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신임 CEO 선임 논란

2006-03-10 예정현 기자 

신임 CEO에 「유니레버」 출신 로버트 폴렛 임명, 어패럴 경험 전무, ‘구찌 수퍼마켓’ 탄생 우려도

PPR은 유통업계의 면모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어패럴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찌」 그룹의 경영진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구찌」 그룹의 미래를 불안스럽게 지켜보던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의 후임으로 무명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파시네티(여성복), 알프레도 지아니니(남성복), 존 레이(액세서리 부문) 등 3인방을 내세운 분권형 시스템을 구축, 디자이너 파워 축소에 나선 PPR이 CEO 도미니크 데 졸레의 후임자로 「유니레버(Unilever)」 아이스크림&냉동식품 디비전 수장 로버트 폴렛을 임명하면서 바야흐로 「구찌」는 수퍼마켓 시스템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분권형 디자이너 시스템은 프라다 그룹이 「질샌더」를 인수한 후 ‘경제적이고 실리적’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채택했던 방식이지만 1년 만에 「질샌더」를 디자이너 색깔도, 독특한 컨셉도 없는 미적지근한 브랜드로 만들면서 매출 적자에 허덕이게 한 위험한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PPR이 「구찌」의 브랜드 이미지와 통합성을 해칠 수 있는 이러한 무리수를 둔 것은 어패럴이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감정적 공감’을 기반으로 한 지극히 예민한 제품이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앙에서 각 디비전을 총괄하고 제품 카테고리별로 관리하는 유통계의 특성을 고집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 같은 PPR의 결정은 각 라벨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해 온 도미니크 데 졸레의 후임자로 어패럴 지식이 전무한 폴렛을 임명하면서 절정을 이루는 느낌이다. 1978년 이후 「유니레버」에서 근무해 온 로버트 폴렛은 파리, 밀라노, 함부르크, 아시아 시장의 마케팅을 담당했고 냉동식품 디비전을 지휘하며 이익마진을 70%까지 올리는 수완을 발휘한 인물로서 PPR은 뛰어난 기업가적 마인드와 경영 능력이 새로운 「구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적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수익 중심의 상업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로버트 폴렛의 지휘 아래 「구찌」 그룹이 창의성보다는 ‘이익’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올 7월 「구찌」의 CEO로 취임하게 되는 로버트 폴렛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브생로랑」 「부쉐론」 주얼리 유닛의 전략과 목표를 재정비하고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알렉산더맥퀸」과 「스텔라맥카트니」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에 대한 투자 방향을 재고할 것으로 알려져, 그의 취임 직후 「구찌」 그룹은 전면적인 개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매스마켓 상업주의가 창의성을 밀어낸 것으로 분석하면서 「구찌」 그룹이 LVMH를 능가하는 수익 지상주의로 돌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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