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다양한 런웨이의 형태 Ⅴ
2014-09-29고학수 전문기자 marchberry@naver.com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2014 S/S 타미 힐피거



자연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동은 문학, 음악, 회화, 조각, 건축, 디자인 등 모든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흥미로운 것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연에 대한 정의부터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변하면서 예술 사조와 이론, 그에 따른 결과물 또한 변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미학적으로 그리스 시대부터 17세기까지는 고전주의라 불리는 관점으로 자연을 정의했다. 이 시기에서 말하는 자연이란 아름다운 인간의 신체였으며, 플라톤의 영향에 따라 이데아적인 신체, 즉 이상적인 부분을 모방하고자 하였다.

유럽의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수많은 석고와 대리석 등으로 만들어진 인체 조각상이 그 결과이다.

18세기 말에 이르러 낭만주의가 대두되면서 그들이 모방하고자 하는 자연은 인간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 풍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서양의 오래 된 이분법적 사고는 낭만주의적 사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낭만주의자들에게 자연은 원초적이고 거대한 힘을 지닌 완전무결한 것으로 인식한 반면, 인간은 왜소하고 미약한 존재로 인식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기 보다 그들이 느낀 압도적인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강조하고, 극대화하여 표현하였다.

19세기 공업 사회와 함께 모더니즘이 등장한다. 이제 자연은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정복의 대상으로 바뀐다.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기계의 발전, 기술에 대한 자만심은 자연보다 인간의 힘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르누보 사조처럼 모더니즘 시대에도 자연에 대한 모방은 있었지만 이마저도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져 인위적인 형상을 가진 자연물들이었다. 박제 된 듯한 곤충이나 패턴화된 꽃 문양, 철로 만들어진 당초문 같이 말이다.  

그러나 1,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의 기술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목격한 예술가들은 다시금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과거처럼 자연을 모방하거나, 정복하려 하는 방식과는 달리 자연이 지닌 가치와 정신을 닮으려는 생태주의적 자연관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때때로 거대한 자연을 무대로 고스란히 옮긴 패션쇼를 보게 된다. 수많은 나무와 꽃을 이용해 울창한 숲으로 바꾼 무대는 꽤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스웨덴에서 옮겨온 빙하를 설치했다던 ‘샤넬’의 컬렉션부터 서핑에서 영감을 받아 모래사장을 옮겨온 ‘타미 힐피거’ 컬렉션까지 한눈에 그 거대한 규모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쩐지 이 또한 거대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만심이 느껴지는 모더니즘의 영향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패션계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진정한 생태주의적 자연관을 표현한 컬렉션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