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by Case = 눈높이 비즈니스
2014-05-26윤태규 MPI컨설팅 ambroyoon@naver.com
윤태규 칼럼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에서 흔히 야신(野神)이라고 불린다.



너무 높은 경지에 올라가 있어 인간의 수준이 아닌 신의 수준을 보여주는 야구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린다. 그런데 그의 야구는 철저한 데이터 야구로 정평이 나있다.



‘신의 야구=데이터 야구’라면 신의 야구도 확률 게임이라고 얘기해도 되는 것일까?



어쨌거나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에서 제일 연장자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단을 운영하는 감독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데이터 야구는 미리 정해 놓기 보다는 그때그때 상대방이나 상황에 따라 가장 확률이 높은 선수나 작전을 여지없이 구사한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마찬가지로 비지니스도 어찌 보면 확률 게임이다.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이 선호하고 또 유행이나 스타일을 선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적중률을 높임으로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기본 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몇 년 전 한국의 항공산업이 발전하면서 국산 훈련기인 T-50 골든이글과 그 모델을 기초로 만든 전투기인 FA-50 경공격기를 만들어 내면서 언론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항공산업의 신기원이라고 국방부 스스로 자랑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발표 초기와는 다르게 몇 년간 거의 언론에 노출이 안 되다가 최근에야 그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동안 수출용으로 개발된 T-50 훈련기는 해외 응찰한 4번에서 모두 실패를 한 반면, 국내용으로 만든 FA-50이 오히려 해외에서 ‘잭팟’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T-50은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그래 봐야 훈련기인데, 훈련하기 위해서 그런 고가의 비용을 드릴 나라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FA-50은 F-16과도 견줄 정도로 성능이 좋은데 동종 비행기 중에서 가장 저렴한 비행기라는 점이 고객들에게 어필을 했다는 것이다.



마치 LTE폰 사이에서 저가 핸드폰인 2G폰이 틈새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T-50은 4전4패인 반면, FA-50은 2011년 이후 드디어 인도네시아에, 2013년에는 이라크와 필리핀에 수출하게 되면서 3전3승, 무서운 기세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시세말로 그냥 대충 쓰려고 만들었던 상품은 대박이 나고, 경쟁력 있다던 상품은 쪽박을 찬 케이스가 된 것이다.



필자가 직장 다니던 시절에 이런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원단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가격도 좋은데 이상하게도 잘 안 팔린다”고. 그러면서 경기 또는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을 이유로 판매가 부진하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에게 항상 드는 의구심은 원단, 스타일, 기타 등등이 좋다는 의미가 과연 누구의 기준에서 좋다는 것인가 이다. 위에서 언급한 항공기도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연습기라는 것과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경공격기는 과연 누구의 기준에서 나온 얘기인지 알 수가 없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market)’이라는 공룡은 불변의 원칙이 있기 보다는 기본 원칙 아래에서 그때그때 다양한 생각과 변화, 실행이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결국 급변하는 현대화 사회에서 경험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객관적이지 못해 그 사람의 발목을 잡는 사슬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현실 감각에 맞지 않는 우를 범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처럼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더 믿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정말 크다.



경험도 우월한 사람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정말 그것이야 말로 전천후급 ‘눈높이 비즈니스’가 아닐까 한다.



그런 데이터 야구는 상황에 따라 얼마나 많은 선수와 작전을 구사할 수 있을지 아마 김성근 감독 본인도 잘 모를 것이다.



오래된 기업일수록 그들만의 원칙이 있고 전통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원칙과 경험이 없다면 그 기업의 생명력이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동안의 100년과 현재의 10년은 변화하는 그 차이가 너무도 크다. 오히려 최근의 10년이 과거의 100년을 앞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래된 것들이 고집으로만 비쳐지지 않으려면 오래될수록 더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마음을 열어야 하겠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똑같은 대본을 가지고, 똑같은 상품을 가지고, 100 사람이면 100 사람에게 다르게 설명하는 사람이 명강사, 좋은 세일즈맨이듯이, 우리의 비즈니스 스킬도 ‘그때그때(case by case)’ 다르게 바뀌어야 명기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