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앞길 막지 마라!”

2006-03-08 유재부 기자 jby@fi.co.kr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무작정 취업했다가 곧바로 퇴사하는 이른바 ‘묻지마 취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인터넷 취업 포털 잡링크가 남녀 구직자 2천7백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입사시험에 통과했지만 3개월 이내에 퇴사한 구직자가 전체의 29.4%로 10명중 3명이 바로 퇴사한 셈이다. 퇴사 시기도 ‘입사 후 일주일 이내’(43.4%)가 가장 많았고 ‘입사 첫날’ 퇴사한 사람도 24.7%나 됐다. 이러한 ‘묻지마 취업’이 올해도 여전해, 지난달 기술직 채용사이트 케이티잡과 건설기술직 채용사이트 워커가 함께 구직중인 회원 1천2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0명중 7명이 최종면접이나 합격통보를 받은 뒤 자발적으로 입사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했다가 회사와 맞지 않거나 적성이 맞지않아 퇴사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문제는 적성과 무관하게 취직한 뒤 3개월 이내에 그만두는 ‘묻지마 취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 두는 형태도 다양하다. 먼저 메신저형. 메신저나 이메일, 혹은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일방적으로 퇴사 사실을 통보하고 회사를 안 나오는 안면몰수형이다. 두번째는 잠수형. 어느날 갑자기 출근을 안하고 핸드폰 번호를 바꾸거나 연락을 두절하는 경우다. 세번째는 양다리형. 출근을 했지만 남몰래 구직 활동을 계속해 자리가 나면 바로 옮기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메뚜기형으로 이직에 재미(?)를 붙여 3개월 단위로 직장을 옮겨다니는 유형으로 나이에 비해 이력서가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구직자들의 무책임한 ‘묻지마 취업’의 여파는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패션 업체에서는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고 한다. 즉 "OO 학교는 절대 채용 안한다.” 며 특정학교를 채용에서 배제시키는 가하면, “4년제는 절대 안 뽑는다.”며 노골적으로 2년제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즉 선배들이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후배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패션계는 타 직종에 비해 이직율이 높다. 이는 브랜드간 경쟁으로 인한 스카우트 열풍과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인력 구조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결과다. 즉 티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영세한 곳에서 경력과 능력을 쌓아 스카웃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티오가 생겨도 인적물적 비용이 큰 공채보다는 인맥이나 학맥을 통한 수시 채용이 많아 사장이나 실장이 어느 학교 출신인가가 채용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물론 선배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쌓아온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특정 학교가 선호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후배들은 선배들의 덕을 톡톡히 보게되는 것이다.

2002년 6월, 우리는 ‘꿈은 이루어 진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 꿈을 위해 히딩크와 태극 전사들은 차근차근 준비를 해 세계 4강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어려울수록 꿈을 가지고 취업 전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적처럼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할 기회가 왔더라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특히 입사나 퇴사 과정에 있어 투명하고 예의 바른 처신을 해, 후배나 학교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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