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피하는 오너들의 속사정은?”

2006-03-09 정인기 기자 ingi@fi.co.kr

국내 패션시장에 대한 경영자들의 ‘투자기피’ 현상이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경영자들은 경기침체와 생존우선 전략을 1차적인 이유로 들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효율이 우선이라는 것.

그러나 경영자들이 국내시장에 대해 투자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매력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브랜드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백화점 유통이 필요한데, 50%가 넘는 유통비용(판매수수료+판매관리비+수선비 등)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

노면상권 위주의 대리점 유통도 있지만 매출이 검증된 브랜드가 아니고서는 점주들의 무리한 요구(인테리어비 지원, 매출보장 등)를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사업부장이나 디자인실장은 기본이고 5~6년차 디자이너나 MD까지도 터무니없는 몸값을 요구하는 탓에 신규 사업에 대한 의지마저 꺾여버린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인건비와 유통비용, 광고판촉비 등 신규 사업에 필요한 투자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은데 비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어 투자 매력이 없다는 것.

중견 여성복 업체 사장은, “신규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 자신이 없다. 비싼 인건비와 백화점 수수료 때문에 지금 전개중인 브랜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국내시장은 효율 기준으로 20여 개점으로 줄이는 대신 중국시장은 올 연말까지 15개로 늘리기로 했다. 중국 사업은 현지 업체와 공동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유통 이외에도 생산공장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오는 7월경 중국에 기획팀을 별도로 구성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현지 매장을 보완하는 차원이겠지만 머지않아 현지 기획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상해 인근에 제3 공장을 증설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국내시장은 유통비용과 인건비 등에서 경쟁력이 낮다. 향후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캐주얼 업체 경영자는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월매출 7천만원 이하의 백화점 매장은 모두 철수할 방침이다. 평균 네 명의 판매사원을 썼는데, 최근 다섯 명으로 늘리라는 통보에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나 혼자 살겠다는 욕심보다는 다같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영자는, “처음부터 무리한 몸값을 요구하기보다는 브랜드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은 후 그에 따른 성과급을 요구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외형보다는 투자 대비 이익까지 챙길 줄 아는 프로근성이 절실하다”며, “투자해서 돈 벌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왜 망설이겠느냐”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는 브랜드와 패션기업을 만들기 위한 구성원들의 의식변화와 생산 및 유통업체의 공동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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