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산업 전환기 맞아 혁신 모드로
2012-06-26정인기 기자 ingi@fi.co.kr
셀렉트숍 우후죽순 개점… 군웅할거 속 실력자 등장 기대



침체된 실물 경기 반영 가격경쟁력 높은 SPA 브랜드 주목



한국 패션시장이 전환기를 맞아 발빠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국내 패션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중대형 직영 점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더욱이 가격과 트렌드에서 경쟁 우위를 지닌 온라인 브랜드들이 메이저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급변하면서 더이상 6개월~1년 전에 기획해서 원가 싼 해외생산에만 의존하던 과거 방식이로는 컨템포러리 패션을 지향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주요 기업들은 ‘셀렉트형’과 ‘SPA’를 두고 가장 현실적인 방향에서 전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셀렉트숍 마켓은 에이랜드 플로우 등 소규모 기업들에 의한 선발 업체들이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 상권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자금력과 체계적인 관리력이 부족한 탓에 명확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저문가들 평가다.



유통 전문가들은 “셀렉트숍은 부동산 개발 부문을 떼어놓고는 수익모델을 찾기 어렵다. 대다수 셀렉트숍들이 가로수길이나 홍대입구 등 핫스트리트에 위치함에 따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테일 시대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 리스크가 있더라도 성장가능성 높은 브랜드를 사입함으로써 자체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개별 매장에서 최적의 아이템을 머천다이징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리테일 전문가 육성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자금력과 시스템을 갖춘 패션 메이저들의 참여는 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로 기대된다. 최근 기업들은 여성복에서부터 캐주얼, 남성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으며, 몇몇 기업은 이미 다점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은 이미 「렙」의 유통망을 11개점으로 늘렸으며, 올 가을에도 5~6개 추가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남성 전문점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명동에 「북마크」 1호점을 오픈했던 현우인터내셔날(대표 이종열)은 지난 8일 청주 성안길에 2호점을 오픈했다. 이 회사는 이미 6호점까지 점포 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은 올 가을 백화점 유통을 겨냥한 셀렉트숍 「30 Days Market」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33~330㎡의 다양한 사이즈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도록 기획했으며, 「제이홀릭」 「지디지디」 「페이탈로스트」 「식스블릿」 등 4개의 자체 수입 브랜드와 국내 홀세일 브랜드 등을 동시에 구성한다. 특히 이 회사는 2주 단위 신상품 출고해 연간 2000 디자인 이상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 나갈 방침이다.



캐주얼 브랜드 지프를 전개중인 홀하우스(대표 김성민)은 남성 셀렉트숍 「존 화이트」를 청담동에, 에이션패션(대표 박재홍)은 지난달 가로수길에 「씨에클」을 각각 오픈했다. 「씨에클」은 6월에 1억원 가까운 매출이 예상될 만큼 빠르게 안착하고 있으며, 국내외 유망 디자이너 브랜드와 적극적인 콜래보레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엠케이트렌드(대표 김문환)는 이달말 가로수길과 명동에 2개의 셀렉트숍을 오픈하는 등 여성복과 캐주얼 기업들이 앞다퉈 셀렉트숍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제일모직도 내년 봄 오픈을 예정으로 남성 셀렉트숍을 준비하고 있다.



아동복 「트윈키즈」로 유명한 참존어패럴(대표 문일우)은 베이비&키즈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제안형 셀렉트숍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 330~500㎡ 규모로 계획하고 있으며, 의류 외에 각종 생활용품과 1회용품, 장난감 등 베이비와 키즈를 위한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형 리테일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셀렉트형 사업의 성공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보끄레머천다이징(대표 박영배)은 패션잡화 전문 셀렉트숍 「라빠레뜨」에 이어 남성잡화 「밴드오브플레이어스」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라빠레뜨」는 지난해 270억원에 이어 올해 4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는 등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력 높은 홀세일 브랜드 육성해야
셀렉트숍의 주요 콘텐츠가 될 홀세일 브랜드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다. 현재 대부분 셀렉트숍들은 수입 브랜드에 의존하거나 동대문 상품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수입 상품은 2배수 안팎의 낮은 배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동대문 상품은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 구축이나 선기획 & 수주 시스템으로 전환이란 숙제를 안고 있다. 또 최근 화제를 몰고 있는 인디 브랜드도 소싱 안정화와 브랜딩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매력적인 홀세일 브랜드로 육성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 브랜드 에이전트는 “인디 브랜드는 최근 국내 패션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소로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브랜드 홀세일 비즈니스에 대한 매뉴얼이 부족하다. 더욱이 최근 국내외 소싱환경이 악화되면서 원가관리와 브랜딩 등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병행되야 한다. 국내 노면상권 내 비싼 임대료 등을 감안할 때 리테일러가 최소 3배수 이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가격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발마켓은 일찍부터 멀티 브랜드숍이 발달한 이유로 이미 볼륨화 단계로 진입한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대표 장철호)은 「DKNY」 「프레드페리」 「라코스테」 등을 국내 시장에 전개해 성공적인 디스트리뷰터로 자리잡았으며, 네오미오(대표 조용노)도 「스페리」 「케즈」 「쟌스포츠」를 통해 마켓 쉐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모자 제조기업 다다실업은 지난해부터 「모비토」란 내수 브랜드를 전개중이다. 신생 브랜드지만 내수 시장에 맞는 디자인 개발과 탄탄한 소싱력이 결합되면서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했다.
셀렉트숍 비즈니스는 지금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겠지만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외 브랜드로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1~2년 이후에는 메인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패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초창기 재고 리스크는 있겠지만 가능성 높은 홀세일 브랜드에 대해서는 수주 사입 등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 위축 지속…가격경쟁력 앞세운 SPA 강세 예상
SPA 형태에 대해서도 관심도 높다.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서 볼륨화를 추진함에 따라 제일모직, 이랜드, 신성통상 등 자금력과 소싱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이 활발하다.



