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 ‘옵티마이즈’ 경영 부각
2013-06-14정인기 기자 ingi@fi.co.kr
무리한 브랜드 출시·외형 위한 가격 할인 지양해야




# 사례1
여성복 전문기업인 S사는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했다. 여성복으로 1000억원대 외형으로 성장한 이 기업은 외형에 비해 내실이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한지 1년 만에 만난 오너는 “10개월만에 80억원을 다 썼다”며 무리한 신규 사업을 후회했다. 이 회사는 최근 금융권서 50억원을 추가 대출 받았다.



# 사례2
남성복과 여성복 등 몇몇 브랜드를 전개중인 K사는 최근 유통망을 계속 늘리고 있다. 경기악화로 줄어든 매출외형을 맞추기 위해 유통망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대표 브랜드만 260여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격적인 저성장기를 맞아 패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성장기에 익숙했던 기업들은 최근 경기침체 영향으로 판매 부진과 외형 축소가 반복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해외 SPA 브랜드의 지역점 진출과 홈쇼핑 및 인터넷 유통 브랜드의 가격 공세가 더해지면서 외형 축소는 불가피하게 됐다.



기업들이 1차적으로 선택한 방안은 신규 브랜드 출시나 유통망 확대를 통한 외형 유지. 그러나 사례1, 2에서 알 수 있듯 무리한 신규 브랜드 출시는 기존 사업까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유통망 확대=효율’과 비례하지 않음에 따라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한 중견업체 경영자는 “늘어난 점포수 만큼 생산 물량은 더 늘어났으며 이로 인한 원부재값과 생산비, 물류비 등 모든 비용이 비례해서 늘어났다. 반면 재고 소진율은 크게 변화가 없어 재고관리비만 늘어났다. 원가 대비 배수율을 따지지만, 할인 판매와 재고율을 감안하면 무의미하다”며 빈곤의 악순환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외형보다는 이익율을, 특히 최적의 규모와 수익관리를 추구하는 ‘옵티마이즈(Optimize) 경영’에 관심을 쏟고 있다.



참존어패럴 문일우 대표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개발기와 성장기를 거치고 나면 효율기를 가져야 하고, 이후 다시 리뉴얼과 리포지셔닝에 투자함으로써 생명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성장기 이후에도 여전히 성장만 추구한다. 효율기와 리포지셔닝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기 이후 곧바로 하락기로 떨어진다”며 최적의 경영과 재투자를 강조했다.



◇ 적정 마크업 통한 수익관리 필요



지나치게 가격 할인에만 집중하는 영업전략도 지적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외면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난무한 탓에 기업들은 저가 상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소싱 시스템을 갖춘 SPA 기업이나 유통 비용이 다른 온라인 브랜드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본 경영 컨설턴트 무라마츠 다츠오 씨는 “대부분의 경영자는 세일을 해서라도 고객들이 몰려와서 북적거려야 정신적으로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바쁘기만 하고 수익성이 낮은 경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의 저서에서 언급했다.
다소 비싸더라도 소비자는 가치가 있으면 구매하는데, 이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얼컴퍼니 권병국 부사장은 “올 여름 라운드 티셔츠만 57모델 준비했는데 대부분 1만원대 상품이었다. 기획을 수정해 아트웍이 강한 4만9800원짜리 티셔츠를 부각시켰는데, 곧바로 리피트 생산에 들어갈 만큼 좋았다. 글로벌 기업이 아닌 만큼 우리 브랜드만의 밸류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재고 소진율이 핵심



최근 국내 패션시장에서 주목받는 「자라」는 정상가 소진율은 80%, 세일까지 포함하면 99%가 목표로 삼고 있다. 세일에 들어가면 8~9회 가격 택을 수정해서 붙이더라도 매장에서 모두 소진하는 것이 목표다. 또 10개 매장을 낼 수 있는 여건이라고 해도, 엄격한 선별을 통해 5개만 오픈함으로써 재고를 최대한 소진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자라의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고, 회사는 재고를 모두 소진해 이익을 남기는데 집중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가격과 외형 유지에만 급급하다. 글로벌 경쟁에서는 적정 규모에서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