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팝업 스토어의 ‘불편한 진실’
2012-12-06김정명 기자 kjm@fi.co.kr
정규 입점 빌미로 무분별한 진행 논란

백화점 팝업 스토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백화점에서 정규 입점을 빌미로 신진 디자이너나 소규모 브랜드에게 참여를 강요하거나 정당하지 못한 처우가 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국내 패션업계에 확산하기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최근 들어 상설화 되다시피하며 백화점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 브랜드나 신진 디자이너의 시장성을 테스트하면서 동시에 매장 분위기를 신선하고 재미있게 유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본점 2층에 팝업 전문공간 ‘더웨이브’를 오픈한데 이어 영플라자 명동점에는 입구 바로 앞과 엘리베이터 상행선 근처 등 주요 요지에 층마다 상설 팝업 공간을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지서 ‘디자이너 연합전’ ‘신진디자이너 5인5색전’ ‘스트리트 브랜드 대전’ 등 활발하게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도 전국 주요 점포에서 팝업 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팝업 스토어를 확대 하는 과정에서 여력이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행사를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디브랜드 ‘A’의 경우, 처음 신세계에서 팝업을 해서 주목을 끌자 롯데와 현대에서도 같은 형태의 팝업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A’브랜드 관계자는 “우리도 백화점에 번듯한 매장을 내고 싶기 때문에 요구를 거절했다가 밉보일까 두려워 무리하게 지방까지 내려가 팝업스토어 를 했다”면서 “바이어들도 은연중에 잘되면 정규 입점 품평회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압력을 준다”고 토로했다.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9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신진 디자이너 대전’을 주제로 디자이너들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팝업스토어가 열린 장소는 백화점과 지하철 연결통로 상의 좁은 공간이었다. 이곳은 평소 저가 매대 판매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행사에 참여한 디자이너 B씨는 “처음에는 유플렉스(신촌점 별관)에서 열리는 팝업이라고 해서 참여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사정상 장소가 바뀌었다고만 얘기를 들었다”면서 “세팅을 위해 방문했는데 1000원짜리 속옷 매대 옆에 내 옷을 진열하라는 얘기를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고 했다.
또 애초 백화점들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실력있는 신진 디자이너나 인디 브랜드를 정규 입점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신진 디자이너나 소규모 브랜드의 입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지난 9월 리뉴얼로 주목받은 롯데 영플라자도 인디 패션 시장에서는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브랜드나 셀렉트숍, 온라인 쇼핑몰, 동대문 브랜드가 입점 대상이었지 정작 신진 디자이너나 소규모 홀세일 브랜드가 설 자리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백화점들은 그동안 판매 공간이 없었던 신진 디자이너나 중소 인디 브랜드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상생의 취지가 더 크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실익은 백화점에게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견 패션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백화점 바이어 출신 C상무는 “백화점들이 실적 악화와 소비자 이탈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변화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면서 “황금알이 탐난다고 해서 거위 배를 미리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백화점이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