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PB, 약일까! 독이 될까?
2015-01-16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과 브랜드 가치까지 제안

유통업계가 미끼상품으로 활용하던 PB를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무장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자주’ 코엑스몰점



유통업계의 PB(Private Brand) 상품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미끼 상품으로 활용되던 PB가 높은 품질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가치를 중시하는 스마트 컨슈머들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PB를 독립해 브랜딩화 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며 PB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가 이렇게 PB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신규 콘텐츠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즌별로 신규 론칭 브랜드가 쏟아졌지만 경기 침제가 장기화된 이후로는 뉴페이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선함을 유지해야하는 유통업계의 입장으로써는 직접 발벗고 나설 수 밖에 없던 것.

한 전문가는 “처음에는 벤더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했던 유통업계가 직접 사입을 하는 형태까지 발전해왔다. 또한 최근 몇년새 국내에 독창성을 지닌 신진 디자이너 및 홀세일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이들을 잘 활용한다면 함께 상생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이마트 PB였던 ‘자주’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열었다. 이어 코엑스에도 입점하며 이마트, 백화점, 아웃렛 등 신세계 그룹사 채널 위주의 유통망을 더욱 넓혔다. 올해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매장을 10개까지 확보한 뒤 3년 내에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0년까지 5000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이 1500억원 정도이니 5년간 3배 이상 성장시키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의 PB인 ‘소울331’



롯데백화점은 PB를 ‘아카이브’ ‘비트윈’ ‘gr-8’ 등 직접 바잉하는 형태로 진화시켰다.


과거 ‘진스퀘어’ ‘올리버핫스텁’ ‘코스’ 등 다수의 벤더업체를 활용해 상품을 공급하는 셀렉트숍을 운영하며 PB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올리버핫스텁’은 2008년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중저가 캐주얼 여성복을 선보여 큰 호응 속에 성장했다. 꾸준히 매출 신장을 이어온 이 브랜드는 현재 29개 매장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gr-8’과 ‘테이스트5.1’도 반응이 뜨겁다. ‘보이런던’ ‘조이리치’ ‘레이지오프’ 등 개성강한 의류들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정상 매출만 유니섹스 상품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열풍인 프리미엄 패딩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소재와 디자인이 뛰어난 ‘에른’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공급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매장을 연 뒤 월 평균 매출 10억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선보인 신진 디자이너 셀렉트숍 ‘소울331’도 성업 중. 신선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이 숍은 최고 월 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가을과 겨울을 겨냥한 아이템을 대물량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320g이라는 풍부한 충진재와 고급 라쿤털을 트리밍으로 사용한 패딩과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원사로 제작한 캐시미어 니트는 큰 호응속에 팔려나갔다. 남녀 각각 600장씩 제작한 패딩 중 여성 제품은 완판됐으며, 남성 제품은 85%가 소진됐다.


서세규 현대백화점 미래MD전략사업부 컨텐츠운영팀장은 “패딩은 45만원대, 니트는 22만원대에 선보였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작할 수도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고 이 전략이 통한 것 같다”며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상품군을 대물량으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