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백화점 형평성 문제 도마 위로

2012-08-24 김정명 기자 kjm@fi.co.kr

명품·SPA 이어 ‘동대문’까지 수수료 20%






내셔널 패션기업은 35%, 비용 부담도 가중



백화점들이 올 가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대문·온라인·스트리트 브랜드 유치가 형평성 논란에 사로잡혔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올 가을 매장개편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 『스타일난다』, 동대문 편집 『원더플레이스』, 스트리트 셀렉트숍 『카시나』, 동대문 「더스타일」 등 지금까지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소위 ‘비주류’ 들을 대거 유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 입점하는 브랜드들에게 책정된 판매 수수료가 20~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입점 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평균 35% 수준인 기존 브랜드들과의 차이가 많게는 17%에 달하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이 활발하게 새로운 세력 영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과거처럼 매 시즌 신규 브랜드가 40~50개씩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기존 브랜드들 가운데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동대문 브랜드, 홀세일 브랜드,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눈을 돌려 전방위로 유치 대상을 넓혔다.



또 새로운 유통을 통해 젊은층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여 이탈이 가속화된 젊은층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동대문이나 셀렉트숍, 온라인 브랜드들 대부분 유통 코스트가 낮은 직영 매장, 직영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백화점이라는 기존의 틀 안에 갇혀 매출 위주의 영업을 하게 된다면 기존 브랜드들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기존 브랜드들을 역차별한다는 논란 속에서 출발하는 백화점의 도전. 그 현황을 취재했다.



◇목표 달성율 80%? IMF 전 보다 더 심하다
지난 7월 전국 주요 백화점들은 일제히 한 달간의 여름 정기 세일에 돌입했다. 예년에 비해 2주나 세일 기간을 늘려 잡았지만 결과는 참패. 백화점 3사의 7월 실적을 살펴보니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나눠보면 심각한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올들어 7월까지 백화점 주요 상품군별 매출 증감률 추이를 살펴보면, 스포츠·아웃도어와 명품을 제외하고는 평균 -3%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악이다. 특히 목표 달성율을 타이트하게 관리해 IMF 때에도 90%선을 유지했던 롯데백화점마저 목표대비 80% 수준 밖에 달성하지 못한 브랜드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투수 등판, 세이브 가능할까
큰 폭의 매출 감소는 백화점들에게 동대문 브랜드와 셀렉트숍, 온라인 브랜드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했다.



지난 2010년 현대백화점이 셀렉트숍 『A랜드』를 입점시키기 시작한 이후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LAP』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가을 MD에서 대규모 유치에 나섰다.



롯데가 올 가을입점시키는 브랜드는 온라인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셀렉트숍 『카시나』 『스파이시칼라』 『원더플레이스』 『스마일마켓』, 동대문 브랜드 『마리스토리즈』 『루더스타일』 『엘블름』 등.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새로운 브랜드 발굴과 입점을 위해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동대문 브랜드인 「주줌」 「디그」 「루시다」를 신촌점에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부터 도메스틱 홀세일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와 공동 행사를 전개하면서 입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이들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진짜 ‘성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먼저 높은 원가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새로 입점하는 브랜드들의 마크업을 살펴보면 동대문 셀렉트숍이 1.7~2.5배수 가량, 홀세일브랜드 셀렉트숍이 2배수, 자체 생산하는 동대문 브랜드들이 그나마 3배수 수준이 나오는 정도다.



