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쇼크?

2006-03-10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최근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가 국회의원 당선자 13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정책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외교통상 상대국으로는 중국(63%), 미국(26%), ASEAN(5%), EU(3%), 일본(2%) 순으로 나타나 향후 우리의 외교정책이 미국 우선에서 중국 우선으로 변화할 조짐을 예고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 조짐은 중국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섬유패션업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좁디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제1의 소비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업계와 정부가 한마음으로 준비한 행사가 지난 22일부터 3일 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프리뷰인상하이2004’다.

그러나 ‘프리뷰인상하이2004’ 행사를 뒤돌아 보면 70,80년대의 권위주의적 사고와 전시행정의 나쁜 관행이 여전히 한국 섬유패션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심정이다.

우리는 왜 중국으로 향하는가? 이번 프리뷰인상하이2004 행사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큼이나 쉬운 이 명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은 중국보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에 고부가가치 섬유패션을 수출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회는 사스 파동으로 죽을 쑨 지난 1회 행사와는 달리 중국 의류업체와 유통점의 바이어들과의 실질적인 상담이 진행되어 소기의 성과를 올렸고 최지우, 권상우 등 한류 스타들을 동원해 중국 언론들의 관심을 끈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 행사기간 동안 노출된 미숙한 행사진행과 전시행정의 구태를 재현한 모습은 전시회의 주최측인 섬산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섬산연은 이번 행사에 섬유패션관련 단체장 10여명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쉐라톤 워커힐로 모셨다. 또 40여 명의 국내 기자들을 초청해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 그리고 관광비를 댔다.

죽어가는 한국 섬유패션산업이 중국이라는 새로운 기회시장을 만나 활력을 모색하는 모습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방송매체와 일간신문의 기자들을 대거 초청한 것은 ‘행사 주최자의 치적을 과시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프리뷰인상하이2004 행사의 원죄는 바로 ‘누가 전시회의 주인이고 누구를 위한 전시회인가를 망각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프리뷰인상하이는 우리의 섬유와 패션을 중국에 알리고 수출을 하기 위한 상담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부에서 15억원을 지원했고 참가업체도 3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 행사의 주인공은 행사에 참가한 한국의 섬유패션업체와 중국 바이어들이다. 그 외의 것들은 이들의 만남을 도와주는 보조자와 촉진자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아쉽게도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앙드레 김의 패션쇼와 전야제가 메인이 되었고 ‘한국섬유패션대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는 행사 홍보를 위해 초청되어 간 기자들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기자들의 행사 리뷰 기사는 행사의 비즈니스적인 목적과 본질을 취재해 보도하기보다는 앙드레 김과 한류 스타들의 중국내 동정과 활동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일부는 전야제 행사의 문제점만 부각시켜 국내에 있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번 행사의 메인이 앙드레 김 패션쇼와 한류 스타들의 공연으로 비춰지게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국내 기자들이 이러할 진대, 중국 현지 기자들이 전시회보다 한류 스타들의 취재에만 열 올리는 것을 어찌 탓할 수 있으랴.

또한 비즈니스장이 되어야 할 참가업체 만찬 또한 준비 부족으로 인해 모양만 만찬이 되고 말았다. (호스트가 호스트 역할을 하지 않아) 호스트가 없는 만찬에서 중국인들은 중국인끼리, 한국인들은 한국인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촌극이 연출됐다. 흔하디흔한 참석자들의 소속과 이름을 적은 명찰마저 준비되지 않아 서로를 더욱 갈라놓았다. 중국 바이어와의 만남에 기대를 안고 만찬장을 찾았던 몇몇 섬유패션기업의 사장들은 밥도 먹지 않고 행사장을 서둘러 떠났다.

상담실적을 부풀려서 언론의 비판을 받는 모습은 차라리 귀여운 애교(?)로 보인다. 중국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다. 정부 여당의 최우선 교역 대상국이 중국으로 변화하는 정치구도 속에서 섬유패션업계 또한 그런 정세에 걸 맞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일부 복종에만 집중된 왜곡된 전시장 구성, 한류 열풍에만 기대는 빈곤한 홍보 마케팅, 사전 준비 부족과 미숙한 진행, 여기에 주객이 전도된 소아병적인 전시행정으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중국에서 마저 새는 모습을 연출한 프리뷰인상하이 행사는 근본적인 대수술 없이는 그 존재마저도 위협을 받는 지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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