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명품 사업’ 묻지마 투자
2012-07-20정인기 기자 ingi@fi.co.kr
이랜드·제일모직 이어 신원도 이탈리아 브랜드 인수




무리수 뒀던 외환위기 시절 재현 우려



패션 대형사들이 앞다퉈 고가의 유럽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하는 가운데, 과소비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원(대표 박성철)은 최근 이탈리아 럭셔리 가방 브랜드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신원에 따르면, 이 브랜드는 최고급 가죽 가방 브랜드로 악어백은 1700만~3000만원대, 타조백은 600만~1000만원대라고 한다. 인수 가격은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또 제일모직은 최근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주세페 자노티」의 국내 판권을 인수해 올 가을부터 백화점 내 단독점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이 브랜드 역시 100만원 안팎의 고가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수입 셀렉트숍을 통해 일부 연예인이 구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제일모직은 오너인 이서현 부사장이 직접 명품 사냥에 나서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에는 이탈리아 고가 브랜드 「콜롬보」를 인수하는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해외 브랜드 인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랜드 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유럽 브랜드에 관심을 기울였다. 「라리오」 「벨페」 「만다리나덕」(이상 이탈리아), 「피터스콧」(영국) 「록 캐런 오브 스코틀랜드」(스코틀랜드) 등 5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해외 브랜드를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인지도와 전통을 가진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론 일리가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자산 100만 달러 이상인 중국인이 100만명을 넘었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 5년 이내에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하니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명품 붕괴는 전세계 흐름…
중국은 이미 포지션 굳건
그러나 국내 기업의 명품 시장 도전이 시장 흐름과 내부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전 세계 럭셔리 소비 시장은 하락세인데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는 「루이비통」 「샤넬」 「구찌」 「프라다」 등 몇몇 브랜드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상위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신원의 「로메오 산타마리아」도 명품 시장에선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다. 국내에선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다. 더욱이 가방 하나 가격이 수 천만원대에 이르는 최고가 브랜드다. 신원 측에서는 글로벌 사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국내 시장을 활용하겠다고 말하지만, 불경기 속에 무리한 결정을 했다는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김묘환 CMG 대표는 “세계적으로 럭셔리 마켓이 붕괴되는 상황이므로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몇몇 소수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패션기업들이 외환 위기 때처럼 무리한 해외 브랜드의 인수와 라이선스 계약으로 궁지에 다시 몰릴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윤대희 중국 치필량 그룹 컨설턴트는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