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패션쇼의 비밀
2012-11-15고학수 객원기자 기자 marchberry@naver.com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패션쇼를 논하기에 앞서 빛과 그림자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보자. ‘동굴의 비유’는 플라톤의 ‘이데아’를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사례다. 동굴에 갇혀 벽을 보고 있는 죄수들의 등 뒤에서 빛을 쏜다. 움직일 수 없게 묶인 죄수들은 사물의 그림자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림자가 모든 것의 실체라고 믿게 된다. 죄수 중 한 명이 동굴 밖으로 나가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고 와서 그의 동료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동굴 안 죄수들은 끝까지 그림자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림자는 영화나 사진처럼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봐야 하는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살아 움직이는 3차원의 세계를 카메라를 통해 2차원의 세계로 강등시킬 때 그림자가 없다면 입체감이 사라져 화면 안의 사물이 굉장히 졸렬해 보인다. 빛이 사물의 어디에서 비추는가, 어떻게 비추는가에 따라 사물과 그림자는 다양한 형상, 분위기, 심리 상태로 변주된다.



알기 쉬운 예로 손전등을 가지고 장난 칠 때, 턱 쪽에서 위로 빛을 비춰 올리면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저승사자가 되었다가, 빛을 이마 위에서 쏘아 내리면 근엄하고 성스러운 인물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같은 사물이라도 빛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진, 영화와 같은 시각 예술이나, 연극이라는 무대 예술 분야에서 빛과 그림자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대 예술인 패션쇼와 인체라는 프레임 안에서 변주 되어야 하는 패션 디자인에서 빛과 그림자는 커다란 역할을 수행 한다.
이론적으로 그림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직사광선이 불투명한 물체를 통과하지 못하여 물체 자체에서 생기는 그림자로 물체의 표면 윤곽이 그대로 그림자가 되는 1차적 그림자, 피사체 그림자가 근접한 벽이나 바닥에 생기는 것을 2차적 그림자, 물체 그림자가 주변에 있는 다른 피사체 위에 형성되는 것을 3차적 그림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랑방의 2012-13 F/W 컬렉션은 1차적 그림자를 이용하여 큰 효과를 나타냈다. 패션쇼의 도입에서는 별다른 액세서리나 장식 없이 허리의 페플럼을 강조한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등장했다. 하지만 조명에 따라 모델의 분위기나 페플럼으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가 단색의 원피스에 장식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패션쇼는 시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전개 방식이나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랑방 컬렉션은 간결하지만 단단한 형태의 원피스로 시작하여 조명에 따른 그림자 효과를 극대화 하고, 대미는 그림자와 빛이 모두 녹아 들어간 디자인으로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원피스는 앞면은 리본으로 층간 그림자가 두드러진 디자인을, 그리고 뒷면은 검정색의 단색면으로 마무리하여 빛에 의한 그림자 없이 자체적으로 축소되어 보이는 효과로 날씬해 보이는 끈을 놓지 않았다.



알버 앨바즈의 디자인이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지지를 받는 것은 이 기본 원칙을 절대 놓치지 않으면서 세련된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