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던 '베르사체' 화려한 부활
2012-04-05예정현 기자 

베르사체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창업자인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의 충격적인 사망 이후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집권하면서 방향성을 잃은 머천다이징과 방만한 사업 다각화로 극도의 매출 부진을 겪었던 베르사체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체계적인 브랜드 재건 작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유동자본 압박으로 브랜드 매각설까지 떠돌았던 베르사체는 차츰 잃었던 매출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확대는 물론 운영 수익 흑자를 기록하며, 블링블링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이제 베르사체를 둘러싼 거대 패션 제국이나 사모펀드의 인수 가능성은 차단되고, 독립 패션 하우스로서의 베르사체의 움직임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2011 매출 탄탄, 운영 수익 흑자
실제로 베르사체의 성공적 부활을 이끌어낸 CEO 지앙지아꼬모페라리스는 베르사체는 독립적인 패션 하우스의 위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 패션계를 주도하는 거대 자본의 인수 가능성에 못을 박았다.
지난 몇 년간 럭셔리 패션계는 거대 자본과 유통망, 사업 능력으로 무장된 패션 제국 LVMH나 PPR, 라벨럭스그룹, 혹은 사모펀드 등에 의해 역사를 자랑하는 패밀리 비즈니스형 패션 하우스를 인수하며 전통적 흐름이 깨져왔다. 그런 만큼 독립적 패션 하우스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는 베르사체의 의지는 이탈리아 패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자 긍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패션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LVMH의 불가리 인수나 집요하고 은밀한 에르메스 지분 확보 전략은 패밀리 비즈니스, 혹은 소규모 자본에 의지한 독립적 패션 하우스들의 불안한 입지를 드러내는 좋은 사례다.)





독립 브랜드로서의 베르사체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위기설에 불을 붙였던 유동자본 압박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나텔라의 시그너처라 할 과도하게 블링블링한 디자인 대신 '적절한 수준의 입을만한” 디자인으로 재구성된 레디투웨어 컬렉션과 갖고 싶은 유혹을 일으키는 소통력 높은 핸드백∙액세서리는 높은 매출 호응으로 연결되었고, 패션 이외의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마진이 높은 액세서리 비즈니스는 베르사체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소중한 존재다. )



이처럼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략의 일환으로 액세서리 중심의 사업 전략을 집행한 것이 주효, 무거운 등짐이었던 부채를 대폭 줄이면서 베르사체는 ‘흑자’ 전환‘에 그치지 않고, 사세 확장 단계로 진입했다. 이미 베르사체는 중국을 위시한 이머징 마켓 중심의 글로벌 유통망 확대 작업 진행 보폭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흑자를 넘어 사세 확장 박차
2011년 베르사체의 순익은 850만 유로, 총 수익은 16% 상승한 3억4000만 유로로 미국 시장의 놀라운 매출 수요에 힘입어 올 한해 수익 또한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머징 마켓 외에 기존 마켓에서도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베르사체 부활의 의미를 밝게 한다.



베르사체의 미국 매출은 2011년 두 자리 숫자로 증가했고 올 해 또한 두 자리 숫자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매출의 일등 공신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매 매출은 17.3% 상승한 1억6170만 유로, 도매 매출은 22.5% 상승한 1억4260만 유로로 도소매 유통 라인이 모두 강한 매출 탄력을 보였고 전체 매진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성장 탄력성은 더욱 강해질 전망.





베르사체는 2015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리고 라이선스의 세컨드 라인 베르수스(Versus)의 라이선스를 되사는 한편 올 9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베르사체 매장을 오픈, 매출 부진으로 떠났던 일본 시장을 다시금 공략하는 작전에 돌입하는 자신감 있는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베르사체의 자신감은 유럽의 재정 부채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도 꾸준한 럭셔리 수요에 바탕을 둔 베르사체 특유의 디자인과 강한 경영 능력, 체계적인 유통망 재구축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이유
2007년 지아니 사망 이후 베르사체는 고객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디자인과 글로벌 재정 위기의 부정적 영향, 그리고 매출 부진으로 인한 부채의 압박에 시달렸으며, 브랜드 방향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연이은 의견 차이를 보이며 벼랑 끝에 몰리는 위기의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009년 CEO 로 취임한 페라리스는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디자인 영역에서만 움직이게 하고 경영 전반을 완전히 장악,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35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감행했을 뿐 아니라 매출이 부진한 일본 매장을 폐쇄하고 중국과 싱가포르 등 수요 높은 아시아 지역에 유통망을 확대하는 리컨츠트럭처링을 단행하며 재활의 기틀을 잡았다.



특히 패턴 메이킹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생산 단계만을 인하우스에서 해결하고 나머지는 외부 이탈리아 서플라이어들에게 제조를 위탁하는 공급 체인을 구축, 보다 효율적인 진일보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로 베르사체의 공급 체인은 주로 밀라노 근처에 집중되어 디자인부터 제품 생산까지, 베르사체의 통솔력이 강화되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집중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긍정적 결과를 얻으면서, 베르사체는 2011년 베르서스 라인을 되사왔다. 라이선스 보다는 직접 브랜드를 관할하겠다는 의지로 단기간 로열티 수입 하락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디자인 및 제조 유통에 대한 통솔력이 강화되며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성장하는 럭셔리 어패럴 아동복 시장에 발맞춰 론칭한 영 베르사체(Young Versace) 라인과 꾸튀르 패션에 대한 향수를 되살린 꾸튀르 라인이 베르사체의 사업 구조 및 매출 확대 밸런스를 맞춰줄 것으로 전망된다. 베르사체는 1월 파리에서 오뜨꾸튀르 라인 아뜰리에 베르사체(Atelier Versace)를 론칭,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페라리스의 전략이 레디투웨어를 바탕으로 오뜨꾸튀르, 호텔 레스토랑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아르마니의 성장 전략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베르사체는 호텔 및 고급 빌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기틀을 다져나가고 있다.



2012년 매출 폭주 지속 전망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시장의 유통망 확대와 미국 시장의 높은 매출은 올 한 해도 베르사체의 매출 폭주를 전망케 한다. 특히 미국은 베르사체 전체 비즈니스의 매출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으로 2012년 첫 3개월 동안 동일 매장 매출이 급증, 올 한해 매출 전망이 더욱 밝다. 2012년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엔드 제품의 매출이 10%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베르사체의 자신감에 힘을 더한다.



물론 여전한 유로 존의 불안과 중국 경제 성장 폭 둔화로 2012 럭셔리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전망도 있지만, 베르사체는 라인 다각화와 시장 다양화 작전으로 무장한 부정적 요소를 상쇄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