특히 SPA 모델은 경기침체가 계속 되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트렌디한 저가 의류를 내세우는 SPA 브랜드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최근 유니클로 지오다노 등 저가 베이직 시장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 같은 전조이며, 이에 따라 SPA 시장은 지금부터가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스파오」와 「미쏘」로 SPA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중인 이랜드는 최근 「후아유」를 SPA 모델로 전환시킨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다음달 20일 명동 중앙로 옛 「갭」 건물에 990㎡(300평) 규모의 「후아유」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기존 판매가보다 30% 낮췄으며 디자인도 범용성이 높은 베이직 비중을 크게 높였다. 또 이랜드는 여성복 「디아」도 가을부터 SPA 형으로 바꾼다. 이 역시 가격을 20~30% 낮추고 중대형 직영 매장을 늘리는 등 SPA 시장에 합류할 방침이다.



제일모직(개미플러스)은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초 「에잇세컨즈」로 포문을 연 이 회사는 최근에도 강남역 뉴욕제과 자리를 비롯한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기로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애초 내년까지 5개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수정해 올 연말까지 12개점, 내년까지 20개점으로 크게 수정했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가로수길과 명동점에 4개 인디 브랜드를 입점시켜 테스트 하는 등 상권 특성에 맞게 셀렉트형을 접목하고 있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은 지난 15일 대학로에 330평 규모의 「탑텐(Top Ten)」 1호점을, 7월초에는 명동 후아유 자리에 2호점을 순차적으로 오픈한다. 코엑스와 강남역, 천호역 등 3개 지역도 계약을 마무리 했다.



특히 「탑텐」은 △30년 노하우를 가진 신성통상의 소싱 노하우와 △「지오지아」 「올젠」 「유니온베이」 「폴햄」 등을 통해 쌓은 브랜딩 능력, △염태순 회장의 자존심을 건 추진력이 더해 지면서 올 하반기 국내 패션시장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SPA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소싱력은 지금과 같이 중국소싱이 무너진 상황에서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다. 신성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수출공장 외에도 미얀마에 종업원 4000명 규모의 내수 전용 공장을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니트와 셔츠, 바지, 재킷 등을 전문화 시켜 생산하고 있고, 내년에는 수트까지 자체 생산할 방침”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에이다임(대표 김해련)의 「스파이시칼라」도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13개점까지 유통망을 오픈한데 이어 올 연말까지 25개점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다음달말에는 롯데 노원점을 시작으로 백화점 유통도 활성화 시킨다.



어덜트 마켓의 「지센」도 SPA 모델을 선택했다. 「지센」은 최근 부산 인근에 300㎡ 규모의 점포를 오픈해 테스트 중이며, 다음달에는 인천 연수동에 500㎡ 규모의 SPA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점포에는 지센을 비롯 동남아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Best Basic’ 라인과 동대문 등지서 사입한 트렌드 라인인 ‘DDM’ 라인 등 3개 라인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SPA 모델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당분간 시장의 화두가 된다는 것이 패션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SPA는 유통망 확보와 재고확보 및 관리 등에서 철저히 규모의 경제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소싱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저마진 구조로 규모를 확장시킨다면 단기간에 200~300억원 이상의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소싱과 물류 등 인프라에 대한 선행 투자를 강조했다.



‘원 숍 원 브랜드’의 모노숍을 중심으로 지난 20여년간 성장해온 한국 패션시장은 분명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점포의 환경 외에도 운영 방식이나 구성할 콘텐츠, 판매전략, 재고관리 노하우 등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받고 있다.
시장흐름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기업별 체력에 적합한 모델을 구축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