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기업 가치 재평가되야 한다
2014-01-27나은채 연구원 ec.na@truefriend.com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필자는 새해 연초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에서 ‘섬유/의복’ 업종을 분석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9년째. 이 업종은 ‘내수 소비재 업종’이라고 일반적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나는 약 50개 글로벌 패션, OEM, 섬유 회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연초부터 캄보디아에서 임금 인상 시위로 인한 유혈사태, 방글라데시 총선과 정치 불안, 빈번한 파업, 그리고 이에 따른 의류 OEM 업체 영향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불금’인 지난 10일 저녁에는 방글라데시 영원무역 공장에서 폭동이 일어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뉴스를 언론에서 크게 다루기도 했다.


필자는 시장에서 사실 크게 주목하지 않는 의류 업종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의류 업종이야말로 완전 경쟁 시장이고 이런 시장에서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회사는 진정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산업이라고 하지만, ‘나이키’도 원래 신발회사 아니었던가? 의류업에서도 한때 사양산업으로 인식되었던 의류 OEM을 좋아한다. 의류 OEM은 이런 완전 경쟁 시장, 그리고 그게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 그리고 불확실성과 싸우는 업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연이어 대서특필되는 동남아 사태, 그리고 이로 인한 국내 기업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조성되고 저임금을 착취하는 의류 OEM이라며 국내 의류 OEM 업체들에 대해 질타하는 시각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사실 주식 시장에 있다 보면 추천한 종목이 꾸준하게 올라갈 때는 투자가들이 조용하다. 그런데 떨어진다 싶으면 전화통에 불이 난다.


의류 OEM 업체들이 인프라도 없는 열악한 지역에서 조용히 선전하고 있을 때는 말이 없다. 전 세계에서 OEM에 가장 적합한 지역 선정부터 시작해 각 나라의 부동산 관련, 법제 및 경제 시스템에 적응해야 할 뿐 아니라 이질적인 환경에서의 노무관리의 어려움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위로는 바이어의 까다로운 요구와 단가 압력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샌드위치 같은 존재가 의류 OEM이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일부 업체들은 삼성전자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기도 하고, 가장 적합한 모델을 구축해 안정적인 마진을 향유하기도 한다.


이제는 심지어 주문을 골라가면서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는 데에는 적게는 십수년, 길게는 삼십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이들 기업은 진출국에서도 재투자를 통해 고용 창출을 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2012년 영업이익이 1860억원에 달했지만 이중 본사 이익은 795억원이었다. 그리고 매년 현지 공장 투자가 5000만 달러 이상 소요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된 방글라데시 인력이 5만2000여명에 달하고 2013년에만 8000명 가까이 충원했다. 또한 업체들은 진화하고 있다.


의류 OEM에서 저임금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에 물류 서비스, R&D, 수직계열화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계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연초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시대의 역군으로 대서 특필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런 이슈가 터지게 되면 저임금을 무기로 하는 의류 OEM 산업 문제가 많다며 세상에 가장 몹쓸 산업으로 매도하기 바쁘다.


필자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쯤은 수많은 고민과 불확실성에 맞서면서 힘들었을, 그래서 이제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비(非) 브랜드 업계의 브랜드 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의류 OEM에 대해 너무 천편일률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진정한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고 현명하게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길 바라는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