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신인, 런던 컬렉션서 빛나다
2012-12-06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허환 디자이너 「허환시뮬레이션」

복스홀 패션 스카우트 1위의 영예 안아





“런던 컬렉션은 신인들이 등단하기 좋은 기회다.”
이는 신인들의 데뷔 무대를 독려하고 지원하는 복스홀 패션 스카우트의 주최자, 마틴 로버트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2013 S/S 컬렉션에도 어김없이 많은 신인들의 몰려들었다. 이 중에서 단연 돋보인 이가 한국인 디자이너 허환. 그는 200여 명의 지원자 중 4명에 선정돼 복스홀 패션 스카우트에서 세 시즌 동안  5만 파운드를 후원받게 됐으며, 최우수 디자이너에게 돌아가는 메리트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허환(38) 디자이너에게 소감을 묻자 그는 “런던 컬렉션에 꼭 무대를 올려보고 싶었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워 지원 신청을 했죠. 그런데 메리트 어워드까지 수상할 줄이야 몰랐습니다. 덕분에 런던에 세일즈 에이전시와 PR팀도 생겼어요. 그래도 가장 기분 좋은 것은 언론의 호평이었습니다”라며 스크랩북을 내밀었다.



스크랩북에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다룬 수십편의 기사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스타일닷컴은 “여성복 「허환시뮬레이션」은 정교한 컬렉션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프트 드레스에 감긴 모노크롬 포토 프린트가 돋보였으며, 남성복을 전공한 디자이너답게 매끄러운 테일러링을 선보였다”며 자세하게 컬렉션을 묘사했다. 보그는 “이번 시즌 「허환시뮬레이션」이 빛나기 시작했다”며 “윌리엄 템페스트, 헤르미온느 드 폴라, 데이비드 코마 등 메리트 어워드를 수상한 선배 디자이너들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컬렉션”이라고 극찬했다.



허환은 준비된 신인이다. 그는 ‘3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세인트 마틴에 진학했다가, 왕립예술학교에서 전액 장학금 제의를 받고 옮겨 마스터 과정을 수료했다.



“처음에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넘쳤어요. ‘나는 여기에 배우러 온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걸 보여주러 왔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런 오만함은 얼마가지 못했습니다. 심도 깊은 교육 과정에 제가 얼마나 부족했었는지 금세 깨달았거든요.”



허 디자이너는 졸업 후 영국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했다. 2년간 브랜드를 준비하며 관련 도서를 탐독한 것. 그는 “도서관의 책은 전부 다 읽은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깊은 탐구 끝에 그는 ‘비평 컬렉션’이라는 10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패션의 역사와 패션 현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컬렉션에 녹여내기로 한 것이다. 2013년 S/S 컬렉션에서는 ‘노 로고(No Logo)’를 주제로 1920년대 거대 규모의 패션 브랜드들이 ‘로고’를 앞세워 대량 생산·판매를 하던 시대와 그뒤에 숨겨진 어린 노동자의 힘든 삶을 프린트로 담아냈다.



“10년이라는 숫자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같은 신인 디자이너가 10년을 버틴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잖아요. 오랫동안 옷을 만들고 싶다는 제 소망이 담겨 있는 거죠. 이 기간동안 제가 가진 철학을 전부 보여줄 생각입니다.”



<사진>허환 디자이너. 임정국 기자 l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