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헤리티지’ 브랜드가 뜬다
2013-11-18김정명 기자 kjm@fi.co.kr
까다로워진 브랜드 선택 기준 반영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헤리티지' 브랜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울리치’ ‘알파’ ‘쏘로굿’ 등의 브랜드들이 최근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몽클레르’와 ‘캐나다구스’는 명품 패딩 열풍의 기폭제로 작용할 만큼 국내 패션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고 ‘울리치’ ‘알파’ ‘쏘로굿’ 등은 마니아 층을 기반으로 서서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헤리티지' 브랜드 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18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울리치’를 필두로 1892년 ‘쏘로굿’ 1952년 ‘몽클레르’, 1957년 ‘캐나다구스’, 1959년 ‘알파인더스트리’ 등 최소 50년 이상 브랜드를 전개해 온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역사성은 물론이고 분야별로 특장점을 살린 전문 브랜드라는 점은 이들에 대한 매력을 높이는 요소라는 평가다.



‘울리치’는 이름 그대로 울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재킷으로 명성이 높다. 특히 안감에 사용된 빨강과 검정 체크는 브랜드 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알파인더스트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공군에 납품했던 MA-1 플라이트 재킷과 M-65 필드 재킷 등 현재도 사용되는 각종 밀리터리 재킷의 원조 브랜드라는 장점이 있다.



‘쏘로굿’ 역시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워크 부츠 단일 아이템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브랜드다. 최근에는 브랜드 론칭 당시인 1892년의 원형을 되살린 ‘1892 컬렉션’을 재출시 하는 등 전문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소비자들의 수준 향상의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코리아 대표는 “트렌드를 추구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중저가 SPA로 몰리고 브랜드 밸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역사와 전문성을 따지기 시작한 세태를 반영하는 현상”이라면서 “과거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기준이 '유명하고 비싼 브랜드'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정통성, 전문성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제품은 SPA 브랜드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값싸게 구매하고 겨울 외투나 구두, 시계 등은 브랜드 가치를 따져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좋은 브랜드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가치 소비'가 확산된 영향이다.



국내 브랜드들도 브랜드 헤리티지를 부각시키거나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최장수 아웃도어 브랜드인 만큼 최근 출시되는 상품 라벨에 'SINCE 1973'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출시한 헤비 다운 점퍼 ‘헤스티아’를 매년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가 패딩 열풍을 사치 소비로 연결시키는 분위기가 있지만 현상의 중심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가치 인정 기준이 높아진 데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며 “국내 브랜드들도 외형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있다? 없다?  브랜드 헤리티지



헤리티지(Heritage). 사전적 의미로는 '유산'을 뜻한다. 오랜 세월 대를 이어 물려온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말한다.



결국 브랜드에 있어서 헤리티지를 논할 때 가장 요소가 바로 '시간'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속되고 조금씩 다듬어진 경쟁력은 세월의 깊이 만큼 브랜드의 가치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특정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과 완성도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40년이 채 안 되는 국내 패션산업의 짧은 역사 속에서 헤리티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가장 완벽한 방법은 시간이 축적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우회 경로를 통해 헤리티지를 덧입히는 방법도 있다.



첫 번째는 타업종 브랜드를 라이선스 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9년 ‘지프’를 론칭한 김성민 대표는 당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에 걸맞는 가치를 산다는 뜻인데 더 이상 신규 브랜드로는 소비자들의 높아져가는 수준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시간이 지니는 가치는 돈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빌려오기 위해 ‘지프’를 선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역사적 사건이나 장소, 단체에서 영감을 얻어오는 방법도 최근에는 각광받고 있다. 명품 패딩의 신흥 주자로 떠오른 이탈리아의 ‘파라점퍼스’는 론칭한지 5년 밖에 안 됐지만 언뜻 보기에 수십년 역사가 있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유는 “마지막 한 사람을 구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알래스카 210 항공 구조대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 설계에 있다. ‘파라점퍼스’는 210 항공 구조대에서 단순한 영감만 받아온 것이 아니라 브랜드 좌우명부터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이라고 정할 정도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