이번에 입점하는 원더플레이스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2억원으로 보고 있다. 원가율이 50%에 달하는데다 판매사원 6명, 물류와 기타 관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비슷비슷한 상품도 문제다. 롯데가 유치한 셀렉트숍 브랜드 『원더플레이스』와 『스파이시칼라』는 매장을 구성하고 있는 상품 대부분이 동대문에서 사입한 제품들이다. 시즌이나 상황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30%까지 상품이 중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는 히트 아이템일수록 공급처가 겹치기 때문이다. 결국 똑 같은 상품이 라벨만 달리해서 한 백화점 안에서 동일하게 팔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000㎡(약 300평) 이상의 대형 셀렉트숍 매장의 경우 인디브랜드와 홀세일 브랜드 구성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할당된 매장 면적이 150㎡(약 45평) 안팎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 더더욱 동대문 제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원칙 없는 수수료 도마 위로
몇 해 전 백화점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수수료를 10% 미만으로 적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또 글로벌SPA를 도입할 때도 15~18% 수준을 적용해 비난 받았다. 이번에는 동대문·온라인 브랜드들을 20~25% 수준으로 적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캐주얼 업체 사장은 “입점과 퇴점이야 백화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지만 수수료 문제는 권한보다 형평성과 원칙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원가 구조와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15% 차이는 도가 지나치다”고 기막혀했다.



또 다른 브랜드 본부장은 “백화점들조차 모셔갈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20년 넘도록 백화점의 성장과 함께해온 내셔널 패션기업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백화점의 원칙 없는 수수료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쟁적으로 백화점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데 ‘닷컴’과 직거래하는 경우 판매 수수료가 20% 내외지만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은 백화점과 동일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배송비 부담 등 세부적인 차이가 있지만 역시 형평성과 원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백화점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브랜드 입장에서야 인테리어비용 등 신규 투자 없이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직거래 업체와 큰 차이가 있다”면서 “또 온라인 매출 비중이 대부분 절반을 넘어서면서 여기에 오프라인 점포 입퇴점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익이 남지 않는 시장 사입을 통해서라도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상생정책도 ‘무용지물’
백화점들의 내셔널 패션기업 홀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놓고 수수료 인상을 못하니 각종 ‘꼼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백화점이 부담해온 천정, 벽체 공사 부분을 입점 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것.
특히 정부 시책과 맞물려 에너지소비 절감을 위해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자 이를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최근 캐주얼 브랜드 ‘A’의 서 모 본부장은 백화점 위치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집기를 최대한 활용했는데도 8000만원에 가까운 인테리어 견적서를 받았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LED 전등 교체에 1200만원, 천정·벽체 공사에 1200만원 등 2400만원이 추가로 올라간 것.



서 본부장은 “2400만원이면 월 1억 원 매장에서 수수료 2%를 올려준 꼴”이라면서 “백화점은 매출 신장이 감소한 수준이지만, 상당수 입점 업체들은 존망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갖은 방법을 동원해 쥐어짜는 백화점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고 꼬집었다.



공식적인 수수료 인상은 없지만 ‘형평성’ 때문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데 신규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기존 브랜드보다 1%p를 높게 책정하고 다음 계약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형평성을 맞춰야한다는 이유로 인상에 합의해달라고 하는 것.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서는 ‘형평성’을 거론하고, 신규 입점브랜드와 비교하면 ‘백화점 고유 권한’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처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자존심 구긴 패션기업…원망보다 자성 먼저
지난 21일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루더스타일」 「마리스토리즈」 「엘블룸」. 동대문에서 잘 나가는 여성캐주얼 브랜드다. 이들이 입점하기 전에 있던 브랜드는 「GGPX」 「ABFZ」 「CC콜렉트」. 각각 10년 넘도록 브랜드를 운영해왔고 모기업 또한 내로라할 만한 중견 패션기업들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황이다.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의 경우에도 줄잡아 20여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리뉴얼 과정에서 ‘쫓겨날’ 처지에 처해 있다. 이래저래 원망할 일은 많지만 이에 앞서 자성과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0억원대 중견 패션기업 박 모 대표는 “이미 「유니클로」가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파란을 예고했는데도 우리 패션기업들의 대응은 안일했다”면서 “「유니클로」 이후 8년 동안 대형 매장 운영에 대해 준비된 곳이 거의 없고, 셀렉트숍 비즈니스가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대형 패션기업이 주도해서 백화점의 구습을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문제지만 패션기업들도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 축적된 노하우와 자본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절히 사용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기 반성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부터라도 대형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 개발, 변화하는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고 이를 통해 SPA·한국형 셀렉트숍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해야 한다”면서 “K팝이 서양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 처럼 패션도 「유니클로」와 「자라」를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본지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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