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본부장 줄줄이 낙마
2012-11-15정인기 기자 ingi@fi.co.kr
오너 친정체제 대안 어려워, 성숙기 사업모델 찾아야

<일러스트 - 김동유>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본부장급 임원’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본부장은 브랜드의 매출과 이익을 책임지고 있는 야전 사령관으로서 상품기획에서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책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더욱이 올 가을에는 각 복종별 상위권 브랜드까지 역신장이란 ‘꼬리표’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문책성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견 패션기업 A사의 캐주얼 본부장이 23년간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났다. 연 매출 1300억원짜리 대형 브랜드 출시 초기부터 참여해온 베테랑 본부장이었지만, 두 자릿수로 늘어난 역신장율을 책임져야 했다.



또 어덜트 캐주얼을 전개하는 B사도 이달초 전무급 본부장 C씨가 퇴사했다. 최근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신장율을 기록할 만큼 표면적으론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만성적으로 따라다니던 ‘현금흐름 불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전문 경영인격인 C씨의 퇴사로 생긴 공백에 오너 부인이 들어옴으로써 전체 조직을 오너 친정 체제로 개편했다.



지난 상반기 사장과 상품기획 전무, 영업 상무 등 한 팀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던 중견 패션업체도 최근 핵심 멤버 5명이 동시에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도 직전까지 갔던 자금난이 해결되자 또 다시 ‘내가 좌지우지 해야 한다’는 특유의 오기가 발동되면서 독선에 빠져들었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대기업군에 속하는 E사는 하반기 들어 2명의 본부장을 해임시켰으며, 그 자리에 오너와 오랫동안 함께 한 ‘가신’ 조직을 투입시켰다.



◇ 성장기 기억 버리고, 머리 맞대고 고민할 때
최근 패션기업들의 문책성 인사는 ‘오너 친정 체제 구축’이란 공통점을 나타내고 있다.
불황일수록 오너의 가족이나 가신이 가장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시장환경이 ‘성숙기 속 불황’이란 2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사령관을 막무가내로 정리한다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패션업체 한 본부장은 “2000년대 이후 국내 패션업계는 이지 캐주얼과 어덜트 캐주얼, 아웃도어 스포츠 등으로 대표 주자를 바꿔가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1000억~2000억원대 대형 브랜드가 탄생하는 등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 몇 % 신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불황에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오너와 본부장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너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외 SPA 브랜드의 공습과 셀렉트숍 유통의 전국적 확산에 하루가 멀다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보지만, 명쾌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용기있게 추진해 나갈 본부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가족 또는 무조건 하고 보자는 가신 조직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 상황이 쉽지는 않지만 오너는 성숙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중장기 관점의 투자를, 본부장들은 시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 발 앞서 대응하는 주도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