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자율복을 입히자”

2006-03-09  

누구나 외출을 준비하면서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땅한 옷은 없고 뭔가 새로운 분위기는 내고 싶고…. 특히 정장이 아닌 색다른 코디로 연출을 해보려면 옷입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썩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기란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코디’란 말이 유행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한때 ‘코디’란 단어는 패션의 대명사처럼 유행해서 ‘코디패션’ ‘코디편집매장’ ‘코디네이트’ ‘크로즈 코디’등의 전문용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디’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 유행하게 된 배경을 사회적으로 살펴보면 1980년대 교복자율화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부터다. 당시로서는 많은 논란 끝에 이뤄진 교복자율화였지만 다소 보수적인 교육계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이 단정하지 못하고 학생과 일반 사회 청년들을 구별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복자율화는 분명 당시 위정자의 대결단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게 ‘단정함’에서 ‘자유분방함’을 선물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교복자율화의 파장은 실로 컸다. 우리의 사무실에 유색 컬러의 와이셔츠가 등장한 것도 교복자율화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부터다. 우리 가정에 유색 컬러의 냉장고가 등장하고 길거리에 형형색색의 자동차가 등장한 것도 교복자율화 세대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주변의 건축물이며 실내 인테리어에 다양한 디자인이 도입되고 ‘컬러’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육계는 어느 날부터 학생들에게 교복을 다시 입히기 시작했다. 교복자율화가 학생들에게 빈부격차를 확인시켜 주는 부정적인 면이 있고, 역시 단정하지 못한 점이 어른들의 눈에 거슬린 것이다.

물론 지금의 교복은 품질도 좋아지고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교복은 분명 학생들에게 자기연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어머니가 세탁해 주는 옷을 그냥 걸쳐 입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아침에 거울 앞에서 할 일이란 세면이 잘 되었는지 복장이 단정한지만 보면 된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기연출을 위해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 교육계는 단답식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는 ‘다양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미국의 힘은 다민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의 접맥에서 나온다고 한다. 오늘날 ‘다양성’의 파워는 놀랄 만하다.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판타지 소설시리즈 한 편, 시뮬레이션 영화 한 편을 제작해 우리 전국민이 땀흘려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이는 일이 흔해졌다.

우리의 핸드폰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도 ‘한국의 디자인력’이 바탕이 된 때문이다. 이 디자인력이 나오기까지는 단순히 몇 개 기업의 경영능력이나 인재관리, 혹은 기술개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양성해 온 10만 명에 이르는 디자인 관련 풍부한 인력이 바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디자이너에게 심각한 결점이 있으니 이것이 ‘컬러’감각이다. 우리의 디자이너들은 대담한 컬러를 사용하는 데 미숙하다. 우리 사회도 대담한 컬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의 디자이너들은 ‘정돈’에는 익숙하지만 파격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을 하는 데는 주저한다. 디자이너뿐 아니다. 우리는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빨강, 노랑, 파랑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이는 글로벌시대를 사는 우리 2세대들에게 교육자들이 저지른 ‘범죄’의 결과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도 교복을 자율화하자. 그리하여 ‘자기연출’에 고민을 하게 만들어보자. 이것이 다양성 교육의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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