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옷’이 으뜸이죠!
2012-11-15김하나 기자  khn@fi.co.kr
이동기 디자이너 「이스트로그」

벤타일, 핀샹크 버튼 등 기능성ㆍ차별화 소재 눈길





“바이어가 재고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사입할 만큼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디자이너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첫 번째 브랜드에선 실패의 쓴 맛도 봤어요. 「이스트로그」로 기반을 다지긴 했지만 여차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죠. 이 열정이 식지 않으려면 항상 고삐를 당겨야 해요.”



이동기(29) 디자이너는 ‘노력파’다. ‘디자이너로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이 디자이너가 3시즌 째 전개하는 「이스트로그」엔 그의 우직한 성격이 그대로 베어 있다. 그의 옷은 언뜻 뻣뻣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디테일이나 장식 하나 하나 불필요한 게 없다. 남들이 보기엔 어중간한 포켓 위치도, 코요테 퍼와 구스 다운만을 고집하는데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베스트의 포켓 위치가 어중간하죠? 가슴이나 밑단에 붙어 있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옛날 탐험가들 옷엔 전부 주머니가 어중간하게 달려 있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전 제 식대로 상상했어요.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오를 때 장비를 한 손으로 꺼내기에 가장 편리한 위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게요!”  



「이스트로그」는 헌팅ㆍ승마복 등 유럽 아웃도어 캐주얼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고 당시 의복을 그대로 복각한 건 아니다. 그의 옷은 1900년대 브리티시 복식을 어떻게 ‘이동기 식’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 디자이너는 몇 가지 아이템이라도 웨어러블하고, 기본에 충실한 옷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는 자신이 옷에 부여한 기능과 가치를 착용자가 발견했을 때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이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그의 브랜드 철학은 「이스트로그」를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는 옷을 만들 때 특히 원단과 부자재에 신경을 쓴다. ‘해리스 트위드’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원단을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 현 영국 공군용 ‘벤타일’이나 미군 더플 백에 사용되는 소재 등 국내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특별한 원단을 취급한다. 전통식 핀샹크 버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사용하기도 하고, 마진이 남지 않아도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울 100%나 왁스코팅 원단, 450온스 이상 충진하는 구스 다운 재킷 등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 나간다.



“요즘 업계 사람들이 ‘원단은 어디서 구하냐?’, ‘그 기법은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디자이너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정성을 쏟는가에 따라 옷의 깊이와 완성도가 달라지죠. 전 앞으로도 옷을 만드는 일 만큼은 소신을 지켜 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