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와 패션의 상생 시대
2013-06-13김경환 기자 nwk@fi.co.kr
가격 넘어 가치 위주 소싱 전략 갖춰야



패션 업체들과의 거래 알선을 위해 만들어진 대구섬유마케팅센터의 소재 전시장 모습.


섬유·패션 업체들이 힘을 모아 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아웃도어가 영역을 확대하면서 스포츠와 캐주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필수 과정이지만, 한국형 SPA 브랜드 만들기를 강요하는 최근의 상황은 결국 섬유·패션 스트림 전체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A 업체 K 대표는 “불황 속에 해외 SPA 브랜드가 지나친 우대를 받는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제는 소재와 패션 업계가 협업을 통해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동안 유니클로,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 주요 유통 시장에서 좋은 위치에 좋은 조건으로 ‘모셔지는’ 상황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패션 업체들에게 ‘한국형 SPA 브랜드 만들기’ 바람을 몰고 왔다는 것.



그러나 ‘아웃도어 가격 거품 논쟁’ 이후 SPA 브랜드는 ‘값이 싼 제품을 재빨리 공급하는’ 브랜드란 인식을 낳고 홈쇼핑 등 패션 시장 전반에 걸쳐 값이 싼 제품 만들기 붐이 허리케인처럼 몰아치며 패션 시장을 왜곡시킨 것이 사실이다. 대형 유통과 대형 패션 업체들만이 가능한 이런 싸움에 중소 업체들의 등이 터지고 있는 것. 이렇게 값 싼 제품에 의존하다가 내년에는 패션 시장 규모가 과연 어느 정도로 줄어들게 될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는 국내 패션 소재 업체들에게도 치명타를 주고 있다. 거래하던 국내 패션 업체들로부터 한국산 소재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소재 업체 B사의 L 대표는 “한국산 소재는 중국산 등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기능성과 후가공을 통해 품질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것이 장기 불황에도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유다. 그런 소재들을 가격만으로 평가하는 패션 업계의 시각을 바꿔야 진정한 거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방용 소재를 해외 유명 브랜드에 납품해 온 C 사의 P 대표는 “국내 유명 브랜드에도 납품하고 있다. 거래량이 너무 적어 해외 거래선이 없었다면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 J씨는 “국내 시장에서 SPA 브랜드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시장에서 우대를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선 패션 업체들은 가격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소재, 뛰어난 마케팅력을 갖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갑과 을의 논쟁에서 보듯이 패션 업체와 소재 업체가 등을 맞댈 것이 아니라 무릎을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