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살리는 하라 켄야의 무지 포스터
2012-12-06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일본의 독특한 기업 무지(MUJI)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랜드이다. 여기서 만드는 흰색의 깔끔한 디자인 상품들은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들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목말라하고 있는 자연과 여유를 같이 제공하고 있다. 무지가 제공해 주는 이런 가치들은 일본 문화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우리의 마음에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런 무지의 시각적 이미지를 오랫동안 책임져온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하라 켄야(Hara Kenya)다. 그는 일본 그래픽 디자인계의 세계적 인물로 손꼽힌다. 과거 무지의 시각적 이미지를 책임졌던 사람은 다나카 이코였는데,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자기를 대신해 무지의 아트 디렉터로 추천한 사람이 하라 켄야다. 그렇게 해서 무지의 아트 디렉터에 오른 하라 켄야는 지금까지 무지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리면서 무지를 더욱 ‘무지스럽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선배 다나카 이코의 선택이 매우 탁월했음을 입증한 것이다.



그가 무지를 위해 활약했던 일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그가 디자인했던 포스터를 꼽게 된다. 이는 무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며, 그의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화면을 상하로 반씩 나누어 하늘과 땅을 촬영한 풍경 사진 하나로 무지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표현했다. 깨끗하게 비워진 하늘과 땅은 무지에서 추구하고 있는 텅 빈 가득 참, 자연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 기업의 마크나 로고도 넣지 않았던 무지의 의도를 완벽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그는 단지 기업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하라 켄야의 포스터는 기업을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본의 자연관, 일본의 미학관을 표출하는 수작이기도 했다. 하늘과 땅, 상하가 완전히 동등한 길이로 칼로 쪼개듯 나뉘어지는 기계적인 분리, 오로지 청결함으로만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 좌우로 길쭉한 포스터의 비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문화적 코드를 잘 표현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바라보는 다이나믹한 자연, 기운 생동하며, 변화무쌍한 자연이 아니라 칼같이 나누어지고, 깨끗하기만 한 자연은 우리에게 자연이기 보다는 기계에 가까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일본의 문화적 풍토에서 본다면 오히려 중국, 한국과는 다른 자신들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고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연의 깔끔한 이미지를 가장 잘 파악하고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된 포스터라고도 할 수 있다. 넓은 자연에 조그마하게 들어가 있는 무지 마크는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강렬한 주목을 끌어내는 효과적인 장치들이다.



보기에는 단순한 풍경 사진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하라 켄야의 포스터는 다양한 가치를 하나의 디자인에 압축해서 표현했고, 그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낳게 만들었다. 거장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실력의 디자이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