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들어간 이화여대 E.C.C.건물
2012-04-13최경원  
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공간이란 참 희한하다. 평면이나 물체가 주는 미감과는 전혀 다른 미감을 준다. 좁으면 좁은 대로, 넓으면 넓은 대로 사람들의 몸을 감싸며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면서 우리들의 삶을 새롭고 윤택하게 만든다. 물론 잘된 공간이 그렇다. 이화여대는 지형들이 울퉁불퉁해서 넓은 캠퍼스를 가진 다른 대학들과는 여러 가지로 애로 사항이 많았다. 정문을 들어서면 보통 운동장이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화여대의 운동장은 좁고 울퉁불퉁한 지형 사이에서 캠퍼스의 허브 역할을 하는 데에는 좀 버거운 감이 있었다. 그리고 좁은 캠퍼스 상황과 새로운 시설에 대한 욕구는 운동장의 존재를 시한부로 만들었다.



빈 운동장이 빽빽한 건물단지로 변하는 것은 우리나라 캠퍼스들의 공통적인 현상이었고, 그만큼 학문의 장을 격하시키는 우려가 되어왔다. 운동장 하나 없는 학교라니, 게다가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들은 가용 공간을 늘였을지는 몰라도 학문의 장이 가져야 할 여유와 이미지를 상당히 떨어뜨렸다. 겉으로 보아서는 좁은 운동장을 밀어 버리고 그 위에 공간을 집약적으로 살린 빌딩들이 들어설 수 밖에 없어 보였다. 이 좁은 운동장, 경사지를 가진 운동장을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독특한 발상으로 세인들의 상식을 붕괴시켜 버렸다.



좁은 땅 위에 건물을 올리는 대신에 땅을 파고 건물을 심었던 것이다. 4층 건물을 땅에다 심고 건물의 가운데를 크게 잘라서 경사길을 냈다. 건물 앞에 서면 건물의 개념과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해 왔던 건물에 대한 모든 것을 붕괴시키고, 이 건물의 위용과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감탄하게 된다.



분명히 여기는 자그마한 운동장이 들어서 있었던 곳인데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길과 수직으로 우뚝 솟은 건물의 위용은 공간의 규모를 계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정 넓히고 있다. 위로 아래로 강렬하게 움직이는 공간의 동선은 이전의 운동장과 실재 건물의 면적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비스듬하게 아래로 내려가다가 다시 급하게 위로 올라가는 계단의 동선은 건물이 들어선 대지의 수평적 규모를 전혀 보지 못하게 하며, 공간을 면적이 아닌 음악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건물 앞에 서면 공간보다는 리듬이 지각되어서 눈보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게다가 느리게 내려가는 넒은 경사길은 지하공간을 지하가 아니라 밝은 빛이 들어오는 지상으로 만들고 있고, 건물의 바닥까지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있다. 비워진 길이지만 그 빈 곳으로 많은 것들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경사길의 윤곽선이 만드는 과장된 투시선들은 이 공간을 실제 이상으로 넓어 보이고 속도감 있게 한다. 공간의 동세와 더불어 이 건물을 크고 넓어 보이게 만드는 숨겨진 장치이다. 이 건물에 들어서면 어느 장면, 어느 위치에서든지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감, 초현실적인 공간감을 느끼게 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공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수평과 수직선만이 존재하는 기계적 공간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었는지 반성케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세계적인 건축가의 손길이 뻗어있다는 것도 좀 새로운 일일 수 있겠다. 도미니크 페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신진 건축가이기도 하며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있는 건축가이다.



파리에 있는 국립 도서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리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번 들러 봄직한 건축물이다. 그의 여러 건축작품들 속에서도 이화여대 E.C.C.는 매우 뛰어난 축에 속하니, 한번 방문하여 꼼꼼히 공간을 즐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