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팔려야 디자인을 할 수 있죠”
2013-03-22 한지형 기자 hjh@fi.co.kr
‘피케카라셔츠’ 6년째 스테디셀러…좋은 원단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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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량 「쇼지아미」 디자이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남성 셔츠 브랜드 소개해주세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쇼지아미」를 입력하면,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클릭해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 댓글에 「쇼지아미」 셔츠가 언급되어 있다. ‘심플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입어보면 착감기는 핏이 예술’, ‘하나 사놓으면 몇번이고 입게되는 아이템’ 등 직접 착용해본 사람이 쓴 글이 많다.
“언제부턴가 남성 셔츠가 대표 아이템이 됐어요. 특히 ‘피케카라셔츠’는 6년째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스테디셀러에요.” 지금은 남성복 비중이 상당히 크지만 처음부터 남자 옷을만들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학을 전공한 후 2006년 「쇼지아미」를 론칭할때까지도 김기량(33) 디자이너의 관심은 여성복에 쏠려 있었다. 그러다 그냥 재미로 만들어본 남성복 샘플이 의외로 반응이 좋자 브랜드 론칭 1년만인 2007년 본격적으로 남성복 라인을 시작하게 됐다.
“우선 샘플을 10벌 정도 만들어봤어요. 남자 옷은 배운적이 없어서 여성복 패턴을 변형해서 제작했죠. 근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그래서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당시에 내놨던 상품은 남성 셔츠 라인으로,가격은 셔츠 4~5만원대였다. 2007년도의 물가 수준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매우 ‘싸다’는 것을 쉽게 알만한 가격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옷이 가격까지 저렴하니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G마켓 등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주문이 밀려들었다. 택배 박스 포장 하느라 밤을 지새운 날이 허다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매출을 올렸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때 깨달은 게 있다면 옷이 팔려야 돈이 들어오고 그래야만 마음 편히 다음 시즌 디자인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럼 잘 팔리는 옷은 어떻게 만들까요. 특별한 명품 옷이 아니라면, 좋은 원단과 합리적인 가격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 디자이너는 지금도 1주일에 서너번 시장에 가서 원단을 구입한다. 지속적으로 좋은 가격에 좋은 원단의 제품을 만들려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7년을 하루같이 그렇게 하다보니 지금의 스테디셀러 ‘피케카라셔츠(6만8000원)’가 나올 수 있었다.
“좋은 원단의 기준은 고객이 손질하기 편한지 아닌지에요. 보통 남자들은 셔츠를 한 번만 입고 세탁하는데, 그때마다 세탁소에 맡긴다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피케카라셔츠’는 면 100% 원단을 사용했지만 일반 면셔츠랑은 핏이 달라요. 또 면이라 세탁기 빨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더 인기가 좋은 것 같아요.”
셔츠를 비롯 몇가지 아이템이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매출을 일으키니까 2주에 한번씩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매출에 덜 신경쓰게 되면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상품기획도 안정화됐다. 셔츠, 남녀 코트 등 스테디셀러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템은 애초에 기획한 수량만 만들고 추가주문이 들어와도 재생산하지 않는다. 그게 반복되다보니 고객들 사이에서 ‘마음에 들면 바로 사야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현재는 상품 소진율 9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데 또 그만큼 욕심도 생기는 게 패션인 것 같아요. 지금은 마니아 고객층도 어느정도 형성돼있어서 옷을 만들어 파는 재미가 더 커졌어요. 앞으로도 좋은 소재를 사용해 좋은 가격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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