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디자이너, ‘상생 밀월’ 활짝
2012-12-06정인기 기자 ingi@fi.co.kr
코오롱, 2015년까지 3개 디자이너 브랜드 2000억원 목표

디자이너 감성·전문성 & 기업 경영관리·해외사업 노하우





코오롱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패션기업과 디자이너의 ‘상생 밀월’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대표 박동문) FnC 부문은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핸드백 브랜드 「쿠론」과 여성복 「쟈뎅 드 슈에뜨」를 인수해, 「쿠론」을 올해 4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코오롱은 2015년까지 「쿠론」 1000억원, 「슈콤마보니」와 「쟈뎅 드 슈에뜨」로 각각 500억원 등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견 패션기업 더베이직하우스(대표 우종완)도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 「겸비」를 인수했으며, 몇몇 중견 여성복 기업도 핸드백과 구두 전문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상으로 인수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 “디자이너 브랜드는 영세해” …”천만에”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의 M&A는 새로운 성장 모델 개발이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는 규모가 영세하고 볼륨화 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인식돼 왔지만, 경영관리 능력을 가진 기업과 만나면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이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디자이너와 관련 스텝을 함께 영입해 △디자인 개발과 △소싱 △브랜딩에 대한 그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해준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코오롱에서는 기획 및 영업 MD만 투입시켜 최대한 효율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또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유력 전시회에서 쌓은 ‘구매’ 노하우를 활용해 ‘해외 홀세일’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K팝’에 이어 K패션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기존 내셔널 브랜드로는 기획 시스템 등 체질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 브랜드는 출발부터 수주제에 익숙하기 때문에 글로벌 비즈니스가 원활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패션시장 환경은 셀렉트숍이 활성화 되고, 주요 브랜드들이 매장 규모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도 전문 브랜드 인수를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



『숲 갤러리』로 브랜드를 확장 중인 동광인터내셔널 이재수 사장은 “66㎡ 안팎의 백화점과 달리 330㎡의 복합 쇼핑몰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핸드백과 구두 전문 브랜드에 관심이 높다”고 언급했다.



◇ 디자이너 “내 브랜드 성장”에 반겨
디자이너들은 “결국 내 브랜드를 성장시킨다”는 입장에서 반기고 있다. 당장 내 소유가 아니라는 것도 있지만, 자금과 매니지먼트 능력이 뛰어난 기업과 제휴함으로써 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쿠론」을 전개 중인 석정혜 이사는 “초기보다는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기부터 개인이 잡고 있어서는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브랜드 매각을 생각 중인 A 디자이너(35)는 “올해 5년차인데 직영점과 홀세일이 안정적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서 입점을 요청하고 해외 비즈니스도 확장하고 싶은데 한계를 느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홈쇼핑, 중국 기업과 제휴도 활발
최근 남성복 브랜드 「지세인트」를 전개 중인 김지상 디자이너는 중국 중견 남성복 기업과 업무 제휴하기로 했다. 1차로 내년 가을 상품 50개 디자인을 기획하고, 이후로 매년 200여 디자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획비는 선불로 받고, 중국 내 유통되는 상품에는 「지세인트」 상표를 부착하고 실적에 따라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다.



홈쇼핑 기업들도 디자이너와 제휴에 적극적이다. CJ오쇼핑은 최근 최범석, 고태용, 장민영, 최지형 등의 디자이너들과 프로젝트 브랜드를 만들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12월 2일 낮 시간에 CJ오쇼핑은 최범석 디자이너의 「제너럴아이디어 클래스5」 라쿤퍼 다운점퍼를 방영해 35분만에 1400장(장당 29만8000원)을 팔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1일에는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앤건」 메리노울 롱코트를 20분만에 2500장(4억원)을, 최지형 디자이너의 「더쟈니러브」는 레더패치 다운점퍼는 25분 동안 4000여장(5억5000만원), 크리스 한의 「코발트 바이 크리스 한」은 리얼라쿤 롱 다운코트로 30분에 3800여장(7억원)을 판매하는 등 1일 하루에만 세 명의 디자이너가 16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획 단계부터 홈쇼핑 채널에 노하우가 많은 MD와 기획력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심도있게 협력하고, 생산은 동남아 소재 전문 생산업체를 활용함으로써 디자인과 가격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품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최범석 디자이너의 다운점퍼는 베트남 소재 태평양물산이 직접 생산했다.



<사진>기업과 디자이너의 협업이 새로운 성장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CJ오쇼핑이 디자이너 최범석과 공동 개발한 브랜드 「제너럴아이디어 클래스 5」의 방송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