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오너 경영자가 패션협회장 맡아야”
2015-01-26박찬승 기자 pcs@fi.co.kr
패션協, 회장 선임 앞두고 ‘자격론’ 급부상


오는 2월 중순에 있을 ‘한국패션협회 회장 선임’에 패션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패션협회는 국내 320여개 패션기업과 관련인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제일모직과 이랜드, LF, 코오롱인더스트리, SK네트웍스,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메이저 기업까지 포함된 명실상부 국내 패션산업을 대변하는 민간 단체다.

원대연 現 회장은 지난 2004년 공석붕 전 회장의 퇴임으로 임기를 맡은 후부터 전임자 잔여임기 포함 세 번의 연임으로 12년째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원 회장은 지난해말부터 차기에도 회장직을 계속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고, 지난 20일에는 관련업계 미디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원 회장은 20일 “이천물류단지가 성공적으로 개점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최근 하남에 패션시티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한 번 더 해야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회장은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데 아직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며 적임자 부재론을 가장 큰 이유로 거론했다.
그러나 현재 패션업계는 원 회장의 이같은 연임 의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않다. 이미 4차례나 임기를 수행한 만큼 새로운 인물이 나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걸맞는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수립과 회원사 권익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 현 회장 지난 공로 인정…정관 따라 패션기업 경영자가 맡아야

한 중견 패션기업 오너 경영자는 “현 회장은 취임 이후 대형사들의 회원사 가입 등 적지않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패션 산업은 최근 창조경제론에 힘입어 미래형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1년간 업계를 위해 헌신한만큼 이제는 새로운 인물이 나서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인물 추대를 강조했다.

또 다른 경영자는 “협회는 회원사가 중심이 돼야 하고, 회장도 패션기업을 경영하는 현직 경영자가 맡아야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협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천사업도 초기 의도는 패션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협회장이 공동 대표로 참여했지만, 핵심 부지를 유통사인 롯데에 매각하면서 결과적으로 롯데에 특혜가 돌아갔고, 몇몇을 제외한 패션기업들은 혜택을 보지 못했다.
더욱이 롯데아울렛으로 인해 이천, 광주, 여주 등 인근 노면상권 매출 급락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대리점주나 패션기업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협회의 처신에 불만을 토로했다.

원 회장은 이에 대해 “이천 사업은 초창기 회원사 협조가 미비해 많은 고생을 했다. 이후 활성화된 후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하는 일부 회원사의 푸념”이라며, 인근 노면상권 피해에 대해서도 “롯데와 협의해 해당 지역 피해 상인들에게 이천롯데아울렛에 대한 우선 입점 혜택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 現 회장 4연임 고집에 원로들까지 반대 표명

하지만 이러한 원 회장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회원사들의 연임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패션업계 소장파는 물론 원로들의 반대도 심각하다. 최근 원회장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이 나서서 원로들의 연임 동의를 구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지만, 참석한 대부분 원로들이 따로 모임을 갖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등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복수의 원로들은 “패션협회 정관에도 협회장은 패션기업 오너가 맡도록 돼 있다. 협회의 안위와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닌 회원사의 발전과 협회의 역할 변화를 위해서 기업 오너가 맡아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이천 사업만 하더라도 협회가 패션업계를 대표한다는 명목으로 참여해 그 댓가로 받은 돈으로 협회 사옥을 무리하게 마련하고, 그 결과 수익사업이 불가능한 사단법인 협회에 십억원대의 부채를 안겨준 것은 협회의 취지와 역할을 모르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아름다운 선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

원로들의 입장 표명 이후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도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지난 연말 코리아패션대상을 받으며 “남은 여생 패션업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신현균 대현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또 대기업에서 출발해 건실한 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구본걸 LF 회장, 지난해 1조 5000억원 매출 실적을 올린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박순호 세정 회장 등도 거명되고 있다. 또 여성복과 캐주얼,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패션 전문기업으로 정평이 난 김창수 에프앤에프 사장, 아웃도어로 단기간에 1조원대 외형을 달성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 회장도 연임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면서도 적임자가 있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며 “신임 회장은 능력과 덕망을 겸비한 인물로 추후 업계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추대 형식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해 다음달 총회 이전에 추대 형식의 신임 회장 선임 가능성을 남겨뒀다. 하지만 2월말로 예정 되었던 패션협회 이사회 일정을 갑자기 설 명절을 앞둔 바쁜 시기로 당겨서 개최하여 다수의 참석을 배제시키려는 등 현재 패션협회 집행부는 원대연 회장의 연임을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신임 회장이 추대되더라도 지난 11년간 협회를 이끌며 많은 공적을 남긴 현 회장에 대한 예우는 최대한 해서 ‘아름다운 선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금 한국 패션업계에 불어오고 있는 바람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진통으로 어쨌든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