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삶을 산다”

2006-03-10 문상찬 moon@moravian.biz

● 패션인사이트·모라비안바젤미래연구소 공동기획

‘X세대’는 1990년대 초·중반 신문과 잡지의 지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거대한 문화·패션의 소비층이었다. 10년이 지나 사회에 진출한 이들은 새로운 소비의 주역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카메라와 폰카 등의 가장 큰 소비층을 이루며 본격적인 소비집단으로 출현하고 있으며 패션시장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패션인사이트와 모라비안바젤미래연구소는 이 세대를 ‘인디세대’로 명명하고 그들의 삶의 모습과 특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마케팅 인사이트를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아직은 SOHO에 가까운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천모 씨(남, 29)는 서울 역삼동의 15평짜리 오피스텔에 혼자 산다. 회사 창업주인 부모님 댁은 경기 분당이지만,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한 번씩 만난다. 천 씨는 4년 간의 일본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후부터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유학시절 오랫동안 혼자 살아 버릇했더니 부모님과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달랐어요.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은 주무시지도 못하고 기다리셨죠. ‘따로 살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그는 ‘독립생활’의 가장 좋은 점으로, “집에서 걱정하며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그렇다고 귀가시간이 더 늦어진 것은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자정이 돼야 집에 왔는데, 독립하고 나서는 퇴근 후 대개 집에 바로옵니다.” 오디오 마니아인 그는 집에 돌아와 혼자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큰 낙이라고.

가구는 가구거리에서 침대와 소파, 탁자, 수납장, 책장 등을 세트로 120만원에 구입했다. “혼자 사는데 비싼 것 살 필요 있나요? 나머지는 모두 쓰던 것들이죠.” 오디오에 수백만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나머지 가구들은 좀 초라한 느낌이 든다.

아침은 잘 안 먹고 점심은 회사에서, 저녁은 집에서 김치볶음밥이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 밥솥도 없고, 쌀도 안산다. 즉석밥을 사먹거나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데워 먹는다.

“아플 때 부모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나지요. 혼자 시장보러 갈 때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천 씨는 그러나 ‘왜 나와서 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나이 먹고 철들면 부모님 도움 받으며 사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되묻는다.



독립하겠다고 3년간 졸랐어요

논현동 19평짜리 원룸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한 김모 씨(여, 26)는, “정말 혼자 살고 싶었기 때문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김 씨는 리서치회사로부터 조사자료를 받아 데이터 작업을 해주고 있다. 직업 특성상 늦은 시각에 집을 들락거려야 하는 것도 독립을 부추긴 큰 이유였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대학시절부터 원룸에서 혼자 사는 것이 꿈 이었다고 말한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시간, 하고 싶은 일 등 내 마음대로 살고 싶었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금은 연봉 3천5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으니 충분하다. 가끔 사이드로 들어오는 일까지 합친다면 고정적이진 않지만 4천만원 정도의 수입이 된다.

김 씨는, “집에서 갖고 나온 건 옷과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의 소형 전자제품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세탁기, 냉장고, 책상은 재활용센터에서 사고 침대는 TV 홈쇼핑에서 샀다.

“혼자지만 살림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죠. 그렇지만 혼자 사니까 확실히 돈에 대한 관념이 뚜렷해져요. 수입·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하다 보면 돈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되죠.” 부모님 댁은 한남동. 수시로 들락거리며 밥을 얻어먹는다고 한다.

“혼자 살아보면 그간 부모님이 키워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죠. 예전엔 ‘엄마가 있으니까’ 하는 생각에 손 하나 까딱 않고 살았지만, 이젠 나 자신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독립심을 많이 키웠습니다.”

김 씨는 독립 이후 부모님과의 관계가 더욱 좋아졌다고 했다. 걱정투성이이던 어머니도 이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단다. “하지만 아직도 볼 때마다 ‘들어와 살아라’고 하세요. 물론 전 절대 안 들어가죠. 결혼할 때까지 계속 혼자 살 생각이에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우리는 지난주까지 인디세대의 정의, 등장 배경,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부터는 앞서 말한 내용들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인디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접근 해보도록 하겠다. 인디세대의 가장 큰 특성인 독립생활에 대한 욕구와 독립적인 성향은 그들의 일상생활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혼자 사는 20대들이 많이 보인다. 부모님은 서울의 위성도시에서 생활하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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