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광주비엔날레, 여성에게 귀 기울이다
2012-11-15이화순 기자 lhs@fi.co.kr
6인 아시아 여성 공동감독제, 과정 중심 레지던시, 신작 강화



광주 전역 전시장, 현대미술 쉽게 풀자 국내외인 46만명 관람



제9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11일로 66일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46만명의 국내외 관객을 맞아 성황을 이뤘던 올해는 특히 제 1회 세계비엔날레로 성황리에 진행되어 국제적인 위상을 더했다. 더구나 6인의 공동 감독 체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광주비엔날레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민주화의 상징이던 광주는 이제 현대미술의 주요 발신지가 되었다.
2년마다 광주에서는 두 달 남짓 각양각색의 현대미술의 향연이 멋드러지게 피어오른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995년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시절을 건너 이젠 세계 속에서 꽤 주목받는 미술 축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남자 큐레이터들을 모두 제치고 아시아 여성 큐레이터 6인으로 공동예술감독을 세웠다. 이들 6인 공동예술감독이 내세운 주제는 ‘라운드 테이블’.
각진 모서리 한 곳 없는 원탁은 말그대로 갈등·분열·경쟁을 뛰어넘는 화합과 상생, 희망의 민주적 이념을 담는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그랬다.



모두 여성 감독들이어서 더욱 섬세한 감성과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20여 년 동안 정치, 사회, 경제, 예술 등 거의 전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로의 중심 이동’을 읽어내기 위한 제도이기도 했다.





◇광주 전역을 거대한 캔버스로, 현대미술을 가깝게
전시는 크게 본전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인 ‘나도 비엔날레 작가, 마실’ 로 구성됐다.
그중 본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넘어 광주시립미술관, 무각사, 대인시장, 광주극장 등 광주 전역을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한층 성숙한 문화 역량을 보여준 시민 참여형 전시 ‘나도 비엔날레~’는 광주 시내 25개 전시장에서 열렸다.



본전시 참여 작가는 40개국 출신의 92명, 작품은 모두 300여점에 이르렀다.
작품들은 비엔날레 주제 ‘라운드 테이블’처럼 소통과 화합, 상하가 없는 평등함과 다름의 미학, 인본적인 사고를 추구했다. 동시대의 문화적 다양성과 자주성에 뿌리를 두고 작업을 해온 작가들의 작품으로 정치적, 경제적, 국가적, 그리고 상이한 문화적 현상이 가져오는 변화와 징조들을 설치와 영상, 회화, 사진,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세계 시각문화 현장을 폭넓게 통찰할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 작가 중 아시아 작가는 한국 작가 16명(팀)을 포함해 모두 44명(팀), 유럽 26명, 미주 지역 13명, 오세아니아 5명, 아프리카 각 5명 등 전 세계 대륙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2012 광주비엔날레가 남긴 것
이번 전시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직접 보여준 것은 없었다.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주제 아래 현 시대가 당면한 정치·경제·사회적인 여러 문제들을 여섯 개의 소주제로 펼쳐 보이며 개인과 집단, 역사, 사회와의 관계, 경계와 관련한 탐구를 통해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부분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제시했다.



 중국의 인권 현실을 고발하며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아이 웨이웨이의 ‘언어 프로젝션’, 아랍의 봄, 월가 시위 등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시민 운동과 관련된 작업인 마이클 주의 ‘분리불가’, 무기를 변형시켜 악기를 만들고 음악 퍼포먼스 등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페드로 레예스의 이매진(Imagine), 인도 여성운동의 제2의 시기를 보여주는 쉬바 차치의 ‘제2의 물결’ 등 다수의 작품에는 광주를 넘어 세계 곳곳에 대한 민주·인권·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역대 대회 중 광주 신진 작가 발굴이 최대 역점으로 지역 작가들의 국제 무대 진출과 신진 작가 발굴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유능한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길을 열어주기 위해 실시됐던 포트폴리오 공모전을 통해 참여한 세 명의 젊은 지역 작가들은 세계적인 매체와 갤러리 등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호평 받기도 했다.





◇참여와 소통, 두 키워드 실천한 2012 광주비엔날레
2012 광주비엔날레는 시민 참여와 지역 소통을 키워드로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과 신작 비중을 크게 높인 참여형 전시로 평가받았다. 참여작가 92명(팀) 중 51명(팀)의 작가가 신작 제작에 참여했고, 이중 15명(팀)의 레지던시 작가들이 과정 중심의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작품 제작에서부터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큰 관심을 모았다.
또 각 외부 전시장에 도슨트, 자원봉사자 등을 배치해 전시해설 등의 서비스를 진행해 현대미술이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 제시점을 남겼다.



◇세계 주목 받는 2012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는 개막 직후부터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아트아시아퍼시픽(ArtAsiaPacific), 플래시아트(Flash Art) 등 해외 유력 신문과 미술 전문 매체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유수 언론들은 “2012 광주비엔날레는 과거 서구 중심의 미술무대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주요 현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광주비엔날레는 전시가 생산하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담론을 볼 때 전 세계가 주목해야할 전시”, “2012 광주비엔날레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의 발단이 된 광주의 역할을 환기시킨다.” 등의 다양한 평가들을 내놓으며 절찬을 받았다.



지난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성숙해온지 17년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