘링스 골프’도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고 유력 상권에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점주들이 회사에 대해 신뢰가 높아 주인이 바뀐 브랜드에도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토털 성인캐주얼로 진화

신한코리아의 ‘JDX’도 멀티 스포츠 웨어로서의 정통성 위에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증축하는 중장기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00개점 확보, 18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5000억대로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상품다각화, 매장 대형화를 시작했다.
먼저 기존 3개 라인 중 스포츠·캐주얼·골프을 아우르는 상품군인 ‘X2’ 라인의 스타일을 확장하고 물량도 집중시킨다. 프로페셔널 골프웨어 상품군인 ‘X1’ 라인은 기본기에 집중하고 멀티 스포츠 기능에 초점을 맞춘 ‘X3’ 라인은 보다 전문화하기로 했다. 역시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캐주얼에 힘을 준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브랜드 정체성을 녹인 스포티즘을 가미해 매출 베이스를 탄탄히 가져가면서 소비자가 신선한 변화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다 브랜드 전개보다는 ‘웰메이드’나 ‘유니클로’와 같이 단일 브랜드로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하는 유통형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골프웨어 상권이 아니라는 우려에도 과감히 투자해 서울 성수동 옛 ‘에스콰이어’ 매장 자리에 낸 직영점을 통해 이런 구상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성과는 만족스럽다. 1650㎡(500평) 규모 성수점의 연 매출은 연간 50억 정도. 강남 논현점을 비롯해 영등포점, 명일점이 자신 있게 내놓는 스타매장이다.

패션그룹형지의 ‘까스텔바쟉’은 론칭 전 70개 매장을 확보한 상태에서 영업을 시작, 매출액 350억원을 올렸고 작년에는 180여 매장에서 800억, 올해는 200개점을 확보해 1200억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론칭 초반 3~5년 간은 매 해 더블 신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JKL파트너스와 BNP파리바자산운용으로부터 450억원을 투자 받아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던 것이 잇점이다.

한성에프아이는 ‘올포유’로 골프 캐주얼 소비층을 상담히 흡수한 상태에서 토털 캐주얼 기획을 고도화, 연간 20~30개 매장을 추가해 2000억 볼륨으로 가기 위한 중기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320개 매장에서 1700억 매출 달성이 목표다. ‘캘러웨이’의 경우 주력 유통을 백화점에서 대리점으로 전환한 후 빠르게 볼륨화에 성공, 800억대 외형을 바라보고 있다. 용품 기반 골프웨어 브랜드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 추세도 순풍 역할을 했다. 후속작인 ‘레노마골프’는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추동상품 기획 방향 손질 후 대리점 영업에 나서기로 했다.

소위 ‘백화점 브랜드’로 불리는 고가대 브랜드들도 노면상권에서 잔뼈가 굵은 중가대 볼륨 브랜드들과 진검 승부를 준비 중이다. 이미 백화점에서 프리미엄 골프웨어 주역으로 활약했던 ‘파리게이츠’가 성공 모델을 보여줬고 올 들어 백화점 내 최고 신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타이틀리스트’와 ‘데상트골프’도 점주들이 눈여겨 보는 기대주다. ‘잭니클라우스’의 대리점 영업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골프웨어 이전에 노면상권의 흥망성쇠를 갈랐던 대형 아웃도어, 어덜트 캐주얼 기업들도 속속 뛰어들었다. K2가 별도법인으로 전개하는 ‘와이드앵글’이 조기 안착하면서 경쟁관계에 있던 대형 아웃도어 기업들을 자극한 모습이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왁’을 론칭했고 기존 전개사의 몽니로 제동이 걸렸으나 블랙야크와 ‘힐크릭’의 조우도 지켜볼 만 하다.


JDX 화보 이미지

후발주자 경쟁력은 퍼포먼스 상품군

어덜트 캐주얼 ‘지센’으로 일가를 이룬 위비스는 ‘볼빅브이닷’으로 가세했다. 7월 초 현재 54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가을 오픈 확정점을 포함하면 70개, 연 내 90개점 확보가 목표다. 볼륨화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있지만 ‘골프웨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지현이라는 빅 모델을 기용해 공격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노면상권 영업에 집중하면서 업계의 질투 섞인 시선을 받았던 것도 사실. ‘지센’의 탄탄한 전국 영업망이 뒤에 있으니 기존 어덜트 캐주얼 소비자를 손쉽게 흡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황호석 ‘볼빅’ 사업부장은 “미끼상품으로 매출을 띄워 단기에 대리점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격 대비 좋은 품질, 정체성이 명확한 브랜드로 롱 런 전략을 짜려 한다. 퍼포먼스에 집중한 상품구성,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리점 수익 기반이 확실하게 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론칭 첫 해이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있는 이월상품이 없다는 문제에 대응해 추동 전략상품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온유어패럴(대표 박성용)의 ‘트레비스’도 올 3월 리론칭해 영업을 시작했다.

대리점과 아웃렛, 노면상권을 주요 공략지로 삼은 만큼 브랜드 콘셉을 라이프스타일 골프&캐주얼으로 잡았다. 하지만 데일리 캐주얼 스타일 수를 늘려 어덜트 캐주얼 시장을 일부 가져가겠다는 발상은 금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메인 타깃 40~50대, 서브 타깃 30대와 60대로 소비자 연령층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7월 현재 44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60개점에서 연매출 100억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